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사건 무죄 구형' 임은정 검사, 징계취소 확정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 취소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내부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정직 4개월을 받은 임은정 검사의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31일 임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징계를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4년 12월1일 대법원에 상고된 지 2년11개월 여만에 나온 결론이다.


재판부는 무죄 구형을 주장하는 임 검사에게 해당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한 직무이전 명령은 권한 없는 이에 의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에 이의를 제기한 상황에서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이전하기 위해서는 검찰청의 장의 구체적·개별적 위임이나 검사 직무 이전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한 위임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검찰청 예규 '사건배당지침'의 사건 재배당이나 서울중앙지검의 '위임전결규정'이 정한 직무분담은 그 근거가 될 수 없고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의 개별 위임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직무이전명령은 권한 없는 공판2부장이 한 것으로 위법해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임 검사가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검찰 조직 내부의 혼란을 일으키거나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근무시간 위반만으로 정직을 징계한 것은 지나치게 과중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봤다.


임 검사는 지난 2012년 12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소속으로 근무하던 중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된 고(故)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내부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

이에 공판2부장은 이 사건을 다른 검사가 담당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임 검사는 당일 법정으로 통하는 검사 출입문에 "무죄를 구형하겠다"는 쪽지를 붙인 뒤 문을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다.


또 그 무렵 검찰 내부 게시판에 "재심사건 무죄 구형은 의무라고 확신한다"며 무죄 구형을 하게 된 경위와 관련 의견을 담은 '징계청원' 글을 올리고, 이후 반일연가를 내고 일찍 퇴근했다.

법무부는 2013년 2월 임 검사에게 검찰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아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이에 불복한 임 검사는 같은 해 5월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임 검사에게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역시 지난달 과거사 관련 권고안을 통해 "임 검사에 대한 징계조치를 시정하고 실질적인 피해회복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