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초원으로 경영전쟁터 옮겨 새로운 도약 추구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30일 새로운 딥체인지 방향을 제시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딥체인지 1.0으로 짧은 여름과 긴 겨울의 알래스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경영전쟁터를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옮기는 딥체인지 2.0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약육강식 게임의 룰이 지배하지만 경쟁력만 있으면 생존은 물론 성장에 제약이 없는 아프리카 초원으로 무대를 옮겨 새로운 도약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래 먹거리 ‘배터리·화학’에 집중 투자

딥체인지는 SK그룹이 성장 정체에 빠진 그룹 및 각사 단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입한 경영법이다.

김 사장은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지동섭 SK루브리컨츠 사장,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 송진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 등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사장과 각 본부장들이 참여한 기자간담회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화학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을 지속성장이 가능한 구조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래프=SK이노베이션
/그래프=SK이노베이션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은 그간의 딥체인지를 통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과 올 1분기 조단위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2014년 말 8조원에 육박하던 순차입금을 1조 미만으로 줄이는 등 새로운 성장을 위한 충분한 체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진보 등으로 인한 SK이노베이션 사업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이같은 딥체인지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딥체인지의 방향으로 ▲안하던 것을 새롭게 잘하는 것과 ▲잘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잘하는 것 두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와 수익구조를 아프리카 초원에 적합하게 탈바꿈 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딥체인지① 안하던 것을 새롭게 잘하기

김 사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배터리와 화학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딥체인지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투자는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시장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로 했다. 배터리시장은 지난해 25GWh에서 2020년 110GWh로 다시 2025년에는 350~1000GWh로 초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시장 상황 및 수주 현황을 반영해 생산량을 지난해 말 기준 1.1GWh 수준에서 2020년에는 10GWh로 늘린 뒤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시장 30%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한번 충전으로 500Km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18년까지, 700Km까지 갈 수 있는 배터리는 2020년 초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화학사업은 현재와 같은 국내 생산 중심, 기초 화학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로는 제한적인 성장에서 탈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내수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지 중심 생산능력 확보 ▲고부가분야인 포장재 및 자동차용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수합병(M&A)은 과감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하기로 했으며 고부가가치 패키징분야의 기술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다우케미칼의 EAA사업 인수를 진행 중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전략을 통해 SK종합화학을 글로벌 10위권의 화학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딥체인지 ②잘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잘하기

SK이노베이션은 석유와 윤활유 및 석유개발사업은 글로벌 파트너링 확대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딥체인지를 추진키로 했다.

석유사업은 동북아-동남아-중동을 연결하는 이른바 3동시장에서 생산-마케팅-트레이딩 연계 모델을 개발하고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이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특히 동북아에서는 원유 공동 조 및 반제품 교환 등 수급 분야에서 협력 모델을 찾고 북미에서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것도 추진할 예정이다.

석유개발사업(E&P)은 저유가로 수익성은 악화되었지만 저유가에서도 사업기회가 존재하는 만큼 전통자원은 베트남·중국 중심으로 비전통자원은 북미에서 균형 잡힌 성장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현지에서 셰일 자원을 생산 중이며 올 초에는 석유개발사업 본사를 미국으로 옮긴 바 있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딥체인지는 에너지·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플러스알파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에너지·화학 중심 포트폴리오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위해 현재의 딥체인지도 새로운 딥체인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기업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영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딥체인지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는 급속히 커지게 될 것”이라며 “김준 사장이 밝힌 딥체인지는 우리나라 주력 산업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시켜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