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결국 머리를 숙였다. "더 이상 대우조선해양에 혈세투입은 없다"고 못 박았던 입장을 두달 만에 번복한 것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 각각 1조4500억원씩 2조9000억원을 신규 지원한다. 또 국책은행의 채권액 100%와 시중은행의 채권액 80%, 사채권자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50% 등 1조6000억원도 출자전환을 추진한다.

현재 대우조선은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이 제기되는 상황. 회계법인의 실사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부족자금은 5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필요한 신규자금만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산은과 수은은 시중은행과 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대우조선 채권의 출자전환과 회사채 만기연장을 추진한다. 불발 시에는 법원의 강제력을 활용한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를 신청할 방침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제공=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제공=산업은행

이 회장은 대우조선 구조조정 실패 책임에 대해 "지원을 중단하면 국가적 피해가 59조원에 달한다"며 "이번 자금지원으로 (대우조선은) 27조원의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추가 지원자금에 대한 책임을 피할 생각은 아니지만 현재는 위기를 극복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노력에도 대우조선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해운·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신규 수주를 통한 경영 정상화가 어려워 보인다.

이미 산은은 정책금융기관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을 파산시켰다. 이번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미봉책에 그칠 경우 대우조선의 위기를 넘어 우리 경제가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의 명운이 이 회장의 어깨에 달렸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