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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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시장에서 상위사들의 독점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손해보험사 빅4(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의 시장점유율(MS)이 80%를 넘어서며 대형사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11개 손보사의 시장점유율(원수보험료 기준)에서 상위 4개사가 무려 80.2%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0% 후반대를 기록하던 빅4의 점유율이 올 들어 80%를 돌파한 것이다.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까지 합한 상위 6개사의 점유율은 90%대에 육박한다. 이렇게 되면 전체 11개 손보사 중 상위사 절반이 전체 점유율 90%를 차지한 셈이다. 이는 차량 10대 중 1대를 놓고 하위 5개사가 경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하 여력 없다면 '조정'이 해답?


하위 손보사 5곳(악사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더케이손해보험·흥국화재·MG손해보험)은 올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시장점유율이 모두 하락했다. 악사손해보험이 4.29%에서 3.72%로 0.57포인트 하락했고 롯데손해보험도 3.07%에서 2.68%로 0.39포인트 떨어졌다.


이밖에 더케이손해보험은 2.27%→2.07%, 흥국화재는 1.63%→1.13%, MG손해보험은 0.34%→0.22%로 하락했다.

중소형 손보사들은 올 초부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위사들의 보험료 인하 등이 이어지며 가입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머니S토리] 자동차보험 '부익부 빈익빈'

국내 상위 손보사 4곳은 지난달 일제히 보험료를 인하했다. 동부화재는 이달 16일부터 개인용과 업무용을 각각 0.8%, 1.3% 인하했고 현대해상도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보험료 1.5%를 이달 21일부터 인하키로 결정했다.

삼성화재 역시 이달 21일부터 개인용과 업무용 1.6%의 차보험료 인하한다. KB손해보험은 이달 21일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1.5%, 업무용은 이달 26일부터 1.6% 내린다. 한화손보도 이달 6일 책임개시 계약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6% 인하했다. 심지어 메리츠화재는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총 3번에 걸쳐 차보험료를 내렸다.

중소형 손보사들은 ‘좌불안석’이다. 대형사들은 최근 손해율이 적정 수준인 77~78%까지 내려온 데다 마일리지, 자녀 할인, 블랙박스 특약 등을 통해 우량고객을 많이 확보해 보험료 인하에도 큰 타격이 없다.


하지만 중소형 손보사들은 80~90%대 손해율을 기록하며 보험료 인하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지난 4월 더케이손보가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1% 인하했지만 롯데손보나 흥국화재, 악사손보 등은 손해율 관리를 이유로 쉽사리 인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흥국화재는 지난 5월, 우량가입자 확보에 중점을 두고 보험료를 조정했다. 대인배상1·2와 자기신체손해 담보는 각각 3.7%, 12.1%, 4.9% 올렸지만 대물배상, 무보험차상해, 자기차량손해 담보는 각각 2.5%, 4.3%, 8.1% 내렸다.

이는 전체 차량의 보험료를 올린 대신 고가 차량이 주로 가입하는 특약 담보의 보험료를 내려 우량가입자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점유율이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하위사 간 일반가입자 유치 경쟁은 무의하다고 본 셈이다.

한편 보험수퍼마켓 '보험다모아'가 이달부터 '다음' 포털서비스를 시작하면 상위사와 하위사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다모아는 포털사이트 내에서 자동차보험료를 보험사별, 상품별로 비교가 가능하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사별 보장 내용이 비슷해 결국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보험상품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

이때 가격경쟁력에서 상위사에 밀리는 중소형 손보사들이 보험다모아에서도 고배를 마실 수 있단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위사들이 가격 경쟁에 나서면서 사고율이 높은 차량들이 하위 손보사로 밀려나는 등 악재가 겹칠 수 있다"며 "결국 중소형 손보사들은 차보험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현재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흥국화재처럼 다른 중소형사도 전략적인 보험료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