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주가연계증권)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다. 2015년 홍콩중국기업지수(HSCEI)의 폭락으로 묶여있던 뭉칫돈이 글로벌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점차 상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ELS의 기초자산이 HSCEI 대신 유로스톡스(Eurostoxx)50지수에 몰리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도한 기초자산 쏠림이 HSCEI의 악몽을 재현시킬 수 있어서다. 중위험·중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다시 ELS에 투자해도 될까.


◆1분기 ELS 발행규모↑… 투심 ‘개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분기 ELS 발행금액은 19조89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4억원에 비해 98% 증가했다. 전분기인 지난해 12월 말 기준 17조9815억원보다도 10.6% 늘어났다. 2015년 2분기 19조7000억원을 발행한 후 최대 수준이다. 통상 4분기는 퇴직연금 수요가 늘어나 ELS 발행이 급증하는데 이보다 올 1분기 발행규모가 더 많았다. 종목 수 기준으로도 4942개로 전년 동기 3479개에 비해 42.05% 증가했다.


올 들어 ELS 발행이 늘어난 이유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글로벌증시가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최상위 소득자와 기업들의 세금을 대규모 감면하는 세제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국내 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사용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우상향했다. 세제개혁안이 발표된 날 기준 S&P500은 2387.45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초보다 13%가량 상승했다. 홍콩항셍지수(HSI)와 Eurostoxx50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11%, 20% 올랐다.

이들 기초자산 지수가 강세를 보이면서 ELS 조기상환 규모도 늘었다. 1분기 전체 ELS의 상환금액은 24조3929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4% 증가했다. 조기상환이 늘면서 증권사의 발행 여력이 증가한 것도 ELS 발행 규모 증가의 원인이다. ELS는 증권사의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레버리지비율 1100% 규제를 받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ELS가 조기상환되는 만큼 새로 ELS를 발행할 수 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ELS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회사 차원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고객 유치에 나섰다”며 “1~2년 전보다 다양한 구조의 ELS가 나와 중위험·중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ELS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가 증가하는 점은 ELS투자의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발행형태별로 보면 개인이 주로 투자하는 공모형 ELS는 14조7551억원, 사모 ELS는 5조1371억원 발행됐다. 전 분기 대비 공모형은 3.6% 증가에 그친 반면 사모형은 37.4% 늘어났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최근 주요 지표들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ELS시장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수요증가와 투자심리 개선이 반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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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 더한 ELS 인기… 쏠림현상 경계해야

최근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상품은 리자드(도마뱀)형 ELS다. 지난 1월 NH투자증권은 리자드형 ELS를 출시한 지 약 7개월 만에 누적 판매액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신한금융투자도 누적 판매액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리자드형 ELS의 발행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리자드형 ELS는 도마뱀이 위기 때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기초지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조기상환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이다. 예컨대 가장 흔한 상품인 녹인배리어(손실구간) 50%에 6개월 조기상환 기준이 90-90-85-85-80-75으로 설정된 연수익 6% 추구 스텝다운형 ELS가 있다. 리자드형 ELS는 여기에 기초자산이 6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일정기일(보통 1년 단위)에 기존 수익의 절반 수준인 3%를 받고 상환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한 상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초지수가 조기상환 기준보다 하락하더라도 한번 더 상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와 함께 기대수익률은 다소 낮지만 녹인배리어가 아예 없는 노녹인 ELS 상품도 관심받는 추세다. 과거 HSCEI ELS에서 녹인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ELS의 위험을 학습하고 더 안정적인 상품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중국증시가 유례 없는 강세를 보일 당시 HSCEI는 1만5000선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HSCEI가 7500선으로 주저앉으면서 최고점 때 HSCEI를 기초로 발행한 ELS가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특히 손실을 키운 원인으로 HSCEI로의 쏠림현상이 지목된다. 당시 변동성이 큰 HSCEI를 편입하면 기대수익률을 2~3% 높일 수 있었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에 유로스톡스50지수로 이 같은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1분기 발행된 ELS 중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상품은 15조3382억원에 달한다. 전체 발행금액의 77%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유로스톡스50 ELS는 전분기보다 91.4% 늘어나는 등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유럽증시가 최근 강세를 보이면서 고점을 높여가고 있지만 앞으로 각국의 대선, 유럽중앙은행의 긴축 등의 거시환경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 발행이 극단적으로 많이 쏠리고 있는데도 투자자들이 수익률 쫓기 식 투자에 나서면서 위험에 무뎌지고 있다”며 “과거에 HSCEI지수 폭락과 같은 ELS 투자 실패가 여러번 있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발행되는 ELS의 85%가 해외지수를 활용하는데 정작 활용되는 지수는 유로스톡스50, HSI, S&P500 등으로 한정됐다”며 “이런 상황이 6개월 이상만 지속돼도 과거 HSCEI 녹인 발생 이전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