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또 한번 절묘한 승부수를 던졌다. KDB대우증권 인수로 단숨에 증권업계 1위로 도약하더니 이번에는 국내 최대 공룡 IT기업 네이버와 손잡고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도약을 천명한 것.

이번 제휴로 미래에셋이 얻는 이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네이버의 IT 기술을 바탕으로 신금융산업에 진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래가 기대되는 IT벤처기업으로의 투자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게 된다. 또 미래에셋대우의 자본확충과 경영권 강화도 가능해진다.


이제 남은 건 디지털금융시장을 효율적으로 점령하는 방법이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박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이번에도 통할지 주목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제공=미래에셋그룹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제공=미래에셋그룹

◆4차산업·자본확충·경영권 ‘일석삼조’

지난달 26일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최고 인터넷기업 네이버와 국내외 디지털금융 비즈니스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서로에게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두 회사의 실천력을 확보하고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먼저 금융분야와 관련된 인공지능(AI)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세계적인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하고 다수의 전문인력을 보유하는 등 국내에서 독보적인 AI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미래에셋은 여기에 금융노하우를 접목해 이용자의 환경에 맞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 경쟁이 치열한 증권업계에서 네이버와의 협업은 탁월한 성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4차산업 육성을 위한 스타트업기업 발굴과 투자에도 더욱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기술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네이버의 안목과 투자전문가로서 성장성을 내다보는 미래에셋의 능력이 빛을 발할 기회인 셈이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 3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4차 산업혁명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동참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사업적인 측면 외에도 미래에셋은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할 수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금융위의 ‘초대형 IB 육성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8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IMA를 통해 수신업무를 할 수 있어 사실상 은행과도 경쟁이 가능해진다. 미래에셋대우가 네이버와 주식스와프를 진행하면 자사주가 자기자본으로 확충되는 효과가 생긴다. 이 경우 자기자본이 기존 6조7000억원에서 이연법인세 등을 제외하고도 7조1000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어오를 수 있다.


특히 자사주를 시장에 팔지 않고 자기자본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박 회장의 지배력도 굳건해진다. 이번 계약에서 양사는 일정 기간 동안 서로의 주식매각을 제한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제3자에게 지분을 처분할 때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경영권 침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자기자본을 확충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최대주주는 18.94%의 지분을 보유한 미래에셋캐피탈과 특수관계인 등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박 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앞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분으로 박 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셋대우가 보유한 23.7%에 달하는 자사주 덕분이었다.


[CEO] ‘디지털금융 리더’ 신의 한수?

◆‘라이벌’ 구글 제치고 새시대 열까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미래에셋과 네이버가 매칭펀드를 구성한 점이 이번 전략적 제휴의 배경이 됐다고 본다. 지난해 12월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각각 500억원씩 투자해 1000억원 규모의 매칭펀드를 조성하고 신성장투자에 나섰다. 투자조합을 통해 바이오·헬스케어·정보통신 등 성장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국내외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당시 공동으로 투자를 진행하면서 의견을 공유한 박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서로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이번에 대규모 연합군을 구성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앞서 박 회장은 수시로 금융업계의 최대 경쟁자가 글로벌 IB 골드만삭스 등이 아닌 구글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로 무장한 구글은 핀테크시장에 진출하면서 금융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바 있다. 네이버 또한 디지털금융시장에서 구글의 파괴력을 예측하고 대응책으로 미래에셋과의 협업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박 회장은 네이버와의 실질적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구글이 시장을 잠식하고 국내에서는 카카오, KT, 한국금융지주 등이 인터넷은행을 필두로 디지털금융시장을 빠르게 점령하는 중이다. 한시라도 빨리 네이버의 글로벌 플랫폼과 미래에셋의 해외 네트워크, 금융콘텐츠 생산능력을 적절히 조합한 비즈니스모델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또 이번 주식스와프가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대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자사주 처분으로 1200억원의 이연법인세가 발생했다. 아울러 주식이 주당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에서 매각되면서 결국 올해 ROE를 0.2%포인트 낮출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가시적 실적이 절실하다.

이 같은 우려에도 정체된 증권업계에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는다. 성공 DNA를 장착한 박 회장의 신화가 미래 디지털금융시장에서도 통하리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10억원짜리 회사를 20년 만에 13조원 규모로 키운 박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이번 박 회장의 선택이 ‘신의 한수’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 프로필
▲1958년 광주 출생 ▲1986년 동원증권 입사 ▲1991년 동원증권 중앙지점 지점장 ▲1995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고위경영자과정 수료 ▲1996년 동원증권 강남본부장 이사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 설립 ▲1999년 미래에셋증권 설립 ▲2001년~ 미래에셋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