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와 유통업계가 손을 잡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애견식품, 건강기능식품, 음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계 간 협업(Collaboration)이 활발하다. 기업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는 법. 제약사와 유통사가 힘을 합치게 된 속사정을 살펴봤다.

스무디킹 다이어트 슬림핏 젤리2. /사진=머니투데이 DB
스무디킹 다이어트 슬림핏 젤리2.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업다각화 추진동력 '협업'

지난달 28일 이마트와 동국제약은 협업브랜드인 ‘몰리스 케어’를 론칭하고 애견사료·영양제·간식 13종을 선보였다. 2010년 국내 최초의 애완토털솔루션 전문점을 목표로 이마트가 선보인 ‘몰리스 펫샵’은 이번 협업으로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몰리스 케어는 사람이 먹는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는 휴먼그레이드 원료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잇몸, 관절, 면역, 눈, 피부건강 등을 위한 기능성제품을 출시한 게 특징이다. 예컨대 ‘조인트 에이드’는 초록잎홍합분말을 사용했고, ‘스킨 뉴트리션’은 유산균의 종류인 락토바실러스를 활용해 아토피 및 알레르기 개선에 효과가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글로벌브랜드가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국내 반려견 사료시장에서 국내 사료브랜드를 활성화하고 고품질 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몰리스 케어를 선보였다”며 “동국제약의 49년 기술·노하우와 자사의 상품기획력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애견전용식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생과일주스브랜드 쥬씨는 지난달 1일 동아제약과 공동개발한 인핸서 4종을 선보였다. 생과일주스에 추가해 마시는 이 제품은 과일에 부족하기 쉬운 유산균·타우린·탄수화물·무기질·칼슘 등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건강식품이다.

양사가 약 6개월에 걸쳐 공동개발한 인핸서는 ▲히비스커스로 완성하는 심쿵바디 히비스커스 ▲생기 UP 비타민 ▲하루 한잔 에너지 충전 타우린 ▲어제보다 더 가뿐한 장을 위한 유산균 인핸서 등 4종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는 쥬씨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원하는 인핸서를 선택해 추가 주문하는 방식으로 보충하고 싶은 영양소를 더할 수 있다. 쥬씨 관계자는 “쥬씨 생과일주스에 각자 필요한 인핸서를 추가하면 영양이 풍부하고 균형 잡힌 음료를 즐길 수 있다”며 ”바쁜 현대인이 필수 영양소를 간단히 해결하는 동시에 한끼 식사대용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달 초 지방흡입특화병원 및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는 365MC와 손잡고 다이어트를 원하는 고객이 보다 건강하고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지방이 빼라오 선식’, ‘지방이 빼자 선식’ 등 다이어트 선식 2종을 출시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이 제품은 365MC의 다이어트 노하우를 그대로 담았다. 통곡물을 갈아 만든 곡물가루에 멀티비타민과 각종 미네랄이 함유돼 영양을 챙기면서 효과적인 다이어트가 가능하다.
 
스무디킹은 지난 6월 광동제약과 협업을 통해 건강과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여성을 위한 ‘다이어트 슬림핏 젤리’를 출시했다. 씹어 먹는 젤리 형태로 만들어져 섭취가 간편한 이 제품은 250배 농축한 풋사과 추출물(애플페논)이 주재료로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뿐 아니라 뷰티업계와 제약업계의 만남도 이어지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달 1일 외용연고제 제조 기술력을 보유한 태극제약 지분 47.6%를 14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경영은 기존 경영진이 계속 맡으면서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분야 전문성을 확보해 경쟁력 있는 코스메슈티컬 제품을 내놓기 위한 조치다.


토니모리 측은 “연고제와 화장품 원료를 공동구매하고 건강기능성 식품도 공동생산할 것”이라며 “화장품과 제약사가 만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중견 제약사 휴온스는 지난해 5월 건강기능식품회사 청호네추럴(현 휴온스내츄럴) 지분을 인수하면서 건강기능식품시장에 뛰어들었다. 휴온스내츄럴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발효허니부쉬 원료의 건강기능식품 허가를 받은 데 이어 광동제약과 해당 사업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발효허니부쉬 완제품 개발 및 홈쇼핑, 대리점 등의 유통사업을 협력하기로 했으며 개발이 완료된 발효허니부쉬 건강기능식품 외에 다양한 응용제품 개발 및 유통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경계 허문 '지속성장 선택지'

이처럼 업종의 차이를 넘어선 다양한 협업이 늘어난 것은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요즘 추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기존 사업만으로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제약·유통사들이 힘을 합쳐 사업다각화를 모색한 결과라는 얘기다.

사업다각화는 대다수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추진하는 경영전략이다. 방식은 크게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서 상품 라인업을 늘리거나 전혀 다른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것 두가지다. 전자는 내부역량을 키워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후자의 경우 이미 시장에 진출한 기업과 손을 잡아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연장선에서 제약사는 신사업 진출에 대한 위험성을 줄이고 유통사는 전문성을 갖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윈윈이 가능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수백개의 국내제약사와 글로벌제약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사업다각화는 지속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안정적 선택지”라며 “신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존 사업자와의 협력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4호(2017년 9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