“조합 설립하고 시공사 선정하면 될 줄 알았지, 이런 것까지 신경 쓸 줄 몰랐네요.”

최근 만난 강남의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 주민의 푸념이다. 아파트 재건축시장에 고분양가 제동, 층수제한 논란이 더해지더니 내년 부활을 앞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유예'와 '부활' 사이에서 다시 공방이 벌어져서다. 정치권에서는 일부 재건축 아파트단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추가유예 혹은 폐지를 추진 중이지만 정부는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 주민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맞서 싸울 것인지 제도에 맞게 재건축계획을 수정할 것인지 고민의 기로에 놓였다. 조기대선 정국에서 각 후보의 찬반 의견도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강제 환수는 부당" 유예 논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입주 시점까지 재건축을 통해 얻는 이익 가운데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공사비·조합운영비 등 개발비용을 뺀 금액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을 최대 50%까지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처음 도입됐지만 침체된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2년 5월 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로 시행이 유예됐고 2014년에도 올해 말까지 한차례 더 유예하기로 결정됐다.

내년 1월 부활을 앞두고 최근 강남 주요 재건축단지들은 층수제한과 함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연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야만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


여의도 재건축단지는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신탁방식 추진을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도 감내했다. 이처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바라보는 각 단지의 셈법은 복잡하다.

내년 부활 예정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최근 화두로 떠오른 데는 서울 강남의 일부 아파트 재건축단지 조합의 집단행동이 영향을 미쳤다.


최근 서울 대치동 은마, 쌍용1·2차, 우성 등 10개 재건축단지 조합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은재 바른정당 의원(서울 강남구병)에게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유예나 개정·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의견의 골자는 미실현 이익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강제로 부담금을 내게 하는 행위는 부당하다는 것.

이처럼 고분양가 논란과 층수제한 갈등에 이어 일부 재건축조합에서 촉발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존폐 대립으로 강남일대 아파트 재건축시장은 다가올 ‘장미대선’ 정국의 최대 이슈메이커로 등극할 조짐을 보인다.


◆존폐 놓고 정치권 '대립각'

일부 재건축단지 조합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폐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자 의견을 수렴한 이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도 일부 동조하는 분위기다.

국회에 따르면 바른정당 소속 이은재·김성태 의원 등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폐지 내용을 담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준비 중이다.

이 의원 측은 지역구 재건축조합으로부터 관련 의견을 받은 만큼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한 뒤 유예·폐지 관련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덕흠 의원(자유한국당) 역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 부과 유예시점을 2020년 말까지 3년 연장하는 내용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민간 이익단체인 한국주택협회도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실을 찾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관련 정책 건의서를 전달하며 주민들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주민들과 정치권 일각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요지부동이다. 예정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제도가 부활될 것이며 유예·폐지 방안 등은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여부는 차기정부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5월9일 조기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폐지 의견은 대선 표심을 가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동시에 차기정부 부동산정책 기조를 가늠할 중요한 잣대로 보여 당분간 논란이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or 스톱? 복잡해진 셈법

강남 일부 재건축단지 조합이 촉발시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폐지 의견이 재건축시장과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왔지만 정작 셈이 복잡해진 쪽은 재건축 추진단지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서울시의 층수제한 방침도 수용하며 재건축에 속도를 냈지만 내년 제도 부활이 또 다시 유예되거나 폐지될 경우 조합 측 이익 반영을 위해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여의도의 경우도 수수료를 내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신탁방식을 추진해 사업에 속도를 냈지만 제도가 유예·폐지되면 신탁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여지가 생긴다. 굳이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사업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재건축단지 주민은 “어차피 우리 이익을 추구하려고 조합을 꾸린 건데 조금이라도 사업성을 높이고 싶은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최근의 상황을 지켜보며 기존대로 진행할지, 속도를 조절할지 셈이 복잡해졌다”고 토로했다.

반면 관계없이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의도의 한 재건축단지 주민은 “될지 말지 확정 안된 사안에 모험을 걸 필요는 없다”며 “이미 사업에 속도를 낸 단지와의 형평성을 보더라도 변동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흔들릴 필요 없이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