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에 새로 입성한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모주에 대한 기대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공모시장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굵직한 대어들이 IPO(기업공개)를 앞뒀고 증시환경도 점차 개선되는 모양새다.


◆공모주펀드에서 떠나는 ‘뭉칫돈’

공모주펀드는 평상시 단기채권이나 예금 등을 통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리다가 상장기업이 나오면 공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펀드다. 따라서 공모주펀드는 주식 또는 채권혼합형펀드로 분류된다. 또 2014년부터는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시장을 살리기 위해 하이일드펀드가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하이일드펀드는 운용자산의 45% 이상을 저신용등급 채권이나 코넥스 주식에 투자하면 기업의 IPO나 유상증자 물량의 10%를 우선배정 받을 수 있다. 또 이자와 배당소득도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다.


여러 혜택과 안정적 운용방식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 공모주펀드의 인기는 공모시장 분위기와 비례한다. 2015년에는 전체 76개의 공모주펀드에 자그마치 2조5144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LIG넥스원, 이노션, 미래에셋생명, 더블유게임즈, 제주항공 등 공모규모 1000억원 이상의 대어급 IPO가 줄줄이 진행되면서 시장을 뜨겁게 달궜기 때문이다. 신규 공모주의 수익률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코스피시장 신규상장 종목의 수익률은 평균 13.36% 상승해 같은 기간 2.38% 하락한 코스피지수보다 큰 폭의 강세를 보였다. 특히 이들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는 평균 23.26%를 보이며 IPO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만 공모주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펀드 자금유출 러시도 이어졌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초부터 공모주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7534억원에 달한다. 월별로 보면 1월에 3099억원, 2월에 2421억원, 3월에 2014억원이 유출됐다. 지난해 하반기 상장한 종목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보이면서 공모주 인기가 사그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증시에 입성한 49개 기업의 상장 후 연말까지 평균주가상승률은 0.8%에 불과하다. 이 중 연말에 일시적 강세를 보였던 미투온, 잉글우드랩 등을 제외하면 주가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로 따져보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제외한 신규상장사 68개 중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돈 건수는 22건으로 집계됐다. 상장 후 1개월 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경우는 36개로 전체의 절반을 웃돌았고 공모주펀드의 수익률도 1%대에 머물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공모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신규 상장기업의 공모가가 높아졌다”며 “이 때문에 공모주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하고 펀드도 수익률이 침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공모시장 ‘활기’… 공모주펀드도 ‘웃음’


하지만 올해 들어 공모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증시에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 및 승인받거나 상장한 기업은 39개에 달한다. 이 중 이미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는다. 지난 2월24일 상장한 자동차 부품기업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상장 후 지난달 30일까지 공모가대비 300%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의 공모 당시 청약경쟁률은 636.66대 1을 기록하면서 증거금만 8000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 2월28일 상장한 신신제약 주가 역시 같은 기간 124% 넘게 뛰어올랐다. 이 밖에 코미코, 아스타 등의 종목도 수백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상장에 성공한 후 공모가 대비 양호한 주가 상승을 이어갔다.


[머니S토리] 돈 빠지는 공모주펀드, 올해는 다르다?

이 같은 공모주의 강세 덕분에 최근 공모주펀드 수익률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공모주펀드 94개 중 올해 들어 손실을 기록한 펀드는 9개에 불과했다. 이 중 1%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펀드는 4개뿐이다. 반면 나머지 83개의 펀드는 1~4%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펀드는 ‘동양글로벌IPO뉴스탁자 1(주식)A’로 수익률 4.64%를 나타냈다. 또 ‘삼성배당플러스공모주 1[주혼](C)’, ‘NH-Amundi Allset모아모아30[채혼]ClassA’, ‘하나UBS공모주&지배구조자[채혼] Class A’ 등의 펀드가 2.5%를 넘는 수익률을 보였다.

특히 올해는 초대어들이 공모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 앞으로의 공모주펀드 수익률도 기대된다. 가장 관심이 높은 대어는 넷마블게임즈다. 넷마블은 지난달 2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2조원 이상의 자금공모 계획을 밝혔다. 주당 희망가격밴드는 12만1000~15만7000원선으로 희망가 하단 기준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는다. ING생명도 오는 27일부터 청약을 진행하고 5월에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규모는 최대 1조3000억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3조원 안팎이다. 이밖에 ABC마트코리아가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고 이랜드리테일과 LS오토모티브 등의 기업이 예심 청구를 제출했다. 아울러 회계 논란으로 상장 절차가 다소 지연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거래소와 일정을 조율해 올해 안에 상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한국남동발전, 동서발전도 공모규모 각각 1조원 내외로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과 총수 일가의 검찰 조사로 상장을 잠정 철회한 호텔롯데가 다시 상장을 재개하면 올해 공모시장은 역대 최대 수준인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점쳐진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