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40대 여성의 불청객
김수범 굿닥터튼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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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병원을 찾은 40대 한모씨는 무릎 밑 정강이가 꽉 조이는 것 같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3년 전 셋째를 낳은 이후 더욱 심해진 증상이다. 처음에는 출산으로 인한 급격한 체중변화가 원인인가 싶어 10㎏ 가까이 살을 뺐지만 척추와 다리에 느껴지는 부담은 여전했다. 바쁜 육아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엄두를 못 내던 한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 어려워진 후에야 병원을 찾았다. 이미 허리와 옆구리 밑에는 묵직한 통증이, 다리에는 간헐적인 마비증상이 느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척추전방전위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15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척추전방전위증은 환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생소한 질환이다. 특히 40대 이후 여성에게 자주 발생하지만 고관절 관절염과 헷갈리기 쉬운 만큼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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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출산·폐경 원인… 예방치료 필수
척추전방전위증은 위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와 정상적인 정렬을 이루지 못하고 앞으로 밀려나면서 변형과 통증이 일어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주로 허리 아래쪽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노화로 인해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주요 발병원인으로 꼽힌다.
여성의 경우 출산과 폐경을 겪으면서 척추를 지지하는 근력이 약해지므로 준비 없이 갱년기를 맞을 경우 척추전방전위증이 더욱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40대 이후 여성과 남성을 비교해보면 여성의 척추전방전위증 발생 확율이 약 5배 높다. 70대 이상의 여성에게서는 약 10% 정도의 유병율을 보인다.
이외에도 척추관협착증이나 척추 분리증을 앓는 경우라면 척추전방전위증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척추 분리증이란 척추의 뒤쪽에서 위아래의 척추와 각각 관절을 이루는 돌기 부분이 불완전해지거나 척추뼈와의 연결고리에 금이 가는 등의 손상이 생기는 경우로 척추뼈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관절이 분리된 만큼 척추뼈가 쉽게 밀려나므로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이어지기 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허리디스크 증상 비슷… 정확한 진단 받아야
척추전방전위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허리통증, 다리 저림, 자세 이상 등이 있다.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매우 비슷한 편으로 장시간 서있거나 보행할 때 고통이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쥐어짜거나 터져나갈 듯한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은데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허리 통증이 심하다.
대체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주거나 허리를 약간 구부려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감소한다. 허리를 반듯하게 세운 상태에서 척추 뼈를 만졌을 때 특정 부위가 툭 튀어나와 있는 것이 느껴지며 그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발생한다. 다만 고관절 관절염이나 척추관협착증, 허리디스크와도 증상이 비슷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고관절이란 양쪽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관절로 다리운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고관절 연골이 퇴행성 변화로 닳거나 망가지면 허리 근육부터 골반, 고관절에 이르기까지 통증이 느껴지는데 이를 고관절 관절염이라 부른다.
척추관 협착증은 좁아진 척추관 때문에 신경이 관절에 눌리면서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허리디스크는 허리의 충격을 흡수해주는 디스크가 제 자리를 이탈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을 모두 하나의 허리 통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각기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수술보다 '올바른 자세와 습관' 중요
전방전위증의 치료는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주사치료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약 10명 중 1명의 환자에게 적용되며 단순한 요통 증세뿐 아니라 신경이 많이 눌려 감각이 떨어지고 힘이 약해지는 경우, 간헐적 파행이 심해 오래 걷지 못하는 경우에 주로 시행된다. 수술의 종류에는 감압술과 유합술 등이 있다.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감압술은 꼬리뼈에 작은 관을 넣은 뒤 척추신경을 둘러싼 경막 바깥을 타고 올라가 염증 부위를 치료하는 수술법이다. 감압술을 시행하기 어렵거나 척추의 뼈가 심하게 어긋났을 경우에는 불안정한 척추를 고정기기로 고정시키는 유합술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수술적 치료보다 더 효과적이고 중요한 방법이 있다. 바로 올바른 자세와 습관이다. 물론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틀에 박힌 표현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의사로서 몇 번을 강조해도 아깝지 않은 사실이다. 척추전방전위증의 주된 원인이 퇴행성 변화 때문이라 해도 그 상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바닥에 앉거나 쪼그리고 앉는 자세는 허리와 주변 근육, 인대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가하기 때문에 척추전방전위증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주의해야 한다. 또한 허리를 숙이고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행동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통증이 심하지 않을 때는 허리 주변 근육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척추 전방 전위증 환자에게는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보다는 복근을 강화시켜주는 동작이 보다 효과적이다. 보통 수영을 많이 추천하지만 허리에 무리를 주는 평형이나 접영은 금물이며 자유형이나 배영, 혹은 물 속에서 걷는 것이 좋다.
어느덧 가을이다. 무더위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바람이 들어올 새라 창문을 꼭 닫고 잠을 청한다. 일교차 또한 점점 커지면서 감기와 비염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느는 추세다. 환절기가 누구보다 두려운 사람은 바로 척추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근육과 인대가 굳고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져 증상이 심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간혹 기침과 재채기할 때도 허리통증이 느껴져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허리가 약하거나 질환을 겪고 있다면 항상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기온으로 인한 통증 심화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 좋다. 또한 평생을 조심하고 관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본인의 건강 상태와 습관, 자세를 매일매일 들여다볼 때 진정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 본 기사는 <머니S> 제505호(2017년 9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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