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의 ‘크로스컨트리’는 스마트캐주얼을 입은 멋쟁이다. 재킷으로 격식을 차리면서 청바지와 운동화로 편안함을 추구한 유러피언 캐주얼이다. 품격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기존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최근 달라진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차다.

볼보자동차 크로스 컨트리. /사진제공=볼보자동차
볼보자동차 크로스 컨트리. /사진제공=볼보자동차

◆올-로드 스페셜리스트

크로스컨트리는 볼보자동차 90클러스터의 핵심차종이다. 볼보는 SUV 올뉴 XC90으로 포문을 연 뒤 대형세단 S90을 선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왜건 V90도 만들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V90을 기반으로 지상고를 높인 V90 크로스컨트리를 추가하며 라인업을 완성했다. 국내엔 V90 출시계획이 없어서 다른 클러스터와 달리 원래 차명을 빼고 ‘크로스컨트리’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SUV의 주행성능과 왜건의 실용성, 세단의 편안함까지 두루 갖춘 독특한 포지션의 차여서 볼보자동차에서는 크로스컨트리를 ‘프리미엄 올-로드 스페셜리스트’라고 칭한다. 전천후 주행성능으로 다이내믹한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면서 볼보자동차가 추구하는 스웨디시 럭셔리를 통해 최상의 안락함을 보장한다는 것.


최저지상고는 210㎜에 달해 SUV처럼 높은데 전체 높이는 1545㎜로 차체 형상이 세단이나 왜건처럼 납작하다. 게다가 너비는 1880㎜으로 넓고 길이는 5m에 약간 모자란 4940㎜나 돼 길쭉하다. 또 험로주행에 대비해 타이어 직경을 42㎜ 키우면서 휠아치를 새로 설계했고 바퀴 주변 차체가 손상되지 않게 흠집에 강한 소재로 감쌌다.

독특한 생김새는 차에 앉았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지상고가 높지만 시트포지션이 낮아 타고 내리기가 편한 데다 운전할 때 시야확보가 용이하다. SUV처럼 낑낑대며 올라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주행감각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서스펜션은 오프로드에서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기 위해 상하움직임이 길고 부지런하다. 도심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수많은 과속방지턱 앞에서 조금 더 당당해질 수 있다. 코너링 시에도 차고가 낮아 뒤뚱거리지 않는다. 저중심 설계로 운전자가 쉽게 다룰 수 있다.

취향에 따라 5가지 주행 모드를 고를 수 있다.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 개인 등이다. 오프로드 모드에서는 저속에서 큰 힘을 내도록 했고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빠른 반응과 경쾌한 가속감을 강조했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과 하체의 단단함도 함께 달라진다.


볼보자동차 크로스 컨트리. /사진제공=볼보자동차
볼보자동차 크로스 컨트리. /사진제공=볼보자동차

◆강하면서 민첩한 엔진

최근 볼보자동차는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라 부르는 최신 동력계통을 적용 중이다. 첨단기술이 집약된 신형 4기통 가솔린/디젤엔진과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가 조화를 이루는 게 핵심이다.

이번에 시승한 크로스컨트리 D5 AWD는 배기량 1969cc의 4기통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여기에 앞바퀴굴림방식 기반의 사륜구동(AWD)시스템이 적용돼 주행안정성을 높였다. 대형차에 2.0ℓ급 엔진이면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스펙을 살펴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최고출력 235마력(ps, @4000rpm), 최대토크 48.9㎏·m(@1750~2250rpm)의 엄청난 성능을 뿜어낸다.


이 같은 성능은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힘이 아무리 세더라도 반응이 굼뜨면 운전하는 재미가 없다. 하지만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지능형연료분사기술 ‘i-ART’와 자동차업계에서 최초로 시도한 ‘파워펄스’ 기술로 단점을 극복했다. 볼보는 터보랙을 없애려고 일정량의 압축공기를 저장소에 미리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터보차저의 터빈을 빠르게 돌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처럼 강한 힘을 자랑하지만 고급차종인 만큼 정숙성에도 신경썼다. 특히 차 안에서는 디젤차 특유의 거친 밸브소리와 강한 진동이 상당부분 정제된 채로 넘어온다. 옆 창문은 이중접합유리로 소음을 막으면서 안전도 함께 챙겼다.


◆첨단기술의 집약체

볼보의 새로운 디자인 아이콘, T자형 풀-LED 헤드램프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라는 애칭으로 더욱 유명하다. 이와 함께 새로운 그릴 디자인은 중후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테리어는 스칸디나비안 콘셉트로 꾸며졌다. 나뭇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천연 우드트림과 나파가죽을 적용한 볼보 특유의 인체공학적 시트가 편안함을 더한다. 은은한 조명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요소다.

차 안을 들여다보면 태블릿PC를 연상시키는 세로형 9인치 ‘센터콘솔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을 최소화하고 멋을 더했다. 터치 반응도 빠르고 한글화 작업이 잘 돼 나이가 많은 운전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육각형 ‘벌집패턴’을 차 곳곳에 활용한 점도 특징이다. 과거 C30에서 사용한 패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특히 다이얼은 주얼리 제품의 커팅을 연상케 하며 여러 버튼은 보석처럼 보이도록 두꺼운 투명 플라스틱을 썼다.


볼보자동차 크로스 컨트리 인테리어. /사진제공=볼보자동차
볼보자동차 크로스 컨트리 인테리어. /사진제공=볼보자동차

◆볼보다움을 간직한 차

‘안전의 볼보’라는 말은 안전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는 고집 때문에 생겨났다. 크로스컨트리에서 이 같은 철학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사고를 미연에 막는 능동안전에 집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여러 안전시스템을 통합한 ‘파일럿 어시스트 II’시스템은 운전대를 스스로 돌려 차선을 유지한 채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주행할 수 있다. 이른바 반자율주행기능이다. 특히 두 차선의 가운데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어 운전이 한결 편안하다. 운전대를 돌리는 힘도 꽤 강해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장거리 운전 시 유용하다.

사소한 배려도 눈에 띈다. 앞좌석 사이엔 230V 콘센트가 마련돼 각종 전자제품을 활용하기 편하며 실내공기청정시스템(IAQS)이 포함된 포존(4zone)온도조절기능도 갖췄다. 손을 이용하지 않고 발을 움직여 트렁크 뒷문을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도 지원한다.

크로스컨트리는 자신만의 매력을 충분히 드러내는 차다. 이 차와 함께라면 당장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넉넉한 공간과 탄탄한 주행감각은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나아가 고급스러운 나무와 가죽, 차가운 금속소재가 은은한 조명과 조화를 이뤄 곳곳에서 편안함을 준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를 즐길 수 있는 차. 그것이 크로스컨트리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