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재벌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정부가 탄생하며 경제계가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대선 과정에서 언급된 재벌개혁안의 추진 시점과 실제 강도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황제경영, 부당특혜 근절 등 강력한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벌, 청산 대상 vs 동반자

이를 위해 계열공익법인, 자사주, 우회출자 등 우회적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방안을 마련하고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전자투표·서면투표제 도입 등 대주주의 권한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재벌총수들의 단골 범죄인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를 엄정 처벌하고 사면권도 제한할 방침이다.


재벌의 문어발 경제력 확장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지주사 요건 및 규제 강화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 강화 ▲일감몰아주기·부당내부거래·납품단가후려치기 등 재벌의 갑질 횡포 전면적 조사 및 엄벌 ▲금산분리 강화로 재벌의 제2금융권 소유 금지 등의 강력한 재벌규제안이 예고된 상태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경영권을 침해하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대주주 일가를 위한 편법 경영을 방지한다는 방향성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리더십과 장기적 투자가 가능한 오너체제 기업의 장점은 외면한 재벌 옥죄기는 기업활동과 고용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모회사의 지분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 부실경영에 대해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는 주주 간 이해가 상충할 수 있고 불필요한 소송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을 나와 차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을 나와 차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인세율 인상이 예고된 점도 기업에게는 걱정거리다. 문 대통령은 일단 재정지출을 줄이고 덜 걷혔던 세금을 제대로 걷는 방법으로 주요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선 부자증세 후 법인세를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수익성과 노동유연성 등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며 “특히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벌을 청산의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강한데 이미 글로벌 경영트렌드에 발맞춰 자체적으로 경영 선진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려 속 새 정부에 협력 

이처럼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일단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경제계도 경영 선진화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를 잘 알고 있고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실천해 나가겠다”며 “새 정부가 공정·혁신·통합의 가치로 경제사회 분위기를 일신해 창의와 의욕이 넘치는 ‘역동적인 경제의 장’을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새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규제를 혁파하고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해 기업의 투자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며 “경제계도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