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적자’ 티몬이 1300억원가량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산소호흡기를 달았다. 티몬은 투자금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최종적으로는 코스피 상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당초 ‘테슬라 요건’을 활용한 코스닥 입성을 계획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유망기업 요건’을 통한 코스피 상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티몬의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쏟아낸다. 


◆산소호흡기 달고 사업 확장



티몬이 최근 1년간 총 13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다. 글로벌 국부펀드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은 지난해 말 티몬에 총 800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지난달 시몬느자산운용이 500억원을 투자함에 따라 총 1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게 된 것.

티몬은 이 투자금을 '모바일 장보기서비스'와 '종합여행서비스'를 고도화시키는 데 주로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시몬느의 북미·유럽·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네트워크가 티몬의 해외사업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몬느는 버버리·코치·마이클코어·마크제이콥스 등 전세계 명품 핸드백 제조업체(ODM)시장의 10%를 점유한 기업이다. 명품 소비량이 가장 많은 미국에서도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하는 등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시몬느는 이번 투자로 티몬의 온라인·모바일 유통망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김성욱 시몬느자산운용 증권2본부장은 "티몬이 지금까지 보여준 성장성과 잠재력,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전략 등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현성 티몬 대표. /사진제공=티몬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신현성 티몬 대표. /사진제공=티몬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시몬느자산운용은 현재 1조원 규모의 전문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사로 지난해 5월 말 조성한 150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인 '글로벌벤처투자펀드'를 통해 티몬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헤지펀드로 벤처기업 지분에 투자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면서 “(시몬느자산운용이) 장기적으로 티몬의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 보고 8년 만기의 벤처 투자 헤지펀드를 활용해 전략적 베팅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아닌 코스피 입성 추진설… 왜?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당장의 자금난을 해소한 티몬은 IPO(기업공개) 작업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티몬은 지난 3월 삼성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중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몬 측은 아직 결정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티몬이 코스피 입성을 노리는 것으로 본다. IB업계 관계자는 “티몬은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상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상태”라면서 “당초 티몬은 ‘테슬라 요건’을 통한 코스닥 상장에 관심을 보였지만 현재 코스피 상장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요건은 적자기업이라도 뚜렷한 사업성을 갖추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제도다.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후 3개월간 주관사에 풋백옵션을 부여한다. 풋백옵션은 투자자에게 공모가의 90%까지 되돌려주는 제도로 상장기업의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볼 경우 주관사가 일부 책임지고 물어준다. 업계에서는 상장주관사인 삼성증권이 향후 티몬 주가에 대한 부담을 일부 떠안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테슬라 요건이 아닌 다른 방안을 권했을 것이라고 점친다.

티몬이 방향을 틀어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IPO 방식은 ‘유망기업 요건’의 코스피 상장이다.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000억원 이상 기준을 충족시키면 적자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다. 


앞서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적자기업임에도 예상 시가총액 6000억원과 자기자본 2000억원을 동시에 충족하는 자격으로 코스피에 입성한 바 있다. 시가총액은 공모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티몬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 기준 2676억원 규모에 부합한다.

게다가 기관투자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코스피시장은 개인 투자자 위주의 코스닥시장에 비해 투자자 저변이 넓다. 지수선물 등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되는 코스피200 지수도 있어 가치를 평가받기에는 코스닥보다 코스피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많다. 코스닥 대표 기업인 카카오가 코스피로 옮겨간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같은 평가에 근거한다.

◆6년째 적자… 갈길 먼 티몬 IPO

상장에 성공하면 티몬은 경쟁사 중 유일하게 상장사 지위에 올라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자금 조달을 구상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티몬이 해마다 적자폭을 키워가며 6년째 내리막길을 걸어와서다. 적자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스피 상장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실제 티몬은 2014년 246억원에서 2015년 1419억원, 지난해 15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머니S토리] 티몬, '적자 상장' 승부수 통할까

티몬 측은 사업 성장기 필수적인 투자에 따른 ‘계획된 적자’라는 점을 내세우지만 6년이 넘도록 손실을 내면서 재무건전성에 우려를 표하는 시각이 대다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티몬의 적자 반등 시기는 다른 경쟁사보다 늦춰지는 모습”이라며 “적자 규모부터 대폭 줄이는 게 시급하고 성장성 면에서는 특별한 독자기술을 보유하거나 탄탄한 내수시장을 갖춘 게 아니어서 코스피 상장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티몬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티몬 관계자는 “새로운 투자자금 확보의 방법으로 상장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