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반도체 빅2, 파운드리에 집중하는 이유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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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시장을 석권한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파운드리’(Foundry, 위탁생산)를 지목하고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담 사업부를 독립시켰고 SK하이닉스는 아예 별도의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한국 반도체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메모리분야에서 일군 성공신화를 파운드리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
◆파운드리사업부 신설·분사한 빅2
지난 5월12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DS(디바이스솔루션·부품)사업부문을 구성하는 메모리와 시스템LSI 2개 사업부 중 시스템LSI사업부에 속했던 파운드리사업팀을 별도의 사업부로 승격한것. 이로써 DS사업부문은 2개 사업부 체제에서 3개 사업부 체제로 바뀌었다. 초대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는 정은승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부를 기존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독립시킨 건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과거 아이폰용 AP칩을 생산하기도 했지만 애플과 소송전이 격화되면서 대만 TSMC에 물량을 빼앗겼다. 이때 같은 시스템LSI사업부 내에서 자체 모바일AP 엑시노스를 설계·생산하며 경쟁사인 애플이 설계한 AP도 위탁생산하는 애매한 조직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0일에는 파운드리 전문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가 공식 출범했다. SK하이닉스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로 초대 수장은 김준호 사장이 맡았다.
파운드리사업을 위해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한 건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올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매출 6.29조원 중 D램과 낸드플래시의 비중은 각기 74%·24%로 이를 제외한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두 기업 모두 현재는 메모리반도체의 호황으로 실적이 고공행진 중이지만 중국기업의 추격을 막고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의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반도체시장 뉴트렌드… 한국기업 존재감 ‘미미’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로 구분된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두 분야의 강자다. 반도체기업의 분류는 조금 다르다. 설계와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 생산라인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생산만 전담하는 파운드리(Foundry), 가공된 웨이퍼의 조립과 패키징, 테스트를 담당하는 SATS 등 네가지로 나뉜다. IDM의 대표적인 기업은 인텔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며, ARM, 퀄컴, 브로드컴 등은 팹리스, TSMC, UMC, 동부하이텍 등은 파운드리로 분류된다.
과거에는 IDM의 중요도가 높았지만 최근 들어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 급부상하며 보다 다양한 시스템반도체가 필요해지자 팹리스-파운드리 모델의 유용성이 드러났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전체 반도체시장이 2.1%, 메모리반도체시장이 1.6% 성장하는 동안 파운드리시장은 무려 11.4% 성장했다. 게다가 이 성장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문제는 빠르게 성장하는 이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기업의 위상이 높지 않다는 것.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파운드리시장 1위는 288.2억달러 매출로 50.6%의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한 대만기업 TSMC다. 2위는 54.4억달러 매출, 점유율 9.6%로 1위와 크게 차이나는 미국기업 글로벌파운드리, 3위는 45.8억달러 매출, 점유율 8.1%의 대만기업 UMC다. 삼성전자는 근소한 차이의 4위로 매출액은 45.1억달러, 점유율은 7.9%다. 5위는 중국기업 SMIC로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인 28억달러, 점유율 4.9%다. 상위 5개사 중 한국기업이 1개에 불과하며 점유율도 크지 않다.
◆갈 길 멀지만… 길게 보면 ‘긍정적’
지난 11일 서울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코리아 2017’에서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올해 말까지 대만 U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를 제치겠다”는 단기 목표를 제시했다. TSMC에 이은 확고한 2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 하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일단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출범하기가 무섭게 대형 악재를 만났다. 지난달 퀄컴의 차기 스냅드래곤 AP 수주전에서 TSMC에 밀린 것. 퀄컴은 애플 물량을 TSMC에 넘겨준 이후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고객사였다. 삼성전자의 강점이었던 미세공정에서 뒤처진 결과라 충격이 더 컸다. 삼성전자는 그간 14나노와 10나노 공정에선 세계최초 양산에 성공했지만 7나노 공정에서는 TSMC가 한발 앞섰고 그 결과 퀄컴이라는 거대 고객을 잃게 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7나노 1세대 7LPE를 건너뛰고 2018년까지 2세대 7LPP에 집중하고, 2019년 5나노, 2020년 4나노 공정을 적용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제 막 탄생해 점유율은 0.2%에 불과한데 단기적으로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심지어 이번 분사를 메모리반도체에 보다 집중하기 위한 조직개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렇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업계는 두 회사의 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메모리반도체 수요의 확대로 파운드리사업의 성장 전망은 밝다”며 “삼성과 SK 모두 기존에 투자해놓은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어 바람직한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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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코리아 2017’ 행사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정은승 부사장이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
◆파운드리사업부 신설·분사한 빅2
지난 5월12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DS(디바이스솔루션·부품)사업부문을 구성하는 메모리와 시스템LSI 2개 사업부 중 시스템LSI사업부에 속했던 파운드리사업팀을 별도의 사업부로 승격한것. 이로써 DS사업부문은 2개 사업부 체제에서 3개 사업부 체제로 바뀌었다. 초대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는 정은승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부를 기존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독립시킨 건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과거 아이폰용 AP칩을 생산하기도 했지만 애플과 소송전이 격화되면서 대만 TSMC에 물량을 빼앗겼다. 이때 같은 시스템LSI사업부 내에서 자체 모바일AP 엑시노스를 설계·생산하며 경쟁사인 애플이 설계한 AP도 위탁생산하는 애매한 조직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0일에는 파운드리 전문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가 공식 출범했다. SK하이닉스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로 초대 수장은 김준호 사장이 맡았다.
