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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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핵심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정책이 이달 들어 급물살을 타면서 이동통신시장이 거대한 변화를 앞뒀다. 이통3사는 정부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마지못해 따라가는 모습이다.

소비자가 가장 먼저 마주할 변화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다. 현행 20%인 선택약정할인율은 이달 15일부터 5%포인트 늘어난 25%가 된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이통3사에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인상하라는 행정처분을 전달했다.

당초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이통3사는 지난달 28일 “정부의 뜻에 따를 것”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이통3사가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안을 수용하면서 소비자들은 적게나마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약 8만원의 통신요금을 내는 사용자라면 현재는 1만6000원이 감면되지만 15일부터 감면액이 2만원으로 늘어난다. 약 4000원이 추가 절감되는 셈.

다만 이 방안은 기존 선택약정할인 대상자와 별도로 신규가입자에게만 해당돼 논란의 소지가 있다. 기존 선택약정할인 대상자는 약 140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이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부는 “선택약정할인 신규가입자는 매월 약 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온 국민이 혜택을 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원금 경쟁, 소비자는 '혜택'

여기에 오는 30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의 핵심조항인 ‘지원금 상한제’가 일몰 후 폐지된다. 현재의 지원금 상한선인 33만원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이는 선택약정할인율 인하보다 시장에 더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금 상한제는 출시 15개월 미만의 최신 단말기에 제공되는 지원금의 상한선을 33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제로 2014년 10월1일 단통법 제정 당시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초 “지원금 상한제가 단말기유통법 안착에 보탬이 됐지만 사회적인 비판을 고려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는 다음달부터 이통사와 휴대폰제조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가격을 앞세워 국내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며 “국내 스마트폰제조사들도 안방을 사수하기 위해 휴대폰 보조금을 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중국산 휴대폰을 도입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삼성전자, 애플 등 시장지배력이 막강한 제조사들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고성능의 중국산 스마트폰을 들여올 거라는 예상이다. 만약 이 방식으로 중국산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크게 성공한다면 이통사가 제조사에 이전보다 강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통사들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지원금 상한제 덕에 마케팅 경쟁을 펴지 않아도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은 총 7조8678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에는 총 7조5883억원으로 이통3사가 절감한 마케팅비용은 28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업계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마케팅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단말기 지원금 지급 경쟁이 불붙을 경우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은 단말기를 구매하는 소비자다. 이들은 선택약정할인제와 단말기보조금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한 혜택을 선택할 수 있어 일정량의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공짜폰 등장 없을 듯

하지만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공짜폰’이나 ‘대란’은 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이번에 일몰되는 것은 지원금 상한제일 뿐 단통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어서다.

즉 통신사에서 책정하는 지원금의 상한액은 없어지지만 전국에서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단말기를 판매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에 공시지원금을 7일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공짜폰의 등장을 어렵게 한다. 단말기 한대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7일간 전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는 통신사는 사실상 없다.

통신사들의 태도도 공짜폰이 등장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지원금 상한제가 유지된 지난 3년간 이통3사는 공식적으로 지원가능한 최대 금액인 33만원을 지급한 사례가 거의 없다. 가장 인기가 있는 5만~6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대개 10만원 내외의 지원금을 제공했으며 33만원의 지원금을 모두 받기 위해서는 10만원대의 최상위 요금제를 선택해야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지원금 상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말기 지원금을 낮게 책정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지원금 상한제를 빌미로 지원금을 적게 제공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이통사들의 행태를 감안할 때 상한액이 없어진다고 많은 지원금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시장혼란을 막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면서 공짜폰을 비롯한 소비자가 느끼는 혜택은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방통위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원금 상한제 폐지 후 시장에서 부당한 지원금 차별 행위 등 위법행위 발생에 대비해 10월 한달간 전국 상황반을 설치, 집중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한달간 집중단속을 실시하되 언제든 연장할 수 있다”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시장이 크게 요동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4호(2017년 9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