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물이 돈이 되는 시대다. 지난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약 8000억원. 여러 기업이 하나둘 물장사에 발을 뻗은 결과 시장에서는 수십개 브랜드가 물전쟁을 치른다. 한국샘물협회에 따르면 국내외 생수브랜드는 모두 150여개. 그중 부동의 1위는 단연 제주 삼다수다.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삼다수는 제주도 한라산의 화산 암반수로 생수시장에서 40%가 넘는 막강한 점유율을 자랑한다.


#. 삼다수는 1998년부터 농심이 유통을 맡다가 2012년 광동제약으로 넘어갔다. 당시 제주도개발공사는 광동제약과 2016년 12월까지 4년 계약을 체결, 판매 목표치를 달성하면 1년 계약을 연장하는 조건을 넣었다. 광동제약이 해당 조건을 충족하면서 위탁 판매계약은 오는 12월까지 연장된 상황. 삼다수 판권 기한 만료가 다가오면서 삼다수를 잡기 위한 업체간 물밑 눈치싸움은 올 초부터 치열했다. 삼다수를 거머쥐는 순간 단숨에 생수시장 1위로 도약할 수 있어서다. 반면 광동제약은 ‘효자’ 삼다수를 지켜내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사진=머니S DB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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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제약, LG생활건강, 크라운해태, 현대그린푸드…. 예상보다 싱거웠던 경쟁 끝에 삼다수 판권은 광동제약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반쪽짜리 성공이다. 현재는 소매용과 비소매·업소용 판권을 모두 갖고 있지만 이젠 LG생활건강과 나눠가져야 할 처지다. 

◆ 물 빠진 판권 이원화… 경쟁률 ‘뚝’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7일 자사가 생산·공급하는 삼다수·기능성워터·니어워터·감귤 등의 제품을 제주를 제외한 국내 전지역에 위탁판매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광동제약과 LG생건을 선정했다. 앞서 제주개발공사는 지난달 5개사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고 이달 6일부터 이틀간 사업자 선정절차를 진행했다.


예상과 달리 많은 업체가 삼다수 판권 경쟁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는 입찰이 두갈래로 분리돼서다. 이번 입찰은 슈퍼마켓, 조합마트, 온라인,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는 소매용과 식당, 호텔,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판매가 가능한 비소매용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 결과 광동제약이 소매용 판권을 따냈고 LG생활건강의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는 업소용 판권을 얻었다. 두 회사는 사업개시일(12월15일)부터 2021년 12월14일까지 4년간 삼다수 판권을 갖는다.


생수업계 한 관계자는 “삼다수 판권이 생수시장 재편의 주요 요소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면서 “2012년엔 롯데칠성음료, 아워홈, 남양유업, 웅진식품, 샘표 등 다수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이번에 판권 입찰이 이원화되면서 김이 확 빠졌고 결국 여러 후보가 응찰 자체를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삼다수 업고 '1조 클럽'… 반쪽 승리

경쟁은 치열하지 않았지만 표면상으로는 광동제약의 승리다. 지난 5년간 삼다수 매출로 재미를 본 광동제약이 재도전에 나설지, 판권을 지킬 수 있을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였다. 광동제약은 삼다수를 업고 지난해 연매출 1조564억원(연결 기준)을 올리며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제공=광동제약
/사진제공=광동제약


삼다수 매출은 2014년 1479억원, 2015년 1676억원, 지난해 1838억원, 올 상반기 995억원을 기록하는 등 광동제약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광동제약 매출(연결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28.32%, 2015년 17.52%, 지난해 17.40%, 올 상반기 17.56%로 높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소매용과 비소매용 위탁 판매권을 모두 합한 결과다. 오는 12월15일부터 소매용 제품군만 판매할 경우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광동제약의 이번 삼다수 판권을 두고 반쪽짜리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이에 광동제약 측은 “삼다수 판매 물량의 대부분이 소매용 매출인데다 비소매용 매출은 극미한 수준”이라면서 “매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 말대로 두 영역의 매출 차이가 크다면 제주도개발공사가 왜 미미한 수준인 비소매용 판매권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는지 의문”이라며 “LG생건 역시 돈이 안된다고 판단했다면 입찰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매출하락 우려… 본업서 손실 만회하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면 광동제약은 본업인 의약품사업에서 손실을 만회해야 하지만 이 또한 쉬운 문제가 아니다.

현재 광동제약은 삼다수, 옥수수수염차와 같은 식품부문 영업이익·매출에 비해 본업인 의약품부문 실적이 현저히 뒤처진다. 2007년엔 음료매출 비중이 급격히 커져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업목표를 분명히 하라’며 사명 변경을 권고받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주요 11개 품목 중 절반은 영양드링크와 생수 등이 차지한 상황. 광동제약의 지난해 재무제표에 따르면 약국·병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 관련 매출은 전체의 10.1% 수준인 545억원에 그친다. 이는 2015년 604억원에서 9.8% 줄어든 것으로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도 지난해 매출 1조564억원에서 의약품 매출은 19.0%인 2008억원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본업에서 매출을 내지 못하고 물을 팔아 먹고산다는 얘기가 만연한 건 광동제약의 아킬레스건”이라며 “이번 삼다수의 계약조건 변경을 매출 하락이 아닌 본업인 의약품부문 사업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