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첫 승소. 사진은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신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소비자 첫 승소. 사진은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신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주택용 전기 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해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처음으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인천지법 민사16부(부장판사 홍기찬)는 28일 김모씨 등 전력 소비자 869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기의 분배를 위한 요금 체계가 특정 집단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해 형평을 잃거나 다른 집단과 상이한 요금 체계를 적용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사용자들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한전)는 원고(소비자)들로부터 이미 납부 받은 전기 요금과 100㎾h(킬로와트시) 이하 사용 시 적용되는 기본 요금 및 전력량 요금에 따라 계산한 전기 요금의 차액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 참가자 1명당 최소 4500원에서 최대 45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한전은 그간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 단가가 비싸지는 누진제를 주택용 전기 요금에 적용한 반면, 국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 요금에는 적용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재판부는 한전 측에 주택용 전기 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청했지만 한전은 끝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번 재판 결과는 전국적으로 한전을 상대로 진행 중인 12건의 유사 소송 가운데 소비자가 처음 승소한 것이다.

전국의 전기료 누진제 소송 12건을 모두 대리하고 있는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는 판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건의 소송 참가자와 법관의 양심에 따라 정의로운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에 모두 감사하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해 줄 것을 믿는다"고 소감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