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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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인천공항 이용객이 200만명을 돌파해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대치를 넘어섰다. 이미 올 상반기 총 해외여행객은 1262만762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7% 늘었으며 연간 해외에서 소비로 지출한 금액은 3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수개월 이상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올 8월까지 누적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나 줄었다.


이는 중국에서 방한상품 판매를 금지해 한국행 단체관광객이 줄어든 영향이 크지만 다른 국가에서 오는 관광객 수도 별로 늘지 않았다. 중국 대륙이 아닌 대만의 관광객은 3.0% 늘어나는 데 그쳤고 미국과 유럽의 관광객은 되레 2.6% 감소했다. 이제는 연간 방한한 외국인여행객보다 1000만명 이상 많은 내국인이 해외로 나가기 때문에 여행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

관광객이 적어지면 내수에 불리하게 작용해 관광객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의 영업을 힘들게 만든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해외여행객의 국내 전환을 유도하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개인 삶의 질이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해외여행을 줄이고 국내여행으로 전환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국내여행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특히 외국인이 한국을 많이 찾는데 집중하는 것이 글로벌시대의 흐름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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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없는 한국 거리… 상업건물 난립


관광객 유인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과 대화를 나눠보면 서울 어디를 가나 대개는 비슷비슷해 별 특색이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길거리 건물이 비슷하고 커피숍, 화장품 가게, 이동통신 대리점 등이 많은 것도 비슷하다.

국내 첫 문화지구로 지정된 서울 인사동의 골목에는 고미술품을 거래하는 골동품 가게와 백년 역사를 가진 가게가 많았다. 유동인구가 많아져 임대료가 높아지자 기존 상인들이 떠나고 다른 거리와 마찬가지로 화장품 매장, 현대식 카페, 유흥업소가 늘어났다. 인사동 거리가 지닌 특징이 퇴색하자 서울시가 입점 업소를 제한하는 조례를 뒤늦게 만들었지만 처벌기준이 없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옛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강력한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당한 크기의 구역 전체가 중세풍 건물로 이뤄져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주는 도시도 있다. 또 오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서울에서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살던 주거지로 600년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마을 북촌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로 손에 꼽힌다. 그러나 한옥을 상업적 용도에 적합하게 변형해 고풍스러운 외관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았다. 골목까지 프랜차이즈업체의 옥외광고물이 난립해 북촌 분위기가 훼손되고 정체성을 점차 잃어갔다. 이에 서울시는 지역 고유의 정취와 분위기 보존을 위해 가회동·계동·삼청동 등 일대를 대상으로 한옥등록제 시행, 한옥 개·보수 지원, 한옥매입·활용 등 한옥주거지를 보전하기 위한 북촌가꾸기 사업을 시행했다. 그러나 사회적·물리적 환경변화로 효과가 미미해 2010년에 결정한 북촌 일대 약 113만㎡의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요즘은 해외 멀리까지 여행한 사람이 늘어나고 대학생들도 해외배낭여행을 통해 보고 느끼는 것이 많다. 외국인관광객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요인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므로 일반 국민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안도 받아들여 반영한다면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좋게 인식하고 편리하게 여기는 것들도 있다. 이런 부분을 파악하는 것도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외국인관광객이 한국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저렴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우선 한국의 대중교통은 저렴하면서도 매우 편리하다. 서울은 거미줄처럼 생겨난 전철과 여러 노선의 버스를 환승할 때 추가 비용 없이 어디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방문 기간이 길더라도 렌터카를 운전하며 이동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한다. 한국은 택시요금 또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며 외국인이라도 바가지요금 위험성이 거의 없고 서비스도 좋은 편이다. 외국에서는 부득이하게 택시를 탈 경우 요금 부담이 상당하고 바가지요금을0 씌우는 경우도 있다. 북유럽 선진국 여행에서도 부당한 콜택시 요금을 낼 뻔했다는 경험담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영어 가능하고 친절한 시민의식까지=어느 나라든 호텔이나 관광객을 상대하는 업소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이뤄진다. 하지만 일반인과 잘 안 통하는 경우에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때 불편함이 있다. 유럽에도 북구 쪽은 일반인도 영어를 곧 잘 하지만 남부 유럽에서는 영어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직 많다. 아시아에서는 과거 미국령이었던 필리핀과 영국령 식민지 시절을 겪었던 인도, 파키스탄,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영어가 공용어로 통용된다. 그러한 국가가 아닌 한국에서 의외로 영어가 잘 통해 외국인들은 다행으로 여긴다. 영어로 묻더라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는 답변을 해주기 때문이다. 가까운 목적지라면 함께 가주는 친절한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외국인도 있다.


