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분석이요? 남이 안하는 것과 부가가치가 높은 것에 무게를 두고 할 일을 찾다 보니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수년간 연구한 결과 로또에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더욱 깊이 빠져들었죠. 그리고 패턴이 있다는 건 결국 로또가 단순히 수학이나 통계로만 바라볼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또클래식닷컴과 뿌브아르 대표이자 지난달 출간된 서적 <로또1등의 비밀>의 저자 노성호씨는 로또에 '패턴'이 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분석할 가치가 충분하며 수학이나 통계를 넘어 ‘자연과학’ 영역으로 다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사진제공=데마시안
/사진제공=데마시안


이에 수학자들은 매번 초기화를 뜻하는 ‘베르누이 시행’을, 통계학자들은 작은 표본으로 큰 세계를 읽을 수 없다는 ‘소수 법칙’을 들며 로또 분석 행위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 대표는 ‘특수한 조건’에서는 패턴이 발생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학자들의 의견을 부정하기보다 일정한 전제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본 것.

그렇다면 패턴이 발생하는 조건이 뭘까. 그는 “우리나라 로또처럼 매주 같은 시간대, 같은 공간, 같은 기계로 로또번호를 뽑는다면 패턴을 읽을 수 있다”면서 “만약 매주 다른 요일, 다른 지역에서 매번 새로운 기계나 추출방식을 바꾼다면 베르누이 시행처럼 매번 리셋돼 분석할 가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홍콩로또는 가끔 요일을 변경해 숫자를 추출하고 유럽의 일부 로또는 매주 지역과 기계를 바꿔가며 숫자를 추출한다. 이런 데이터로 로또를 분석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로또는 ‘힐링 레시피’

노 대표는 스스로를 ‘로또 요리사’라고 칭한다. ‘힐링 레시피’인 로또의 조합을 소개하는 게 직업인 만큼 요리사와 같다는 것. 로또를 산 다음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는 행위 자체가 힐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로또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마치 생필품처럼 여기는 경우가 증가한 것도 한 이유다.


“매주 730억원어치가 팔린다면 평균 1만원씩 산다고 가정했을 때 매주 730만명이 로또를 구매한 셈이고 이는 인구 5000만명 중 약 15%예요. 의식주에 이어 제4의 필수품이라 해석할 수 있을 정도죠. 로또를 사회적 관점에서 생활속 힐링 레시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찾거나 종교활동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이루려는 행위와 로또를 구매하는 행위의 목적이 같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건 ‘분석을 제대로 하면 1등 숫자를 알아낼 수 있느냐’다. 이에 그는 “근처에는 갈 수 있어도 딱 1개 조합을 특정하는 건 어렵다”고 답했다. 로또가 자연과학 법칙에 따라 움직이므로 주변을 뭉쳐서 보는 건 가능하지만 특정 숫자를 콕 찍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접근방법을 바꿔 톱-다운(top-down)과 바텀-업(bottom-up)을 함께 봐야 합니다. 경제나 주식시장 분석에서 쓰는 용어지만 로또에서 톱-다운은 6개 숫자의 합을 말하고 바텀-업은 개별 숫자를 뜻하죠. 6개 숫자의 합은 21에서 255까지 모두 235개가 있습니다. 한국로또의 전체 조합수는 814만5060개인데 일단 235개로 줄일 수 있어요. 물론 그래도 어렵죠. 제가 763회의 합을 135에서 138사이로 예측했는데 여기에 속한 모든 조합이 40만개가 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136이라는 합이 나왔어요. 이는 4억원을 주고 40만개의 합을 모두 사지 않는 한 1등 숫자를 손에 넣긴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만약 꼭 들어가야 할 숫자 1개를 특정했다면 그 숫자가 들어간 조합만 추려내니 조합수가 적어지죠. 그래서 로또분석에는 톱-다운과 바텀-업 방식을 혼용해야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위원회로 관리, 보고서로 판단

로또를 사는 사람이 늘면서 이를 악용한 사례도 생겨났다. 지난 5월 1등 당첨번호를 알려준다면서 웹사이트를 통해 허위정보를 전달한 ‘로또사기단’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에 노 대표는 오히려 시장이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업계에서는 공부가 부족했고 소비자는 비교분석할 수 없었기 때문에 터진 일이거든요.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모든 로또분석업체가 보고서를 공개하면 됩니다. 현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를 쓰는데 누구는 주가가 오른다고, 또 누구는 빠진다고 하거든요.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잡혀가는 일은 없습니다. 소비자가 각 애널리스트의 논리대결을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처럼 로또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투명한 로또비즈니스로 나아갈 것입니다. 따라서 보고서 공개만이 소비자, 업체, 사회가 모두 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30년간 기자로서 증권과 경제 분야를 접한 그가 바라보는 현재 우리나라 로또시장은 어떨까. 그는 1930년대 미국, 1970년대 한국 증권시장과 닮았다고 전한다. 투자와 분석대상이 아니라 도박과 비슷하게 여겨진 탓이다.

이에 그는 ‘로또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차원의 관리기구가 생기면 파이가 그만큼 커질 것이고 나아가 주식시장처럼 성숙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로또의 상품구성을 바꿔야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또는 사행산업이 아닙니다. 정부가 로또위원회를 만들어 관리해야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식과 달리 심리적 영향이 없는 점도 앞으로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죠. 그리고 파이를 키우려면 프랑스처럼 투트랙 상품으로 구성하는 것도 고민해야 합니다. 양쪽 번호 중 일부만 맞히면 약간의 당첨금이라도 받을 수 있으니 사람들 관심이 크거든요. 또 몇달에 한번씩 나오겠지만 두 상품을 모두 맞힌 사람에게 엄청난 당첨금을 몰아준다면 결국 로또를 사는 사람이 더 늘어날 거라 생각합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