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 방침에 동참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 동아쏘시오그룹, 종근당이 좋은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새정부의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방안을 앞다퉈 쏟아냈다. 이에 일각에선 이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수에 오른 공통점이 있다며 진정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채용 늘리고 방식 바꾸고


지난해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투자, 늑장공시 논란으로 세간의 질타를 받은 한미약품은 최근 연구개발(R&D) 집중 투자 등을 위한 인력증원계획에 따라 올 하반기 공채에서 200여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증원으로 한미약품그룹의 전체 직원수는 기존 2200여명에서 2400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제공=한미약품
/사진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지난 11일 “바이오신약 생산기지인 평택 바이오플랜트 투자가 본격화되고 R&D가 강화되면서 신규인력 증원이 필요해졌다”며 “채용분야는 바이오·R&D부문이 대부분이고 일부 국내사업부 영업부문 충원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급증하는 바이오분야 인력수요를 맞추기 위해 여러 학교와 연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다. 연장선에서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해 매년 매출액 대비 15%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한편 R&D 지속을 위한 최첨단 플랜트시설에도 수천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1200조원에 달하는 전세계 제약바이오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대로 미약하지만 여러 제약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산업은 최첨단 기술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산업이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장한 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종근당은 지난 10일 ‘직원 행복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불미스러운 사태로 흔들린 조직을 추스르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직원 행복경영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과 정확히 일치한다. 우선 종근당과 계열사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 채용규모를 하반기 200명, 내년 42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정책에 동조하는 방안도 내놨다. 종근당은 앞으로 채용 시 출신지역, 가족관계, 학력, 신체조건 등을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시간당 최저임금(7350원) 기준도 오는 10월부터 조기 반영한다. 또 사내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해 여성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업무효율성을 강화하는 등 직원복지제도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나아가 사회공헌활동도 확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앞장서기로 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임직원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며 “임직원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창출해 궁극적으로는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강정석 회장이 720억원대 횡령, 170억원대 조세포탈, 55억원대 리베이트 제공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인 지난달 11일 편견 없는 능력 중심의 채용문화 확산을 위한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며 제약업계 최초로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아쏘시오홀딩스를 비롯한 동아에스티, 동아제약 등 주요 계열사는 하반기 인턴 40여명을 채용하고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200여명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채용된 인턴은 약 4개월간 근무하게 된다. 이 기간 직무능력과 근무성적 등 공정한 평가를 통해 역량이 뛰어난 인턴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블라인드 채용방식은 앞으로 정기 공채에도 적극 반영된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블라인드 채용정책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뜻을 같이하고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며 “이번 채용을 시작으로 앞으로 부족한 부분은 지속 보완하고 그룹 전 계열사로 확대해 공정한 채용문화 확산에 앞장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교로운 타이밍, 진정성 의문

업계 일각에선 불미스러운 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제약사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이 성장한 만큼 업계에선 양질의 일자리를 꾸준히 늘려왔다”며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일부 제약사의 최근 행보가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발표한 내용의 성실한 이행 및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약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 비중이 높고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 비율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5~2015년) 제약업계 평균 고용증가율은 3.9%로 제조업(1.6%)의 2배가 넘는다.

청년고용 증가 비중도 전 산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의약품제조업의 청년고용은 45.5% 증가했는데 이는 제조업(27.6%)과 전 산업 평균(23.4%)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정규직 비중도 91.4%로 제조업(86.3%)과 전 산업(67.5%)보다 높다.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시책에 발맞춰 특별히 준비하는 게 없다”며 “논란이 있었던 일부 제약사가 앞장서 채용규모 확대 및 방식 변화 방안을 제시했는데 우리는 기업 본연의 활동에 충실하면서 사업이 확대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고용을 늘리고 직원복지도 확대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