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금융협회 맏형도 ‘올드보이’ 귀환?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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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전경. /사진제공=은행연합회
관료 출신 ‘올드보이’(Old Boy)가 금융협회 수장으로 귀환하고 있다. 지난 1일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에 선임되면서 ‘올드보이’ 논란이 불거진 것.
22개 은행을 회원사로 둔 은행연합회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로 전직 고위관료의 복귀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했거나 전문성이 결여된 관직 인사가 선출된다면 ‘보은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깜깜이 이사회, 과거 답습 우려
은행연합회는 이달 중순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사회는 시중은행장인 비상임이사 10명과 하영구 회장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이들은 차기회장 선출절차와 방안, 세부일정을 논의 중이다. 각 이사들은 1인 이내 후보를 추천해 숏리스트(압축 후보군)를 만들어 최종 1인을 선정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은행연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이사회와 사원총회를 거쳐 회장을 추대했지만 회장 선출과정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선출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사실상 이사들이 차기 회장을 내정하고 ‘무늬만 이사회’를 열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회추위를 없애고 이사회에 참여한 은행장이 후보 추천, 후보의 자질 검증, 이사회 결정, 총회 승인 등의 절차를 거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회장 추천의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관료출신이 하마평에 오르는 등 차기 회장 내정설이 돌고 있다. 더욱이 많은 이사가 ‘회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보여주기식 이사회’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하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머지 이사들이 1인 이내 후보를 추천하면 총 10명의 후보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후보 추천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압축 후보군은 한자릿수로 줄어들 수 있다.
은행연합회 측은 “이사회가 동일한 후보를 추천하거나 아예 추천하지 않는 사례를 감안하면 바로 최종후보가 나올 수 있다”며 “늦어도 이달 중순에는 최종후보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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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김 vs 소신발언 주목
이제 관심은 이사회에 참여한 은행장에 쏠린다. 그동안 은행장들은 민·관 출신과 무관하게 실력 있는 인물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은행권이 ICT(정보통신기술)기업과 협업한 핀테크기술을 선보이고 인터넷은행 출범하는 등 새로운 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미래지향적인 인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 또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해 지방은행이 50대 젊은 CEO와 임원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져 젊은 은행연합회장이 자리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김용덕 손보협회장 선임 후 은행연합회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은행 경험이 풍부한 내부출신보다 정부와 정치권에 입김이 닿을 수 있는 전직관료가 차기회장 후보로 한발짝 다가선 모양새다.
기수를 중시하는 공직문화에서 손보협회장보다 연배가 낮은 은행연합회장이 선임되는 게 달갑지 않다는 기류도 포착된다. 금융협회의 맏형 격인 은행연합회장이 다른 협회장과 공직기수에서 차이가 나면 각종 행사에서 어색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은행연합회는 매년 1월 생·손보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가 모이는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금융권을 대표해 건배를 제의한다. 각종 금융협회의 모임에서도 은행연합회장이 금융위원장 옆자리에 앉는다. 은행연이 금융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성을 지닌 셈이다.
금융당국도 올드보이 협회장 귀환에 난색을 표한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금융위원장보다 행정고시 기수가 높은 선배 협회장을 바라보는 속내가 편치 않다. 민간협회장을 관 출신이 차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금융당국과 시시각각 변하는 금융현장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용덕 손보협회장(행시 15회)은 최종구 금융위원장(25회)보다 행정고시 10회 선배다. 은행연합회장 하마평에 오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13회)와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21회)도 최 위원장보다 기수가 높다. 역시 후보로 꼽히는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는 관세청장을 김용덕 회장보다 먼저 맡았고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까지 역임해 공직사회 선배로 불린다.
민간 출신으로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거론된다. 신 전 사장은 신한은행장과 신한금융 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문재인정부 인사코드인 호남출신인 점도 이목을 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협회장 인선은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금융위 관료 선배들이 줄줄이 협회장에 기용되면 중요한 금융정책을 추진하거나 협의할 때 부담이 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연합회장은 1984년부터 현재까지 11명 중 8명이 기획재정부(7명)와 한국은행(1명) 출신이었다. 민간은 국민은행장 출신의 이상철 전 회장과 한미은행장 출신의 신동혁 전 회장, 한미은행장과 씨티은행장 출신의 하영구 현 회장 등 3명에 불과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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