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왁자지껄 잦아든 탐라로 옵서예
송세진의 On the Road – 제주 2박3일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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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조용해졌다고 한다. 최근 중국인들의 한국 행이 뜸해서다. 바로 이때다. 한가하게 즐기기 좋은 제주로 가보자. 주말의 2박3일을 알차게 즐겨보자. 제주는 지금 꽃바람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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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검멀레해변. |
◆첫날. 서쪽 바다와 선운정사
주말이 시작되는 오후,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서쪽으로 가보자. 제주시 서쪽에는 이호테우해변을 시작으로 구엄리, 애월, 곽지, 금능, 협재 등 예쁘기로 소문난 해변이 줄을 잇는다. 공항에서 40분쯤 달려 곽지해변쯤에 멈춰 본다. 곽지해변에서 애월까지는 한담해안산책로다. 애월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카페와 맛집이 많아 주차장이 복잡하다. 상대적으로 주차공간이 넉넉한 곽지에 차를 세우고 해안산책로를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분주함을 피하는 방법이다. 바닷가 산책로는 높낮이가 있는 편이어서 해안선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고 바다 색도 다양하게 바뀐다. 제주 서쪽 바다는 일몰이 아름답다. 해가 질 즈음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떨어지는 해를 감상해 보자.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도 좋고 바닷가 벤치나 모래사장도 좋다.
해가 지면 선운정사로 향한다. 밤에 가볼 만한 곳이 많지 않은 제주에서 선운정사의 빛마루축제는 여행자에게 인기있는 볼거리다. 아직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일단 절 집을 한바퀴 둘러본다. 1999년에 대웅전을 완공했으니 오래된 사찰은 아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이 있다.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전각 불사, 경내에 있는 설문대할망소원돌 등에서 ‘1만8000 신들의 고향’이라는 제주도 문화가 불교와 융합된 것을 볼 수 있다. 2013년 석조약사여래좌상이 제주도 문화재 자료 제11호가 됐다.
7시가 넘으면 경내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1만8000여개의 연꽃과 연등, 탑, 전각 등이 오색빛으로 물들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된다. 아픈 곳이 있다면 도담각에 들러 보자. 나무 기둥과 유리로 지은 전각은 매우 현대적이고 벽을 통해 보이는 바깥의 연꽃 불빛이 더욱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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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곽지과물해변, 선운정사 도담각. |
◆둘째날. 유채꽃 보고 우도까지
유채꽃 축제가 끝나도 유채밭은 여전하다. 제주 특유의 고사리 장마와 함께 고사리가 쑥쑥 올라오는 이 계절엔 유채도 보고 고사리도 딸 수 있어 땅을 살피는 여행자를 자주 만난다. 일부러 씨를 뿌리지 않아도 검은 돌담 아래 하나씩 올라온 노란 유채는 가장 제주다운 그림이 아닐까 싶다.
유채꽃 플라자, 가시리 풍력단지 쪽으로 가면 넓은 유채밭이 있다. 유채꽃 축제가 열렸던 곳이다. 이왕 이곳까지 온 김에 큰사슴이오름에 올라가 유채밭을 내려다 보자. 이곳 가시리는 말 방목으로도 유명하니 옆에 있는 조랑말박물관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내려갈 때는 녹산로를 따라 성산포항으로 간다. 녹산로는 도로변의 유채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단, 구경에 취해 운전에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이제 우도로 넘어가 보자. 우도는 제주도에서도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힌다. 따라서 한낮의 우도는 다소 소란한 편이다. 사실 우도를 제대로 느끼려면 하룻밤을 묵는 게 좋다. 성산포항으로 가는 마지막 배가 나가고 나면 갑자기 고요가 찾아온다. 복잡했던 카페와 음식점도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고, 나른해진 바닷가로 천천히 해가 내려온다. 동네 개들도 하루 종일 어디 숨어 있었는지 이제야 길가로 나와 뛰어다니고, 몇 안 남은 여행자에게 장난을 친다.
우도만의 특징을 가진 바다는 서빈백사다. 이는 모래사장이 아닌 홍조단괴해변이다. 파도에 침식된 홍조단괴가 하얗게 해변에 깔려있는데, 흔히 알려진 산호초와는 다르다. 홍조단괴는 김, 우뭇가사리 같은 홍조류가 돌처럼 단단하게 굳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홍조단괴해변은 우도에만 있다. 해가 지면 우도는 더욱더 적막해진다. 여행자들이 기대했을 ‘고요한 외딴섬’의 모습을 이제야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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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서빈백사. |
◆셋째날. 우도등대공원, 검멀레해안, 제주 동쪽 바다
아침엔 숙소 주변을 잠깐 산책해 보자. 오후의 바다와는 또 다른 청량감이 있다.
