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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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동통신 멤버십포인트의 60%가 사용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주어지는 멤버십포인트가 8만1452포인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4만8000포인트가 공중에 사라진 셈이다.

과거 멤버십포인트는 이통사가 고객을 유치하는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 이통사들은 경쟁 통신사보다 더 많은 포인트, 더 많은 가맹점을 보유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의 TTL, KT의 비기, LG유플러스의 카이 등 브랜드 요금제와 함께 제공되던 멤버십포인트는 꽤 쏠쏠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멤버십포인트의 혜택이 수시로 바뀌고 사용처도 외식업체와 영화관으로 한정되며 효용성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멤버십포인트의 유효기간도 1년으로 제한돼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는 상황이다. 한 소비자는 “쓰지도 못하고 없어지는 멤버십포인트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며 “통신사들이 자주 혜택을 축소하고 업체를 변경하는 바람에 이제는 어떤 혜택이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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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줄어드는 멤버십 혜택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통3사는 멤버십 혜택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SK텔레콤은 준오헤어에서 받을 수 있는 할인혜택을 기존 15%에서 10%로 축소 변경했다. KT는 에버랜드 멤버십혜택을 40%에서 30%로 줄였으며 편의점 미니스톱과 외식업체 라그릴리아, 디퀸즈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LG유플러스는 VVIP와 VIP회원에게 무료제공되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기존 ‘톨 사이즈’에서 ‘숏 사이즈’로 변경했다. 또 샷 추가, 사이즈업 등을 제공하는 프리엑스트라의 경우 ‘1일 1회, 주 2회’에서 ‘주 1회’로 축소했다. ‘두달에 한번 무료 관람’이 가능했던 CGV 영화 혜택도 ‘현장 3000원 할인’으로 크게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이 기간 축소된 멤버십혜택은 ▲KT 26건 ▲SK텔레콤 19건 ▲LG유플러스 19건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선택약정할인율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혜택을 축소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멤버십포인트의 속을 들여다보면 잦은 혜택 변경의 원인이 제휴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객이 멤버십포인트로 할인받는 금액의 대부분을 통신사가 아닌 제휴사가 부담해서다.


지난 6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프랜차이즈업체인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미스터피자, 피자헛, 롯데리아의 일반 등급 할인을 살펴본결과 통신사 멤버십으로 할인한 금액의 76~100%를 제휴사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가맹본사 41%, 가맹점 34%, 통신사 24%의 비율로 멤버십포인트 사용분을 부담하고 있었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생색은 이통사가 내고 돈은 제휴사가 내는 구조”라며 “손실이 쌓이다보면 제휴사도 손해분을 보전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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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수’ 대신 ‘본질’에 집중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멤버십서비스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약 12만원에 달하는 반쪽짜리 혜택으로 고객을 ‘현혹’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요금제로 본연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실 멤버십포인트 문제는 매년 제기된 문제다. 이때마다 이통3사는 “지난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포인트폐지와 사용기간 축소에 문제 없다고 밝혔다”며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7월부터 공정위가 사실확인에 들어갔고 감사원이 공정위 관계자들을 조사한 만큼 조만간 이전과 다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멤버십포인트 구조는 약 20년 이상 큰 변화가 없었다”며 “현행 포인트 결제비율 제한을 완화해 1회 사용가능한 포인트를 확대하고 포인트로 음성통화, 데이터 구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멤버십포인트를 폐지하고 시간과 인력을 요금제와 품질 개선에 투입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