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임신부 한약 복용, 약일까 독일까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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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한약 복용의 안전성과 효과를 놓고 의사단체와 한의사단체가 날카롭게 대립 중이다. 임산부의 한약 복용이 산모와 태아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의 주장에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 의료기기 사용, 질병의 치료방법 등을 놓고 충돌을 거듭해온 양측이 이번에도 한치의 물러섬이 없는 팽팽한 진실공방을 벌이며 산모와 임신을 준비 중인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한방 난임치료 안전성·효과 논란
지난 2월 부산시와 부산시한의사회가 주관한 ‘2016년 한방 치매관리 및 난임사업 결과 보고회’에 참석한 부산시의사회는 “이 사업은 절차적·통계적으로 오류가 있다”며 “한방 난임치료 효과에 대한 과학적·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의사회는 “이번 보고회는 임상연구발표가 아니라 사업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기 때문에 사업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은 결례다”고 답했다. 한의사회의 동문서답에 의원협은 국내외 논문·보고서를 통해 임신 중 한약 복용이 태아와 산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지난달 2일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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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의원협 측은 “상당수의 한약 및 한약재가 태아와 산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에서 처방된 한약에 문제가 있는 한약재들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국내 한의사가 지난해 유럽통합의학지에 투고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임신 중 흔히 처방되는 한약은 ▲안전이천탕 ▲보생탕 ▲안태음 ▲귤령보생탕 ▲궁소산 ▲교애사물탕 ▲달생산 ▲안태금출탕 ▲온담탕 ▲사물탕 등이다.
각 한약들은 4~15개의 한약재로 구성됐다. 임신 중 사용한 한약의 구성과 한약재 사용빈도를 살펴보면 백출이 81.6%로 가장 많고 ▲감초(81.4%) ▲인삼(62.1%) ▲진피(54.1%) ▲사인(51.0%) 등이 뒤를 이었다.
의원협에 따르면 백출을 임신 중인 생쥐와 토끼에 투여한 경우 태아성장 지표감소, 착상 후 손실률 증가, 산전 및 산후 사망률 증가, 선천성 근골격계 이상 발생, 태아흡수(초기에 태아가 사망한 경우 자궁에 흡수되는 현상), 태아수종, 짧은귀 기형 등이 관찰됐다.
감초는 임신결과와 태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산위험 증가, 인지수행능력 및 정신과적 문제(주의력 결핍·규칙 위반·공격적 행동), 아이의 스트레스 대응호르몬 조절체계 변화 등이 동물실험이 아닌 사람에서 관찰됐다.
특히 임신1주기(임신1~12주)에 황련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신경계의 선천성기형 발생위험이 8.62배 높았다. 이 기간 안태음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의 선천성기형 위험이 1.61배, 눈의 선천성 기형위험이 7.3배 높았다.
해외연구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홍콩중문대학이 임신 전반기(5개월 이내)에 혈성 질 분비물 혹은 질 출혈(절박유산)이 있는 경우 흔히 처방되는 한약재 20종(백출·감초·황기·진피 등)의 안전성을 생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임신 초기에 노출된 경우 산모의 산전 및 산후사망 등의 부작용이 관찰됐다.
이를 근거로 의원협은 “상당히 많은 수의 한약이 산모와 태아의 건강과 발달에 위험하거나 위험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약을 투여하는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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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한의협 “의원협 주장은 거짓”
한의협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의원협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낸 것. 한의협 측은 “의원협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한약이 태아와 산모의 건강은 물론 난임치료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게 이미 수많은 학술논문과 연구결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의협에 따르면 의원협이 근거로 삼은 참고문헌은 제한된 연구환경에서 약재별로 특정 용량 이상일 경우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언급일 뿐 실제 한의 임상환경에서 한약의 위험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또 한의협이 국내 관련 논문 총 52개와 임신 중 한약을 복용한 여성 중 추적조사가 가능한 395례를 검토한 결과 임신 중 한약 복용과 관련해 부작용에 대한 연관성이 밝혀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자료의 경우에는 논문마다 연구설계가 다르고 위약대조군의 부재 등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우나 절박유산이나 임신 중 한약 복용이 독성을 유발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협 관계자는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에 의해 처방되는 난임치료 한약은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됐으며 부작용 없이 높은 임신 성공률(20% 이상)을 기록했다”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저출산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한의 난임치료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의원협 관계자는 “한의협의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임산부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자료도 있다”며 “한의협이 의료인 단체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고 지자체와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임신 중 한약 복용의 안전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의협 관계자는 “한의사의 존재를 부정하는 의사들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수백년을 이어온 한의학에 문제가 있었다면 지금의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한의학의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일방적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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