오전에는 우도봉이다. 이미 우도봉에 올라 봤다면 조금 다른 코스로 가 보자. 대부분 여행자가 오르는 코스는 소머리오름 서쪽인데 이번에는 우도등대공원이 목적지다. 검멀레해안 쪽에서 200미터쯤 계단을 따라 올라간 후, 능선을 타고 걸어가면 어렵지 않게 등대에 다다른다. 우도 등대는 제주도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등대로 1906년 3월에 처음 불을 밝혔고 1959년 유인등대가 됐다. 지난 2005년 우도 등대 100주년을 맞아 우도등간을 복원했다. 이곳에서 옛날 등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등대 아래로는 우도 남쪽 바다가 보인다. 평화로운 남동쪽 풍경과 걸어온 길이 그림 같다. 우도등간 뒤쪽, 설문대할망 소망항아리에서는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져 본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를 대표하는 여신이다. 그녀가 들고 있는 소망항아리는 한라산을 닮았다. 이곳에 모인 동전은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고 한다.
이제 검멀레해안으로 내려와 잠깐 쉬어가자. 여기서는 땅콩 아이스크림이 인기다. 고소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에 토핑한 동글동글한 땅콩은 우도의 특산물이다. 검멀레해안을 바라보는 테이블에 앉아 풍경과 맛, 여유를 즐기자.
공항으로 가기 전, 시간이 된다면 동쪽 바다 한군데쯤 들러 보자. 하도리, 세화, 평대리, 월정리까지는 하얀 모래사장과 예쁜 카페가 많고 함덕은 서우봉이 있어 바닷가 전체를 조망하기 좋다. 삼양검은모래해변은 독특한 모래 색깔과 일몰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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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등대공원. |
[여행 정보]
[제주공항에서 곽지과물해변 가는 법- 대중교통]
제주공항에서 90번 버스 승차 - 제주민속오일장 정류장 하차 - 702번 승차 - 곽지과물해변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곽지과물해변: 검색어 ‘곽지과물해변주차장’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
선운정사: 검색어 ‘선운정사’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구몰동길 65
유채꽃프라자: 검색어 ‘유채꽃프라자’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 464-65
성산포항여객터미널: 검색어 ‘성산포항여객터미널’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검멀레해수욕장: 검색어 ‘검멀레해수욕장’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
함덕서우봉해변: 검색어 ‘함덕서우봉해변’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면 함덕리 1008
선운정사
문의: 064-721-2281 / http://www.xn--vf4b9hv1mmqb.xn--3e0b707e
빛마루축제 점등: (4월~10월말) 일몰 후~오후 10시 / (11월~3월말) 일몰 후~오후 9시
우도 가는 법
우도해운: 064-782-5671 (날씨에 따라 출항 여부 확인)
성산포항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입도 (예약 없음)
배 시간은 기본 아침 7시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있고, 계절에 따라 달라짐
승선신고서와 신분증을 가지고 티켓 구매 (승선신고서는 왕복 총 2장 작성)
요금(선박+도립공원입장료, 왕복시): 성인 5000원 / 중학생 이상 4800원 / 경노·장애인 4000원 / 초등학생 1900원 / 만2세~6세 1400원
차량요금: 터미널에서 확인
음식
구이사이: 애월에 위치한 식당으로 가격대비 푸짐하고 탕과 반찬 모두 맛이 좋다. 아침식사도 되는 곳이라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여행자에게 좋다.
정식 7000원 / 우거지해장국 7000원 / 돼지생갈비(1대) 6000원
064-799-9242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신엄9길 2
만덕이네: 성읍민속마을 근처에 있으며 주방장이 한식대첩에 출연한 경력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전복두루치기, 갈치조림을 많이 찾는다.
갈치조림 4만5000원~6만5000원 / 전복두루치기 3만원~ / 접짝뼈국 1만원
064-787-3827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서성일로16
키다리아저씨: 제주 흑돼지로 만든 돈까스에 전복이 들어 있고, 시원한 하얀국물인 백짬뽕이 이 집의 대표메뉴다. 여럿이 갈 때 메뉴를 나눠 주문하면 궁합이 잘 맞는다.
전복 품은 돈까스 1만2000원 / 백짬뽕 1만2000원 / 생맥주(무한리필) 5000원
064-784-5632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우도면 우도봉길 2
호로락: 해물칼국수와 보말칼국수, 해물라면 등을 맛볼 수 있는 면 전문점이다. 게우밥은 전복 내장 볶음밥으로 매운 국물과 잘 어울리는 이 집의 별미다.
해물칼국수 1만원 / 보말칼국수 1만원 / 게우밥 1만5000원
064-784-0054 / 제주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1132
지미스땅콩아이스크림: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의 원조집이라 할 수 있다. 진짜 우도 땅콩만 사용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이스크림에 통 땅콩을 올려 고소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원조 수제땅콩아이스크림 4000원 / 한라봉&천혜향 샤베트 4500원
010-9868-8633 / 제주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1132
숙박
우도다올펜션: 우도 서빈백사 가까이에 있는 펜션으로 거실에서 보이는 바다 전망이 아름답다. 아침저녁으로 해안가를 산책하기 좋은 숙소다.
예약문의: 064-784-8802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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