◆치안 걱정 없는 대한민국=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오히려 내부 치안은 매우 잘 돼있다는 점을 알고 놀라는 외국인이 많다. 해외에서는 물건을 도둑맞거나 소매치기 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필자 친척은 노르웨이 단체여행 중 버스 안에서 물건과 소지품을 도둑 맞았으며 필자 역시 배낭여행 중 오슬로역에서 배낭을 도둑 맞을 뻔한 경험이 있다.

스페인에서는 안내원이 소매치기에 대비하는 방법을 수차례 강조했다. 필자의 친구는 이탈리아에서 모텔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 뒤쪽 트렁크를 누군가 열어 물품을 꺼내갔다고 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물건 분실 위험이 매우 적고 밤늦게 혼자 거리를 걸어도 위험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안전한 나라라는 점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전세계적으로 테러가 늘면서 관광에도 영향을 주는데 한국이 치안을 계속 잘 유지해 여행 시 안전한 국가라는 점을 널리 홍보하는 것도 관광객 유치에 도움될 듯싶다.


◆깨끗한 거리·깔끔한 공공장소=거리가 생각 이상으로 깨끗해 좋은 인상 받은 외국인도 많다.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에서도 가끔은 더러운 인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프랑스 파리 공공화장실 근처 대로변에서 오물 냄새가 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고 지하철 환승을 위한 지하통로를 지나다 심한 오물냄새를 맡은 적도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일을 상상하기 힘들다. 한국은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쓰레기 봉지가 넘쳐나던 거리도 다음날 아침에는 깨끗이 청소된 모습이 매우 좋았다는 외국인들의 소감도 있다. 반면 길에 쓰레기통이 적은 편이고 땅에 침 뱉는 사람이 많다는 지적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쉽고 빠르게 접속되는 인터넷=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접속되는 인터넷도 빼놓을 수 없다. 실내는 물론 걸어 다니거나 지하철에서도 인터넷이 끊기지 않고 속도 또한 빠른 것에 놀란다. 외국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별도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외국 여행객들은 큰 만족감을 느낀다.

◆한국의 색다른 밤문화=서울의 밤문화는 외국인의 흥미를 끌어당긴다. 어두워진 후 문 닫는 가게가 많은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24시간 즐기는 것이 가능해 제한된 여행기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활기찬 분위기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3대 핫 플레이스인 홍대, 이태원, 강남은 외국인에게도 손꼽히는 인기 여행지다. 홍대 앞 클럽에서는 새벽까지도 청춘의 열기가 타오른다. 한국의 클럽 문화를 즐기는 외국인의 모습이 쉽게 목격된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거리 곳곳 어디에서든 눈에 띈다.

인구 대비 편의점 수는 최초 발상지인 미국과 편의점 최대 발흥지인 일본, 대만을 제치고 한국이 가장 많아졌다. 편의점 앞에 놓인 의자에서 밤늦게 음료나 맥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소주와 맥주를 혼합한 소맥을 서울에 방문하면 꼭 마셔봐야 하는 주류로 소개하는 외국인도 있다. 전화만 하면 몇 십분 안에 치킨, 피자, 중국음식 등이 배달되는 문화도 이색적이다. 공원과 한강 둔치에도 배달이 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는 외국인도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0호(2017년 10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