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D램 장인'의 끝없는 도전
CEO In & Out /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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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기세등등한 반도체 호황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이다. 올 2분기 매출 6조6923억원, 영업이익 3조507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고 주가도 최고점을 돌파했다. 업계는 반도체 호황이 올 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분기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증권사의 관측이다. 메모리업계 최대 관심사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전에서도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연합이 승리를 거뒀다. 연일 계속되는 성공을 이끄는 인물은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반도체 30년… 기술경영의 표본
박 부회장은 D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198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료공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산업 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한 그는 30년이 넘는 세월을 반도체에 투신한 ‘반도체 통’이다.
경영능력도 탁월하다. 2000년대 초반 거듭된 적자에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하이닉스반도체는 원가절감을 위해 값비싼 반도체 장비를 개조, 재활용하는 ‘블루칩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천·청주·미국 오레곤 등 세군데서 진행됐는데 박 부회장은 오레곤공장의 기술총괄을 맡아 프로젝트 목표를 가장 먼저 달성했다.
이런 경영수완으로 박 부회장은 일찌감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SK그룹에 인수된 이듬해인 2013년 최 회장은 당시 박 부사장을 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낙점했다. 당시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된 인사 모두가 SK 출신이어서 순혈 SK맨이 아닌 박 부회장의 발탁은 의외였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후 박 부회장은 줄곧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2010년대 중반 반도체 시황이 불투명할 때도 시설투자를 10% 이상 확대하며 선제적 투자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충북 청주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15조5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이미 착공된 이 공장의 초기 투입비용만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생산라인 투자는 최태원 회장의 구상과도 일치한다”며 “청주공장 신설은 낸드플래시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SK하이닉스의 선전포고인 셈”이라고 말했다.
◆도시바 인수, 낸드플래시 '물꼬'
그간 SK하이닉스는 D램시장에서의 영향력에 비해 낸드플래시 분야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낸드플래시는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스마트폰의 메모리로 사용돼 성장성이 높다는 평을 받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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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섰지만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줄곧 5위권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도 낸드플래시가 반도체시장의 캐시카우로 떠오른 만큼 D램만 가지고는 미래시장을 이끌 수 없다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월 낸드플래시 점유율 2위의 도시바가 메모리사업부문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곧바로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문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쟁 상대는 대만의 폭스콘,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 등 쟁쟁한 글로벌기업이었다.
도시바 인수전은 진흙탕 싸움이었다. 이에 박 부회장은 물론 최태원 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이 일본을 오가며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SK하이닉스는 일본 정부펀드·미국 베인캐피털 등과 ‘한미일 연합’을 결성,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급기야 8월24일 도시바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를 미국 WD진영으로 변경했다. 일주일 뒤인 8월31일에는 ‘신미일연합’, ‘한미일연합’, 폭스콘 등과 매각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히는 등 변덕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박 부회장은 말을 아끼면서도 “인수 포기는 없다”고 의지를 밝혔다.
약 7개월간 이어진 인수전은 지난 9월20일 일본 도시바가 이사회를 열고 메모리 자회사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기로 결의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시바가 최종계약서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현지 언론도 “도시바가 최종계약을 맺어야 WD, 폭스콘과 교섭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혼전 끝에 도시바를 품에 안았지만 갈 길은 더 멀다. 이번 거래에서 SK하이닉스와 박 부회장이 실익을 얻기 위해 해결할 과제가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인수로 실질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기술정보에 접근해야 한다”며 “하지만 의결권의 50%를 일본 측이 갖고 있어 박 부회장이 목표를 달성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의 존재도 SK하이닉스의 실익을 좌우하는 변수다. 애플은 도시바로부터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메모리를 구입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탑재한다. 이번 협상에서도 애플은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도시바의 선택도 애플이 속한 한미일 연합으로 결정됐다. 의결권은 일본이, 실익은 애플이 가져갔다는 논란도 나오는 실정이다.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는 법. 고성장이 예상되는 낸드플래시 분야 경쟁력 강화는 필수불가결하다. SK하이닉스와 박 부회장이 과연 D램에서 일군 성공신화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재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로필
▲1958년생 ▲울산대학교 재료공학 학사 ▲KAIST 대학원 재료공학 석사 ▲KAIST 대학원 재료공학 박사 ▲현대전자산업 미국생산법인 이사 ▲하이닉스반도체 메모리 연구소장 ▲하이닉스반도체 연구개발제조총괄 ▲SK하이닉스 연구개발총괄 부사장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1958년생 ▲울산대학교 재료공학 학사 ▲KAIST 대학원 재료공학 석사 ▲KAIST 대학원 재료공학 박사 ▲현대전자산업 미국생산법인 이사 ▲하이닉스반도체 메모리 연구소장 ▲하이닉스반도체 연구개발제조총괄 ▲SK하이닉스 연구개발총괄 부사장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07호·제5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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