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생활물가] 뛰는 물가 잡을까
허주열 기자
4,489
공유하기
밥상물가 상승세가 매섭다. 오징어·양파·계란 등 농축수산물을 비롯해 포도·수박 등 과실물가도 고공비행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폭염, 가뭄 등 재해까지 겹치며 물가상승을 부추긴다. 부랴부랴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와 ‘정부수매물량 공급 연장’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 |
/사진=뉴시스 이종철 기자 |
◆서민생활 밀접품목 가격 급등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물가안정 목표치인 2% 내외의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은 예외다. 삶에 꼭 필요한 물품의 가격은 고공비행을 거듭해 가뜩이나 무거운 서민의 어깨를 더욱 짓누른다.
지난 6월16일 기준 계란 30개 가격은 7933원으로 평년 대비 43.6% 높고 냉동오징어 한마리는 3147원으로 49.6% 올랐다. 양파는 가뭄과 이른 폭염의 여파로 평년 대비 5만톤가량 공급물량이 부족해지며 가락시장 도매가 기준 1㎏당 1098원으로 전년 대비 60% 급등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 효과에 힘입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점차 완화돼 올 4분기 이후에는 1% 중반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계란·오징어 등 밥상물가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최근 폭염과 가뭄의 여파로 귤·사과·포도 등 과일 가격이 계속 올라 과실물가지수(118.15)가 2013년 5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문재인정부가 밥상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직접 칼을 빼들었다. 지난 6월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농림축산식품부 등 7개 정부부처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참여하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한 것.
이 자리에서 고 차관은 “최근 가격이 상승한 생활밀접품목에 대한 수급 및 가격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계란은 태국산 등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가격 강세가 지속되면 정부수매물량 공급도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은 닭고기 및 돼지고기는 6월 하순 이후 가격 안정이 예상돼 비축물량 방출, 할인행사 등을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닭고기 비축물량은 정부 2100톤, 민간 5900톤 수준이다.
농산물 중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양파는 수급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하고 가격이 추가로 오를 경우 저율관세할당(TRQ) 잔량 6만3000톤을 우선 운용키로 했다. 또 AI와 가뭄 등 불안요인에 대해선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가뭄 피해로 수급불안이 우려되는 양파·고랭지 배추 등을 집중 생육·관리하고 양파 조기수매 계약과 봄배추 물량 수매비축을 추진한다. 아울러 AI 재발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과 제도개선책도 마련한다.
오징어의 경우 연근해 주 생산시기(8월 이후) 도래 전까지 정부수매물량을 연장 공급하고 산지직송 직거래행사(7~8월) 및 수산물 물가안정 할인대축제(8월) 등을 통해 대중성 어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와 함께 생활밀접품목에 대한 부담 완화를 위해 농협이 선도적으로 농축산물, 가공식품 등을 대상으로 7~8월 중 특별 할인판매를 확대 추진(227→258품목)할 예정이다. 이 제품들은 시중가격 대비 20~60% 할인한 가격에 공급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등 생활물가 상승은 서민가계의 부담 증가로 직결되므로 공급량을 조절하는 한편 생활밀접품목 중심으로 편법적인 가격인상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며 “물가 여건이 어려운 3분기 중 현장점검을 집중 실시한 후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후속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
지난 6월19일 고형권(오른쪽 세번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물가관계 차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
◆단기+중장기 대책 병행 필요
이에 대해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AI와 가뭄 같은 재해는 거의 매년 반복되는데 이제 와서 대책을 추진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며 “재해를 예상해 미리 수리시설을 늘리거나 장비를 투입했다면 물가상승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과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기존 대책과 큰 차별성이 없다”며 “실패한 대책을 되풀이해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농수산업계 안팎에선 비효율적인 유통체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목한다. 농수산식품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통상 ‘산지수집상→도매상→소매상’ 등의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유통비용이 소비자가격의 45%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생산자는 가격 인상 시 큰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가격이 내릴 경우에는 유통업자들의 손실 떠넘기기로 직격탄을 맞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적 문제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됐지만 유의미한 해결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생활물가의 구조적인 안정을 위해 자율수급조절 기능 강화 및 유통체계 혁신 등 중장기 과제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며 “농어가와 소비자 상생을 위해 5대 채소(배추·무·고추·마늘·양파)에 대한 중앙주산지협의회를 도입하고 생산·출하안정제와 농업보험을 지속 확대하는 한편 산지조직화와 산지유통 계열화로 생산비·유통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