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광희동에 ‘중앙아시아거리’가 형성됐다.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몽골인이 주로 거주하는 곳인 데다 동대문에서 옷을 사서 러시아로 보내는 보따리상이 자리를 잡으면서 밀집지역이 된 것. 자연스레 중앙아시아 음식점들도 하나둘씩 늘어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대형패션몰을 찾는 젊은층과 관광객이 많은 곳.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덕에 꾸준히 주목받는 광희동 상권.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과 함께 광희동 골목의 맛집을 찾아가보자.


장프리고. /사진=임한별 기자
장프리고. /사진=임한별 기자
장프리고. /사진=임한별 기자
장프리고. /사진=임한별 기자

◆장프리고

요즘은 남들이 잘 모르는 이른바 ‘아지트’ 같은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레스토랑보다 바에서 이런 콘셉트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크다. 미국 금주법시대(1920~1933년)에 경찰의 단속을 피해 몰래 술을 제조하거나 팔던 ‘스피크이지바’(Speakeasy Bar)가 대표적이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광희동에도 은밀한 바 겸 카페가 생겼다.

장지호 대표의 성인 ‘장’과 냉장고를 의미하는 불어인 ‘프리고’(frigo)를 딴 상호 ‘장프리고’(Jean frigo)가 바로 그곳. 찾기 쉬운 청담동이나 한남동의 바와 달리 장프리고는 주택단지를 헤메야 한다. 도착해도 간판 대신 수많은 과일과 유리벽에 붙은 ‘날마다 신선한 과일도 팝니다’라는 문구만 보일 뿐이다.


이곳은 간판도 없고 포털사이트에서도 검색되지 않는다. 어디가 문인지,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도 알 수가 없어 은밀한 공간을 원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어떻게 들어가야 할까. 비밀은 과일 보관용처럼 보이는 냉장고다. 냉장고 문을 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어둑한 조명 아래 세련된 라운지 바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숨겨진 공간은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한 대표와 디자인·건축을 전공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완성했으며 1층은 라운지 바로, 2층은 노출된 콘크리트 속 카페를 콘셉트로 운영한다.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나 위스키와 칵테일, 와인 등을 제공한다.

눈여겨볼 것은 매장 앞의 과일이다. 과일유통을 하는 지인 덕분에 질 좋은 과일을 저렴하게 공급받아 착한 가격에 판다. 이런 이유로 요깃거리 메뉴들 중 ‘과일’ 섹션이 따로 있다. 혼자 방문하는 ‘혼술족’을 위한 1인 메뉴도 있다. 1인 과일데코플레이트는 파인애플·바나나·오렌지·자두·자몽·청포도 등을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썰었다.

전문 바텐더가 구성한 칵테일 메뉴도 눈에 띈다. 장 대표가 남성고객에게 추천하는 칵테일은 상호명을 딴 ‘장프리고’다. 시나몬 리큐르인 ‘파이어볼’에 진저에일 등을 섞고 건사과칩과 시나몬스틱을 태워 스모키한 향을 돋운다.


재미있는 이름의 ‘광화문연가’ 칵테일도 있다. 식용 장미와 장미 시럽, 신선한 레몬주스, 보드카가 들어갔다. 문배술이 들어간 ‘한강의 기적’이나 문경바람이 들어간 ‘P.P.A.P’ 등 전통주를 이용한 칵테일도 색다르다. 2층에서는 한쪽 벽면의 공중전화를 이용해 주문해야 한다. 100원을 넣고 번호 100번을 누르면 아래층과 연결된다.

위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이비스버젯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 뒤 골목에 위치
메뉴 장프리고 1만4000원, 1인 과일데코플레이트 1만3000원
영업시간 (월-목) 12:00-02:00 (금·토요일)12:00-03:00 (일요일 휴무)
전화 02-2275-1933

사마리칸트.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사마리칸트.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사마리칸트.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사마리칸트.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사마르칸트

동대문 광희동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요리 전문점이다. 우즈베키스탄 전통의 맛을 내세운 곳. 주문하면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한 맛의 빨간 무 샐러드가 서비스로 제공된다. 인기메뉴는 ‘양배추 고기말이’와 ‘샤므사’다. 양배추 고기말이는 널찍한 양배추에 양고기를 꽉 채워 당근, 파프리카, 감자, 별도의 양고기 다진 것이 함께 제공되고 샤므사는 얇은 페스트리빵 속에 양고기와 야채가 들어있다. 특히 샤므사는 양고기의 누린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맛볼 수 있는 메뉴다. 메뉴의 가격대는 저렴한 편. 우즈베키스탄의 요리와 맥주를 함께 맛보는 것도 좋겠다. 맥주병에는 No.3, No.6, No.9의 번호가 적혀있는데 맥주의 도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No.3는 알코올 도수가 4.8%, No.6는 흑맥주로 7%, No.9는 8%다.

서울 중구 광희동1가 162/ 양고기스프 7000원, 양배추 고기말이 1만원/ 11:00-23:00 / 02-2279-7780


평양면옥. /사진제공=다이어리알
평양면옥. /사진제공=다이어리알

◆평양면옥

외할머니부터 시작해 4대째 맛을 이어가는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1985년에 광희동에 문을 열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1989년 지금의 장소에 자리를 잡고 꾸준히 영업 중이다. 1층에서 직접 메밀을 제분해 사용하며 육수는 한우로만 2~3시간 이상 푹 고아낸 맑고 진한 것을 쓴다. 삼삼한 듯 적당히 간이 된 육수는 메밀향 가득한 면발과 어우러진다. 면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냉면과 함께 크고 담백한 평양왕만두와 흔치 않은 향토음식인 어복쟁반도 즐길 수 있다. 앞접시를 꽉 채우는 만두는 한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 어떤 미식가는 냉면보다 왕만두가 평양의 오리지널 맛이라고도 평한다. 술과 함께 곁들일 안주를 찾는다면 제육을 추천한다. 윤기가 좌르르 흐를 정도로 잘 삶았다. 정통 평양식이어서 평양냉면을 처음 맛본 이들은 다소 심심하다고 평하기도 한다.

서울 중구 장충동1가 26-14/ 냉면 1만1000원, 제육 2만6000원/ 11:00-21:30 / 02-2267-7784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