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전체가구 중 자가점유율은 56.8%다. 10명 중 5~6명은 자기 집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자가소유자도 “집값이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한 인터넷게시판에서는 집값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잘 나타내는 글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 집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죄인이지. 부동산 투자해서 수억원을 버는 건 다른 세상 이야긴데 집값 대출이자 갚느라 허리 휘는 서민들도 투기꾼 취급을 받으니 말이야.”

이는 집이 있는 사람에 대한 무주택자의 질투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잊을 만하면 ‘부동산공약’을 꺼내들어 부동산가격을 움직이려는 정치권과 정부로 인해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시장이 감각을 상실한 탓이다.


박근혜정부 초기 3년 동안 집값은 8.2%, 전셋값은 18.1% 뛰었다. 부동산 취득세를 인하하고 주택청약 자격을 완화하는 등 집중적인 부동산지원책을 펼친 결과다. 특히 전셋값은 역대 가장 많이 올라 물가상승률의 18배를 넘었다.

박근혜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모든 정부가 부동산공약을 이용해 표심을 자극했고 주거안정을 저해하거나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심지어 이전 정부가 만든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지원 혜택을 다음 정부에서 없애고 새로 만들어 애먼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대선 정국에 접어든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전셋값 폭등을 막는 등 세입자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부동산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다. 대체로 반시장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벌써부터 시장침체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건설사들이 분양을 줄이고 부동산거래가 위축되는 것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부동산은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조정될 필요가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기능까지 좌지우지하는 세제혜택이나 과도한 규제는 시장의 존립을 위협한다. 부동산정책은 국민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데 최우선의 가치를 둬야 한다.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떨어뜨리는 게 목적이어선 안된다는 말이다.


부동산은 한국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 중 하나다.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집이 있는 사람이든 전세나 월세를 사는 사람이든 누구나 부동산은 필요하다. 관련 기업도, 종사자도 많다.

‘장미대선’을 앞두고 부동산정책이 더 이상 포퓰리즘식 공약에 희생돼선 안된다. 국내 부동산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리스크는 다름 아닌 정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