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CM채널 '키울까 말까'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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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CM(사이버마케팅)채널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채널이지만 당장의 셈법으로는 수익성이 크지 않아서다. 최근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대형포털사이트에 탑재되는 등 전반적인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대면채널의 영향이 커 보험사 입장에서는 활용법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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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온라인 판매는 시대의 흐름”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보험다모아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대면채널에서 CM채널로의 전환은 시대의 흐름”이라며 CM채널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간담회 특성상 보험다모아서비스 확대를 위해 뱉은 말일 수도 있지만 현재 금융업계에 온라인·모바일 관련 핀테크 열풍이 불고 있어 CM채널은 미래 먹거리창출에 집중하는 보험사로선 가볍게 볼 수 없는 시장이다.
CM채널은 비대면채널이면서 판매수수료와 인건비 절감 등으로 사업비가 절감돼 보험료가 대면채널 대비 평균 15~17% 저렴하다. 또 가입자 청약에 따라 보험가입이 이뤄지는 관계로 불완전판매가 없어 고객만족도가 높다.
이에 생명·손해보험사들은 최근 몇년간 CM채널 확장에 집중하며 고객유치에 열을 올렸으며 수익성도 지난해 대비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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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채널로 보험을 판매한 생보사 15곳의 초회보험료는 지난 8월 말 누적 기준으로 70억900만원이다. 지난해(14곳·56억440만원)대비 14억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손보사도 7월 말 누적 기준 CM채널을 가진 13곳의 원수보험료가 1조7306억원을 기록, 지난해(11곳·1조2028억원) 대비 5300억원가량 늘었다.
생보사 중 CM채널 초회보험료 1위(8월 말 기준)는 25억3200만원을 기록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며 삼성생명이 14억1900만원, 한화생명이 13억60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21억900만원의 초회보험료로 업계 1위를 달리던 KDB생명은 올해 6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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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중에서는 ‘다이렉트서비스’로 손보업계 CM시장을 석권한 삼성화재가 1조649억원의 원수보험료(7월 말 기준)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KB손해보험(1376억원), 현대해상(1237억원), DB손해보험(1176억원)이 나란히 2~4위를 차지했다.
특히 CM채널은 손보사들의 제2 주력채널이 되고 있다. 이미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제외한 모든 손보사가 CM시장에 뛰어들었다. 채널 특성상 가입이 간편한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 등이 주력상품이어서 손보사들의 CM채널용 상품개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생보업계 수입보험료 기준 업계 4위인 NH농협생명이 CM시장 진출을 선언해 시장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농협생명은 이미 2014년 6월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보험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당시에는 비용 대비 수익성과 온라인시장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상품 출시가 보류됐지만 CM시장의 급성장으로 더 이상 출시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생보업계 판매채널 다변화에 발맞춰 PC뿐만 아니라 모바일까지 CM시장 진출을 결정했다”며 “다음달부터 암보험과 연금저축보험, 실손의료보험 등 3개 상품을 CM채널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M시장, 일부 보험사가 주도
이처럼 보험사의 CM채널이 활성화되는 추세지만 전체 판매채널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생보사의 경우 8월 말 기준 대면모집(보험설계사) 초회보험료가 5조8925억원에 이른다. CM채널 초회보험료(70억900만원)와 비교하면 게임이 안될 정도다. 심지어 CM채널은 TM(텔레마케터)채널 초회보험료(736억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손보업계도 사정이 비슷하다. 손보사들의 7월 말 기준 대면채널 원수보험료는 41조원대다. 하지만 CM채널 원수보험료는 2조원도 채 안된다.
CM채널 초회보험료가 특정 회사에 쏠린 점도 문제다. 생보사 CM채널은 교보라이프·삼성·한화생명을 제외하면 모두 6억원 이하의 초회보험료를 기록하는 등 상위 3개사가 80%를 점유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교보생명 계열사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생보사 빅3가 CM채널도 점령한 셈이다.
손보사 CM채널도 삼성화재 한곳이 70%의 점유율(원수보험료 기준)을 보인다. 특정 회사들이 전체 CM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후발주자의 경우 CM채널 초회보험료가 1억원 미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회사별 주력채널이 달라 단순 수치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대형사들이 선점해놓은 CM시장에서 중소형사가 선전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생보사 중 초회보험료 1위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경우 출범 4년차를 맞았지만 지난 1분기까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자본금 1090억원)을 넘지 못했다. 판매채널이 타사와 달리 CM채널에만 국한돼 상품다변화가 어려운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CM채널의) 발전 가능성을 생각하면 시장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하지만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생명보험상품보다 가입이 간편한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여행자보험 등 손해보험 상품에 고객이 몰려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험다모아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개별 보험사로 이동한 비중을 살펴보면 자동차보험이 37.1%, 여행자보험이 21.5%를 기록하며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생보사 건강보험이나 저축보험의 경우 설명이 불충분한 각종 특약 때문에 인터넷에서 가격을 비교한 후 설계사를 만나 직접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또한 기존채널 고객이 CM채널로 유출되는 사례도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CM채널을 확대하는 것도 부담이다. CM채널은 대면·TM채널보다 보험료가 저렴해 기존 고객이 CM상품으로 갈아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M채널은 아직 판매비율이 낮지만 보험업권의 인공지능 도입, 인슈테크 확산 등과 맞물려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적이 좋고 나쁨을 떠나 보험사들은 앞으로도 CM채널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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