파운드리사업을 위해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한 건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올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매출 6.29조원 중 D램과 낸드플래시의 비중은 각기 74%·24%로 이를 제외한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두 기업 모두 현재는 메모리반도체의 호황으로 실적이 고공행진 중이지만 중국기업의 추격을 막고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의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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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청주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 출범식에서 김준호 사장(우측에서 일곱번째)과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좌측에서 일곱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로 구분된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두 분야의 강자다. 반도체기업의 분류는 조금 다르다. 설계와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 생산라인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생산만 전담하는 파운드리(Foundry), 가공된 웨이퍼의 조립과 패키징, 테스트를 담당하는 SATS 등 네가지로 나뉜다. IDM의 대표적인 기업은 인텔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며, ARM, 퀄컴, 브로드컴 등은 팹리스, TSMC, UMC, 동부하이텍 등은 파운드리로 분류된다.
과거에는 IDM의 중요도가 높았지만 최근 들어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 급부상하며 보다 다양한 시스템반도체가 필요해지자 팹리스-파운드리 모델의 유용성이 드러났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전체 반도체시장이 2.1%, 메모리반도체시장이 1.6% 성장하는 동안 파운드리시장은 무려 11.4% 성장했다. 게다가 이 성장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문제는 빠르게 성장하는 이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기업의 위상이 높지 않다는 것.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파운드리시장 1위는 288.2억달러 매출로 50.6%의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한 대만기업 TSMC다. 2위는 54.4억달러 매출, 점유율 9.6%로 1위와 크게 차이나는 미국기업 글로벌파운드리, 3위는 45.8억달러 매출, 점유율 8.1%의 대만기업 UMC다. 삼성전자는 근소한 차이의 4위로 매출액은 45.1억달러, 점유율은 7.9%다. 5위는 중국기업 SMIC로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인 28억달러, 점유율 4.9%다. 상위 5개사 중 한국기업이 1개에 불과하며 점유율도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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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멀지만… 길게 보면 ‘긍정적’
지난 11일 서울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코리아 2017’에서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올해 말까지 대만 U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를 제치겠다”는 단기 목표를 제시했다. TSMC에 이은 확고한 2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 하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일단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출범하기가 무섭게 대형 악재를 만났다. 지난달 퀄컴의 차기 스냅드래곤 AP 수주전에서 TSMC에 밀린 것. 퀄컴은 애플 물량을 TSMC에 넘겨준 이후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고객사였다. 삼성전자의 강점이었던 미세공정에서 뒤처진 결과라 충격이 더 컸다. 삼성전자는 그간 14나노와 10나노 공정에선 세계최초 양산에 성공했지만 7나노 공정에서는 TSMC가 한발 앞섰고 그 결과 퀄컴이라는 거대 고객을 잃게 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7나노 1세대 7LPE를 건너뛰고 2018년까지 2세대 7LPP에 집중하고, 2019년 5나노, 2020년 4나노 공정을 적용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제 막 탄생해 점유율은 0.2%에 불과한데 단기적으로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심지어 이번 분사를 메모리반도체에 보다 집중하기 위한 조직개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렇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업계는 두 회사의 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메모리반도체 수요의 확대로 파운드리사업의 성장 전망은 밝다”며 “삼성과 SK 모두 기존에 투자해놓은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어 바람직한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7호(2017년 7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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