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치킨값 꼼수인상' BBQ의 생생한 민낯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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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초반에 가장 집중하고 싶은 부분이 가맹·대리점 거래 문제입니다. 자영업자들의 삶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치킨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비비큐가 새 정권 출범 초기부터 ‘가격 인상’ 후폭풍에 휩싸였다. BBQ는 지난 1일 황금올리브치킨 등 10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10.48% 인상했다. 그 배경으로 가맹점주의 수익성 악화를 꼽으면서 치킨가격 인상에 따른 이익을 가맹점주에게 돌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인상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인상분 중 500원을 ‘광고비 분담’에 사용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결국 가격인상을 통해 본사 이익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에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문제 가맹점 리스트’ 첫번째 타깃이 BBQ라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 500원 광고비 분담… 가맹위 실체는?
<머니S> 취재 결과 BBQ는 지난 15일부터 전국 가맹점주에게 광고비 분담을 목적으로 품목당(마리당) 500원씩을 걷는다. 이번에 가격이 인상된 10개 품목이 대상. 가맹점주가 치킨 한마리를 팔 때마다 500원을 본사 가맹운영위원회에 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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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근 제너시스 BBQ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
BBQ는 이를 위해 전국 가맹점주들에게 ‘BBQ 마케팅 확인 및 동의서 건’이라는 문건을 배포했다. <머니S>가 입수한 문건에는 “본인은 프랜차이즈브랜드 BBQ치킨의 마케팅위원회에 BBQ 판촉 및 광고에 대한 의결을 위임하고 있는 바 5월8일 마케팅위원회에서 안건 상정된 다음 사항에 대해 동의한다”고 적혀있다.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결의 건은 광고비 분담 ▲분담금액은 패밀리별 품목당(마리당) 500원이다. ▲시행일은 5월15일부터 분담금액이 완료되는 시점까지라고 적시됐다.
지방의 한 가맹점주는 “말이 가맹점을 위한 인상이지 결국에는 본사에서 광고비로 쓰겠다는 얘기”라며 “떼가는 기간도 정해놓지 않고 얼마를 모아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도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문건에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BBQ 가맹운영위원회의 실체도 나타나있다. 가맹위는 지역별 대표 점주로 구성된 조직으로 BBQ 치킨값 인상부터 이번 500원 마케팅 결의 등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사는 가맹위가 전국 가맹점을 대표하는 조직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이 위원회를 이른바 ‘어용 노조’에 빗대어 보는 시각이 많다. BBQ를 운영했던 전 가맹점주는 “지역별 대표가 올라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매출이 많고 본사 충성도가 높은 점주들을 선별해 본사에서 추천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이 가맹점주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도 “위원 몇명이 언제 어떻게 회의하고 의결했는지도 본사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가맹위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 “연간 400억 목표”… 업계 “터무니없는 소리”
본사와 가맹위는 ‘광고비 500원 분담’을 추진하면서 “연간 목표 4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 A씨는 “본사 측에서 마리당 500원씩을 떼가 연간 400억원을 모을 것으로 예상하는 모양”이라며 “점주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으로 매출이 소폭 하락해도 본사에서 하라면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400억원이 모이고 그만큼의 광고가 집행돼 긍정적인 매출 시너지가 나기만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터무니 없는 수치로 본다. BBQ의 지난해 매출은 2197억원. 70개 품목 중 10개 품목을 팔아 500원씩 모은다고 가정했을 때 판매가 많이 이뤄진다 해도 연간 나올 수 있는 금액은 70억~100억원 정도다. 400억원이라는 금액이 모이려면 대략 4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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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가맹점주에게 허황된 수치를 제시해 대단한 광고 효과가 있을 것처럼 오도하는 ‘약장수 전략’을 쓰고 있다”며 “광고채널 다변화로 광고단가가 전체적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과연 400억원 규모의 광고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를 위한다는 BBQ의 인상 명분을 두고 사실상 본사 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광고비 분담'이라는 큰 틀만 있지 세부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이 유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규 가맹점 확보와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본사가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는 가격인상뿐”이라며 “가맹점을 위해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명분일 뿐 결국 본사를 위한 인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한국소비자협회도 ‘의심 눈초리’… BBQ 앞날은?
한국소비자협회도 BBQ를 주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협회 물가감시센터는 최근 BBQ 관계자를 소환해 가격인상이 타당했는지,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BBQ 관계자는 “가격인상으로 이슈가 계속 되면서 소비자협회에서도 인상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며 “사실 500원 광고비 분담은 3개월 전 가격인상을 검토하던 시점에서부터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00원씩을 모아 가맹점주들에게 더 나은 영업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었다”며 “광고비와 사회공헌 등 여러 방안으로 사용 목적을 검토 중이고 그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BBQ가 연일 트러블메이커로 떠오르면서 치킨프랜차이즈업계는 덩달아 노심초사다. BBQ로 촉발된 불똥이 자신들에게까지 튈까 조바심을 내는 것. 특히 새 정부 들어 유통 규제, 가맹점 문제 등이 화두에 오른 상황에서 BBQ의 행보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너도나도 새 정부 눈치를 보는 와중에 치킨업계가 첫 타깃이 될까 불안하다”며 “BBQ라는 고비를 잘 넘겨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우려했다.
치킨프랜차이즈 1위(매장수 기준) BBQ의 오판으로 치킨업계마저 유탄을 맞는 것 아닐지 치킨업계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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