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토닉, '가성비=티볼리' 방정식 깰까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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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구매할 때 고려하는 가장 큰 요소는 단연 ‘가격’이다. 사회 초년생에겐 더욱 그렇다. 차는 필요한데 경차는 불안하다고 느껴 소형 혹은 준중형 세단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돈을 더 들이면 공간이 한결 여유롭고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B세그먼트 SUV를 살 수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가장 적은 부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쌍용차의 티볼리였다. 가솔린 자동변속기 기준 1811만원, 디젤은 2060만원부터다. 티볼리의 상품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 포지션이 티볼리의 성공에 절대적 이었던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성비=티볼리’라는 방정식이 위협받을 전망이다. 최근 시승한 기아자동차 스토닉이 그 주인공이다. “1895만원에 살 수 있는 탈만한 디젤SUV”라는 말 한마디면 이 차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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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스토닉. /사진제공=기아자동차 |
◆ 세련되게 풀어낸 가성비
지난달 25일 기아차가 개최한 스토닉 미디어 시승행사에 참여했다. 시승에 앞서 진행된 프리젠테이션에서 서보원 기아차 마케팅 실장(이사)은 스토닉 사전계약 개시 후 한달, 영업일 기준 20일동안 2500대의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계약자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57%)이 20대와 30대였다. 사회 초년생을 공략한다는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스토닉이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하지만 저렴한 제품이 모두 젊은층의 선택을 받은 건 아니다. 서 이사는 LG CNS의 빅데이터기반 마케팅컨설팅서비스 스마트SMA로 버즈(Buzz, 언급)를 분석한 결과 경제성에 이어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주한 스토닉의 외관은 튀지 않으면서도 기존에 도로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인상이다. 과장되지 않게 세련됐다. 전면과 측‧후면 어디에서 봐도 빠지지 않는 비례감과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휠아치의 풍부한 볼륨감과 타르가 루프를 참고한 C필러 디자인이 역동성을 더한다. 전고가 낮지만 루프랙이 강조돼 SUV의 인상을 잃지 않았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에 모두 LED를 적용해 ‘저렴한 차’라는 느낌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체적인 라인은 기아차 하이브리드SUV 니로와 닮았는데 전면부의 디테일은 쏘울과 더 유사하다. 사실 가장 닮은 차는 ‘프라이드’(수출명 리오)다. 국내엔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파리모터쇼를 통해 유럽시장에 출시된 4세대 리오가 스토닉과 궤를 같이하는 차다.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가진 국내시장의 특성 때문에 국내에선 스토닉이 먼저 출시된 것으로 보인다.
실내에서는 가성비를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드러난다. 시승차량은 최고사양으로 준비됐음에도 조수석은 물론 운전석 시트까지 수동 조절방식이다. 시트포지션은 한번 세팅하면 자주 바꿀 필요가 없는 만큼 합리적인 원가절감을 실시한 셈이다. 내장재에선 가죽을 비롯한 소프트한 소재를 찾아볼 수 없는데 이 역시 가격대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하지만 구성만 놓고 보면 동급 차량에 비해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수평형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D-컷 스티어링 휠, 플로팅 내비게이션이 적용됐고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버튼 구성도 조잡하지 않고 세련됐다. 게임기 조이스틱 형태로 구성한 공조기 조작버튼 등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도 인상 깊다. 6:4 분할 방식의 후열시트가 적용되는 등 공간활용 측면에서도 경쟁차종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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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스토닉. /사진=최윤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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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스토닉. /사진=최윤신 기자 |
◆ 저속토크‧연비에 방점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경기 남양주에 있는 한 카페까지 왕복 150㎞를 달리며 스토닉의 주행성능을 테스트해봤다.
스토닉은 국내에서 1.6 E-VGT 디젤엔진에 7단 DCT가 조합된 단 하나의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됐다. 코나 디젤과 동일하다. 하지만 코나가 최대 136마력의 출력을 내는 반면 스토닉의 최대출력은 110마력에 불과하다. 스토닉의 엔진을 디튠(최대치의 성능을 내지 못하도록 세팅)한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저회전영역에서 토크를 높이고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세팅을 달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설명대로 스토닉은 저회전에서도 인상적인 가속능력을 보였다. 특히 저속구간에서 가속이 상당히 뛰어나고 가속페달을 밟는 답력에 따라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여줬다. DCT의 변속도 상당히 매끄럽다. 진동과 엔진음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정차 상태에서는 디젤엔진을 장착한 소형차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고속 주행성능은 아쉬움이 남는다. 도로 제한속도에 근접하면 다소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다. 고속에서 RPM을 올리면 엔진의 소리도 다소 날카롭게 들려오고 노면소음도 크다. 아스팔트도로를 달릴 때는 괜찮지만 콘크리트도로를 달릴 땐 다소 부담스럽다.
서스펜션은 생각보다 무르게 세팅됐는데 조향감각은 기대 이상이다. 코너링 시 좌우 토크를 배분해주는 토크벡터링 시스템(TVBB)이 적용된 덕분이라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SUV 중 전고가 낮은 편이라 격한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브레이크의 응답도 인상 깊다. 페달을 밟는 답력에 따라 고른 제동력을 보인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연비다. 17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스토닉의 공인연비는 16.7㎞/ℓ(15인치 기준 17.0㎞/ℓ)인데, 이날 테스트에서 대부분의 참가자가 이를 훨씬 상회하는 연비를 기록했다. 기자 역시 테스트를 위해 급가속과 급제동을 수차례 했음에도 트립컴퓨터에 최종 표시된 연비는 19㎞/ℓ였다. 공인연비가 낮게 측정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스토닉보다 100㎏정도 무거운 코나는 16인치 타이어 기준 공인연비가 16.8㎞/ℓ로 스토닉과 차이가 미미하다. 동일한 엔진을 디튠하면 연비가 향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토닉의 최대 단점은 파워트레인부터 편의사양에 이르기까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QM3나 티볼리, 코나 등이 경쟁적으로 갖가지 첨단사양을 도입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통풍시트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도 개인적으론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모두 가격절감으로 이어져 가성비에 특화된 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할 일만은 아니다. 매력적인 디자인에 충분한 성능을 갖췄고 안전에 있어선 한치의 양보도 없다. 기아차는 KNCAP 안전도평가 1등급을 자신한다. ‘싼 차’가 아닌 ‘가성비’를 원했던 소비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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