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증권사 'ELS'가 안전해졌어요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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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핵심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가 안전함을 장착했다. 중위험·중수익의 대명사에서 저위험상품으로 차츰 진화하는 추세다. 최근 코스피지수를 포함해 글로벌시장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갑작스런 하락의 우려도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또 과거 중국증시의 폭락으로 ‘위험한 ELS’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고수익보다 안전함을 원하는 것도 ELS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위험할 땐 ‘꼬리’ 잘라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ELS의 기대수익률은 3~5% 수준이다. 과거 7%를 넘나들던 수익률은 최근 지수형 ELS에서 찾기 힘들어졌다. 이는 증권사들이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변동성이 큰 기초자산 지수를 포함하기보다 구조를 다변화하면서 수익을 낮추고 안정성을 올리는 데 주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물옵션 등을 이용해 구조화한 ELS는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클수록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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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최근 ELS의 안정성이 높아진 것은 녹인배리어(손실구간) 수준에서 가늠할 수 있다. 통상 ELS는 만기까지 기초자산이 일정수준, 즉 녹인배리어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과거에는 50% 안팎에서 녹인배리어가 설정된 상품이 주를 이뤘던 반면 최근에는 노녹인(No Knock-In) 구조가 다수 출시되는 추세다.
삼성증권은 지난 17일 노녹인 구조인 ‘멀티 리자드 ELS’를 200억원 한도로 모집했다. 이 상품은 녹인배리어가 없어 만기 때 모든 기초자산이 기준가의 65% 이상이면 세전 연 4.16%의 수익을 지급한다. 하나금융투자도 지난달 26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유로스탁스(EuroSTOXX)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연 4.6%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ELS를 발행했다.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를 주는 상품으로 역시 녹인배리어가 없다.
특히 최근에는 리자드(도마뱀)형 상품이 인기를 끈다. 전체 발행된 ELS의 약 40%가 리자드옵션이 추가된 상품일 정도다. 리자드형 ELS는 도마뱀이 위기 때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기초지수가 더 떨어지기 전 조기상환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상품이다. 이를테면 첫 6개월 시점에 기초자산이 최초 기준가의 90% 이상일 경우 조기상환되는 ELS가 있다고 가정하자. 리자드형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6개월간 일정 수준 이하로 기초자산이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 일부와 원금을 상환해주는 옵션이다.
이대원 한국투자증권 DS부장은 “리자드 ELS는 추가 상환조건이 있어 해당 배리어를 밑돌지 않으면 상환이 가능해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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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투자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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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하나금융투자 |
◆고객 손실·분쟁, 한번에 방지
금융소비자도 안정성 높은 ELS 상품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바라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글로벌증시도 올 들어 호황을 누리는 상황에서 계속 급등한 만큼 시장의 하락 우려가 커진 것이다. 채경진 삼성증권 상품개발팀 책임은 “최근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강화한 ELS가 출시되는 이유는 주가지수가 많이 올라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홍콩 HSCEI 붐이 일었을 때 급락과 손실을 경험했던 투자자가 보다 안전한 상품을 원하면서 ELS 트렌드가 변한 것도 있다. 2015년 HSCEI는 중국증시의 강세 영향으로 1만5000선까지 치솟았다. 이때 증권사들은 변동성이 큰 HSCEI를 편입한 ELS를 대거 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HSCEI가 7500선으로 주저앉으면서 최고점일 때 HSCEI를 기초로 발행한 ELS가 녹인 구간에 진입했고 손실을 본 투자자가 발생했다. 이 충격은 지금까지 계속되는 중이다. 실제 지난 3분기 기준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전분기 대비 47.5% 감소했다. 유로스톡스50과 코스피200을 기초로 한 ELS가 20% 이상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HSCEI지수는 지난해 2월 7505로 최저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나 HSCEI지수 폭락에 따른 투자손실 경험 등의 영향으로 기초자산 편입을 기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수익만 노린 ELS가 손실을 볼 경우 증권사로서는 빗발치는 투자자의 항의를 받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ELS 등 간접상품 유형의 민원분쟁이 전체 민원의 35.5%를 차지했다. HSCEI 폭락에 따른 손실로 불완전판매 민원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ELS 판매 관련 규제를 도입했을 정도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부터 투자자 숙려제도를 확대 시행해 70세 이상 투자자의 경우 파생상품에 투자한 후 2거래일 안에 취소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부터 금융회사들은 70세 이상 투자자와 안정성향 투자자에게 ELS 등 고위험 파생결합증권을 판매하는 경우 상품설명과 권유 등 전과정을 녹취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증권사의 민원과 분쟁 발생건수를 집계·발표하기 때문에 건수가 늘면 이미지 손상 우려가 있다”며 “증권사 차원에서도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을 계속 구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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