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시공능력 4위인 대우건설이 4월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들어간다. 지난 3월16일 2016회계연도 외부감사가 종료된 가운데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오는 10월 사모펀드 만기를 앞두고 재무평가에 착수했다.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네번째 주인을 찾게 됐다. 국내외 건설업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해외자본이나 국내 대기업 여러곳을 인수후보로 거론한다.


대우건설. /사진=뉴시스 조수정 기자
대우건설. /사진=뉴시스 조수정 기자

◆최상의 시나리오, 사우디 오일머니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무게가 실리는 쪽은 해외매각이다. 현재 국내 건설업계 상황이 워낙 안좋은 데다 건설사들도 주택건설 일변도에서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는 분위기여서다.


현재로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가능성 있는 후보로 꼽힌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대주주기도 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보다 자금력을 갖춘 아람코가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사우디 국부펀드 실무진이 국내를 방문, 대우건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3월에도 사우디 정부 고위관계자가 직접 방한해 신도시 10만가구 주택설계와 시공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대우건설과 체결했다. 사우디 자금이 들어온다면 해외공사 수주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고 이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으로 가져가는 이점이 있다.


아람코 자회사 에쓰오일이나 사우디 2대 국부펀드 PIF와 SAMA포린홀딩스의 인수 방안도 거론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의 재원은 주로 원유생산에서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 국제유가 움직임에 따라 대우건설 인수의 향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미국계와 중국계 기업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국내에서는 쌍용건설이 해외매각에 성공한 바 있다. 쌍용건설은 2014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은 뒤 2015년 두바이투자청(ICD)을 새 주인으로 맞으며 위기를 극복했다. 쌍용건설은 2015년 말 16억달러 규모의 해외 프로젝트 3건을 동시에 수주했는데 모두 ICD가 발주한 사업이다.


물론 해외매각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극동건설은 2003년 미국계펀드 론스타에 매각됐다가 2007년 웅진그룹에 팔리는 과정에서 회생채권 규모가 1300억원에 이르는 등 기업가치가 뚝 떨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극동건설은 해외매각의 전형적인 실패사례로 꼽힌다”며 “기술유출 우려도 해외매각의 위험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건설기업을 해외자본에 헐값으로 넘긴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 3월23일 종가기준 7280원으로 산은에 인수된 2010년 말 1만2850원 대비 43.34% 하락한 상태다. 산은은 대우건설 인수에 3조2000억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주가로는 지분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도 예상 매각가가 2조원을 밑돈다.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대우건설 해외현장. /사진제공=대우건설
대우건설 해외현장. /사진제공=대우건설

◆매각 무산·포기 가능성도

국내 건설사나 사모펀드의 인수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메리트가 낮다. 업계 내부에서는 인수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부영, 호반건설, LG그룹 등이 거론된다. 부영과 호반건설의 경우 최근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인수후보로 거론되지만 중견건설사가 매출 10조원의 대형건설사를 인수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국내 건설사 대부분은 아파트사업의 비중이 커 대우건설 인수 메리트가 작다. LG의 경우 국내 대기업 중 건설계열사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후보로 오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국내매각이 안정적인 M&A가 될 수 있지만 업계 상황을 보면 현실성은 낮다”고 말했다.


사업별 분할매각의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이는 대우건설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IB업계 관계자는 “분할매각 시 매각가격을 높일 수 있지만 대우건설이 40년 넘게 쌓아온 브랜드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규정상 사모펀드 만기 재연장은 가능하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산은의 비금융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투자손실이 불가피해서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지난해 3분기 최악의 평가에 해당하는 ‘의견거절’에서 지난해 ‘적정의견’으로 개선된 점이다. 대우건설은 해외 미청구공사 금액이 많다는 지적을 받은 뒤 대규모 손실을 미리 반영하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 당장은 손실이 늘었지만 올해 전체수익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우건설은 올해 경영계획으로 매출액 11조4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672억원, 당기순손실은 7549억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