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에어로K·플라이양양, 이륙 못한 이유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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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의 국제항공운송사업자 면허심사를 또다시 연기했다. 지난 13일 국토부는 에어로K·플라이양양 2개사의 면허신청과 관련해 "양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의 타당성 등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사기간을 연장했다.
두 항공사의 심사가 연기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현행법상 신규 면허심사 결과는 접수일 이후 60일 이내에 발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불가피한 경우 연기가 가능하다. 지난 6월 면허발급을 신청한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의 심사결과 발표는 지난달 한차례 미뤄진 바 있다. 두 항공사가 동시에 심사를 요청해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정감사 이후로 선택을 미뤘다는 추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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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CC 신규면허심사 난항
국토부는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안전 ▲이용자 편의 ▲과당경쟁 여부 ▲신청사 재무 안정성 ▲항공시장 상황 등 면허요건 충족 여부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면밀하게 검토하기 위해 심사를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에어로K에 재무적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추가 자료와 사업계획 보완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국토부의 심사연장 신청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항공사 신규면허심사는 회사의 재무상태 등 면허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검토하는 과정이어서다. 안전 등에 대한 세부점검은 이후 운항증명(AOC)과정에서 이뤄진다.
국제선 항공사의 신규면허발급 요건은 자본금 150억원에 항공기 3대를 보유하는 것이다. 에어로K의 경우 45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고 8기의 A320신조기를 주문한 상태다. 면허발급 요건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국토부가 면허발급에 유난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에어로K를 둘러싼 자금에 대해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불거졌던 ‘외국인 배후투자’ 논란 등으로 시장의 의심이 큰 상황이어서 지분관계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것.
에어로K는 최초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의 우회투자설에 시달린 바 있다. 모기업인 에어이노베이션코리아(AIK)의 투자자가 외국인이라는 의심이었다. 에어버스와 사전 신뢰관계 없이 8대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아시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가 호시탐탐 한국법인 설립을 노려왔다는 점에서 에어아시아와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샀다.
항공안전법 제10조는 ‘외국인(또는 법인)이 주식이나 지분의 2분의1 이상을 소유하거나 그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항공기 등록을 불허’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외국자본이 국내 항공시장을 장악하고 교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에 대해 에어로K는 관계자는 “국내자본이 78%고 외국자본은 22%에 불과하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에어로K에 따르면 AIK의 지분은 한화테크윈과 한화인베스트먼트가 22%를 갖고 있고 사모펀드 에이티넘파트너스가 한화그룹과 동일한 지분을 가졌다. 주방가전 전문 제조기업 부방이 10%, 강병호 대표이사가 9.7%, 기타 이해관계자가 10%가량을 소유했다.
에어로K는 22%의 외국인 투자자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 어떤 외국 항공사도 AIK의 지분을 소유하지 않았다”고 공언했다. 또한 국내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율 평균이 30%를 웃도는 사실을 언급하며 "경쟁업체들이 에어로K의 시장 진입을 막으려고 퍼뜨린 소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의 심사연장에 대해서는 여유로운 입장을 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심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국토부의 설명을 이해한다”며 “미진한 점이 있으면 보충하고 설명이 부족하면 제대로 알리는 등 성심성의를 다해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심사연장으로 조급해진 것은 플라이양양이다. 평창올림픽 이전에 운항을 시작한다는 당초 목표와 멀어지고 있어서다. 오는 10월 면허승인이 난다 해도 내년 2월 전에 운항증명 과정을 마치고 운항에 돌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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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계류장에 서있는 저비용항공사 항공기들. /사진=뉴스1 DB |
◆ 업계 반발 넘어설까
항공업계 일각에선 국토부가 면허발급을 미루는 가장 큰 원인이 ‘기존 업체의 반발’에 있다고 본다. 이미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 등 국적 LCC와 대항항공·아시아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는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이 신규운항면허를 신청하자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안전문제 ▲조종사 수급문제 ▲과당경쟁 우려 ▲신규사 자금문제 등을 이유로 신규 LCC의 시장 진입을 반대했다.
LCC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지만 수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신규항공사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공멸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앞으로 신규진출을 준비 중인 LCC가 4개 더 남아있어 국토부의 승인으로 봇물처럼 항공사가 쏟아질 것을 우려한다. 현재 에어대구, 남부에어, 에어포항, 프라임항공 등이 신규진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신규진입을 원하는 LCC는 이런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에어서울이 운송면허를 취득할 때도 나머지 LCC업체들이 같은 우려를 내놓고 반발했다”며 “당시 ‘소비자 선택권 증대’라고 주장하던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이 안면몰수하고 신규진입을 막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정부의 지나친 항공업계 보호가 우리나라 항공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에어로K 관계자는 “중국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시장의 성장세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 업체 보호를 위해 신규 LCC의 진입은 막을 수 있어도 글로벌 경쟁 구도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이에 동조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할 일은 안전관리 강화이지 시장개입이 아니다”며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국내 항공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장기적인 산업진흥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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