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동양생명, '안방 효과' 언제쯤?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인수한 동양생명의 기세가 무섭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국내 보험업계에서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추진, 눈에 띄는 외형성장을 이뤄내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일각에선 무리한 외형확장에 따른 우려도 제기돼 올해 동양생명 경영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생명보험협회 월별통계자료에 따르면 1월 동양생명의 총 운용자산은 23조812억원으로 지난해 1월 대비 17.9% 증가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초회보험료 실적이다. 동양생명은 올 1월 5102억원의 초회보험료를 기록하며 생보사 전체 5위를 기록했다. 안방보험 인수 전 운용자산과 초회보험료 부문에서 전체 7~8위에 그쳤던 동양생명은 지난해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며 5위권 보험사로 도약을 시작했다.

◆'보험료 하락' 무기로 올해도 '공격 앞으로'
 
동양생명의 초회보험료가 껑충 뛴 이유는 저축성보험 판매량 증가 덕이다. 동양생명은 고금리 저축성 판매에 열을 올리며 많은 가입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동양생명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는 2조35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1120% 급증했다.


동양생명은 또 올해 보장성보험 판매도 공격적으로 진행할 준비를 마쳤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이달 확정금리형 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을 연 2.9%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업계 빅3로 불리는 삼성·한화·교보의 예정이율 2.5%보다 0.4%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통상적으로 예정이율 상승은 보험료 하락으로 이어진다. 결국 동양생명은 보험료 인하를 통해 종신보험 가입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들고 나온 셈이다. 상품별 사업비 등이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동양생명의 종신보험상품은 타사 대비 10~20%가량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동양생명의 예정이율은 확정금리다. 앞으로 금리가 낮아져도 동양생명은 가입자 보험적립금에 연 2.9%를 복리로 보장해줘야 한다. 가히 파격적인 영업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도 중국 내에서 외형을 키워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는 전략을 구사했다"며 "동양생명도 국내에서 비슷한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입자 입맛에 맞는 상품구성으로 설계사도 늘었다. 전체 생보사 설계사 수는 독립보험대리점의 증가로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3818명의 설계사를 확보, 전년 대비 5.87% 늘어났다.

◆"보장성판매도 20% 증가… 무리한 확장 아냐"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몸집불리기엔 성공했지만 국내는 물론 글로벌 보험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영업전략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동양생명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1조5000억원치를 판매한 양로보험(저축성보험)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줄 때 연 2%대 후반의 이자를 얹어줘야 해 지금 같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손실이 매우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실적 전망은 밝은 편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육류대출담보 사기건으로 수천억원대 손실이 발생하며 사상 최대 이익 달성의 해를 올해로 연기했다. 다만 일시납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점은 부담이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투자리포트를 통해 "동양생명의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은 1905억원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하지만 신계약 마진이 높지 않은 일시납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아 핵심이익이 확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다가올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대비, 보험사에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을 위해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 중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저축성상품을 많이 팔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동양생명의 고금리 저축성보험 확대에 별다른 규제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안방보험의 자금력을 통해 동양생명 지급여력비율(RBC)이 여전히 안정적인 수치이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안방보험에서 5283억원을 수혈, RBC가 기존 182.0%에서 234.5%로 개선된 상황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성보험 외에 보장성보험 판매도 20% 가까이 늘었다"며 "무리한 확장이라기보다는 전체적인 판매비중이 늘며 회사 수익성이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