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의료 빈민'] 유명무실한 '노인정액제'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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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추세에 인구비중이 늘어난 노인 가운데는 질병을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이가 많다. 해마다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치솟는 의료비와 보험료 부담으로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은 ‘의료 빈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머니S>는 연중기획 <노후빈곤 길을 찾다> 일곱번째 시리즈를 통해 노인의 의료빈곤을 야기하는 문제들을 살펴보고 개선과제를 고민해봤다.<편집자주>
노인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노인 외래진료비 본인부담정액제(노인정액제)가 갈 곳을 잃고 표류 중이다. 지난 3월 의료수가 인상으로 의원급 초진료가 올라 내년부터는 제 구실을 못하게 된 탓이다. 노인정액제를 둘러싼 논란과 그 해법을 살펴봤다.
◆노인정액제 기준금액, 16년째 '제자리'
노인정액제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가 동네의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전체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일 경우 1500원만 내는 보장성 제도다. 만약 진료비가 1만5000원을 초과하면 30%를 정률로 부담해야 한다.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1500원만 내는 노인환자의 비중은 2015년 66.3%로 전체 노인의 절반 이상이 이 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노인진료비 경감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제도가 바로 노인정액제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지난 3월 의료수가가 인상되면서다. 의원급 의료수가는 협상 후 지난해 대비 3.1%(79원→81.4원) 인상됐다. 이로 인해 의원급 초진료가 1만4860원에서 1만5310원으로 올라 내년부터 의원에서 첫 외래진료를 받는 노인들은 현재의 3배인 4500원을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노인정액제 기준금액, 16년째 '제자리'
노인정액제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가 동네의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전체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일 경우 1500원만 내는 보장성 제도다. 만약 진료비가 1만5000원을 초과하면 30%를 정률로 부담해야 한다.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1500원만 내는 노인환자의 비중은 2015년 66.3%로 전체 노인의 절반 이상이 이 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노인진료비 경감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제도가 바로 노인정액제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지난 3월 의료수가가 인상되면서다. 의원급 의료수가는 협상 후 지난해 대비 3.1%(79원→81.4원) 인상됐다. 이로 인해 의원급 초진료가 1만4860원에서 1만5310원으로 올라 내년부터 의원에서 첫 외래진료를 받는 노인들은 현재의 3배인 4500원을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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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재진료(1만950원) 역시 정액구간 이내긴 하지만 주사 처방 또는 물리치료를 받으면 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어 예년보다 4500원 이상 추가부담이 생긴다. 이로 인해 노인진료비를 줄이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져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정액제 개편의 핵심은 기준금액 상향이다. 현재 기준금액 1만5000원은 진료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 의료현장에서도 1만5000원의 진료비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경기도 A의원의 원장은 "통상적인 진료에서 약간의 처치만 더해도 정액구간을 훌쩍 넘기는 것이 현실"이라며 "환자들이 1만5000원 이하에 맞춰 진료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갈등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기준금액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증가하는 노인진료비에 맞춰 노인정액제 기준금액 상향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의료비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지만 진료비 기준금액은 16년째 동결된 상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사회는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인의료비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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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총 진료비는 2008년 12조5170억원, 2010년 15조8720억원, 2012년 18조341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였다. 전체 진료비 가운데 노인진료비 비중도 2008년 31.2%, 2010년 32.6%, 2012년 34.3% 등으로 매년 늘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65세 이상 노인의 외래 내원일당 진료비 평균액은 2009년에 이미 1만5988원으로 정액제 상한액을 뛰어넘었다"며 "이는 정액구간이 제도 취지에 비춰볼 때 적절히 조정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에 의협은 기준금액을 2만5000원으로 상향조정하는 안과 함께 '정액제+정률제 혼합', '국고보조가 전제된 정률제 전환', '연령별 본인부담금 차등' 등 4개 안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상태다.
국회도 노인정액제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7월 중순까지 발의된 노인외래정액제 개선법안은 총 4건으로 자유한국당 2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에서 각 1건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내놨다.(표2 참고)
핵심은 역시 기준금액이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과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준금액을 2만원까지 올리는 법안을 내놨다. 반면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과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령으로 기준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엑스레이 촬영 등 부가 진료만 받아도 1만5000원을 훌쩍 뛰어넘는 등 현재의 정액제 기준금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어떤 식으로든 기준금액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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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해법은 '노인주치의제'
이처럼 의료계 안팎에서 노인정액제 개선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공은 이제 정부로 넘어왔다. 복지부도 개선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정안에 수반되는 재정부담이 걱정이다. 관련법이 발의되고 의협 등 의료계가 한 목소리로 노인정액제 기준금액 상향을 외치는 만큼 정부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 보인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단순히 기준금액을 정하는 것 외에 구간별 정률제 등 개정 시 발생되는 결과를 두고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노인정액제 개선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인주치의제를 도입해 노인 의료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 한번 거쳐가는 의사가 아닌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해주는 전담의사가 있어야 2·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통합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인주치의의 전문적인 관리로 초기 진료과정을 생략하면 노인이 여러 병원을 찾을 때마다 다른 의사에게 비슷한 기초진료를 받지 않아 진료비 부담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 김 팀장은 "현재의 노인진료방식이 불필요한 지출을 늘리는 원인"이라며 "고혈압 환자의 경우 매달 한번 이상 병원을 방문해 진료비를 내는 것보다는 전문주치의가 3~6개월치 약을 처방해주는 것이 낫다. 노인주치의제는 분명 불필요한 의료비지출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인주치의제를 의료계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의사가 노인주치의가 되려면 간단한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되지만 의과대학의 경우 노인의학을 전공과목에 넣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또한 수가체계를 완전히 바꿔야 해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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