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MCM 신화' 김성주 회장의 두 얼굴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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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사임설에 본사 이전설까지. 패션잡화브랜드 MCM으로 유명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위기 아닌 위기에 휩싸였다. 한때 MCM 성공신화의 주역으로, 박근혜정부 당시엔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역임하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친 것과 사뭇 다른 모습. 최근엔 외부활동을 삼가고 조용한 행보를 보인다. 지난달 1일 지주사격인 성주디앤디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사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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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M, 英 해러즈 백화점 매장 리뉴얼 오픈. /사진=뉴시스 DB |
◆ 고향 버리고 홍콩으로 본사 이전?
김 회장이 최근 성주디앤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업계에서는 보여주기식 사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9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해 그룹 내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한 김 회장이 하청업체 갑질 논란 등 이슈가 불거지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꼼수를 썼다는 것. 김 회장이 이끌던 성주디앤디는 수년간 본사 지위를 남용해 하청업체에 단가 후려치기, 부당 반품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협력업체로부터 공정위에 제소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말만 사임일 뿐 오너의 제왕적 경영 입지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지분이 변한다거나 회사 내에서 영향력이 적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눈 가리고 아웅식 사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본사 이전설도 거론된다. 유력한 후보지는 홍콩. 해외법인 수익이 대부분 중국에서 나왔고 그 중에서도 홍콩 매출이 가장 높아서다. 2008년 홍콩에 설립한 MCM 패션 그룹 리미티드의 매출액(2016년 기준)이 80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베이징에 설립한 MCM 베이징 커머셜 Co. 리미티드가 382억원으로 지난해 사드 이슈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반면 MCM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성주디앤디의 2016년 연결기준 매출은 5791억원으로 2014년 5899억원에서 108억원 줄었고 영업이익은 2014년 772억원에서 683억원, 652억원으로 연속 11.2%, 4.5% 감소했다.
성주디앤디와 10여년간 협력업체 관계를 유지해 온 A사 관계자는 “성주 측 임원들이 박근혜정권이 끝나면 홍콩으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라고 수시로 알려왔다”며 “정치적 이유도 있겠지만 국내 매출이 수년간 정체된 데다 성장 가능성이 해외에 비해 낮은 것도 이전을 검토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연말마다 1년 연장 계약서가 오는데 최근엔 성주쪽 법무팀에서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메일이 계속 오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해외 이전으로 갑작스레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새정부 출범과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등으로 이전계획이 전면 연기됐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성주 측이 더 이상의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해 본사 이전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는 설에 여전히 무게가 실린다.
MCM 관계자는 “홍콩 이전설이 일각에서 나오긴 했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말도 안된다”며 “사드 때문에 국내 매출이 줄고 있지만 국내 매장 수가 가장 많고 여전히 잘나가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영향력에 대해선 “지분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냐”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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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회장. /사진=뉴스1 조현아 인턴기자 |
◆ '유학파 2세' 경영승계 비상
잇단 논란으로 2세 승계에 빨간불이 커졌다는 설도 있다. 김 회장의 외동딸인 김지혜씨가 그 주인공. 1989년생인 김씨는 3년 전 김 회장이 적십자 총재로 선출되자 영국에서 급히 날아와 미래전략팀을 시작으로 현재 글로벌 이커머스 팀장을 맡고 있다.
그가 맡은 MCM 글로벌 이커머스 사업부는 성주그룹에서 2014년부터 총력을 기울이는 부서로 2015년 럭셔리브랜드 최초로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M5서비스’를 오픈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한 재원인 김씨는 2009년 프랑스 파리의 크리용 볼에 한국인 최초로 초대돼 해외 귀족, 유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데뷔탕트(귀족행사 데뷔무대)한 내용이 한 잡지사 보도를 통해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다.
성주그룹 내부사정을 잘 아는 업계 한 관계자는 “3년 전 김 회장이 급하게 딸을 불러들였을 때부터 2세 승계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면서도 “새정부 들어 ‘갑질 문제’가 이슈화되고 성주가 그 중심에 서면서 세대교체에 걸림돌이 생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MCM 측 관계자는 “승계와 관련해선 대답할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패션업계에선 김 회장이 박근혜정권에서 보였던 행보와 새정부 들어 드러낸 행보가 대조적이라고 평가한다. 상생경영을 강조하던 경영인에서 갑질의 대명사로, 그가 보인 얼굴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다. MCM 성공신화에서 갑질과 횡포의 대명사로 전락한 김 회장. 앞으로 그가 보여줄 진짜 얼굴은 어떤 모습일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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