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4일은 ‘블랙프라이데이’다. 미국 내 소비를 유인하기 위해 미국 유통업계가 고육지책으로 시작한 행사지만 지금은 세계가 열광하는 쇼핑축제로 거듭났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 열리는 대규모할인행사다. 이때부터 시작된 다양한 할인행사가 12월 크리스마스 등 연말 특수기로 이어지며 이 시기 매출이 미국 소매업 연간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일정기간 동안 다양한 품목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기 때문에 유통업계는 물론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는 물류업계도 바짝 긴장한다. 우리나라의 ‘코리아세일페스타’, 중국의 ‘광군제’ 등 비슷한 행사가 이 시기에 열리는 이유다.

그동안 국내소비자가 열광한 품목은 우리나라와 가격차이가 큰 가전제품이나 의류, 최신형 초대형TV다. 이 제품을국내판매가의 절반 이하로 살 수 있어서 배송비와 관세를 부담하더라도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값이 비싼 아동복도 인기아이템으로 꼽힌다.


CJ대한통운 인천 국제특송장. /사진제공=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인천 국제특송장. /사진제공=CJ대한통운

◆해외직구 꾸준히 증가

해외에서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블랙프라이데이로 해외직구에 관심을 가진 뒤 평소에도 가격비교를 통해 물품을 구매하는 것.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가 가파르게 증가한 원인은 ▲직구물품 가격비교를 통해 저렴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이점 ▲유럽·중국·일본 등 직구시장이 다변화돼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개인 건강과 만족을 중시하는 소비패턴의 변화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지난해 해외직구 규모는 수입 1739만5000건, 16억3000만달러(1조8184억원)로 전체 수입이 전년보다 7% 감소했음에도 해외직구는 건수 기준 10%, 금액 기준 7% 증가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며 1096만건, 9억7400만달러(1조866억원)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0% 이상 늘었다.


최근 트렌드는 해외 직구시장의 쏠림현상이 줄어들며 수입품목이 다양해진 게 특징이다. 2014년 73%였던 미국시장은 올 상반기 57%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유럽(8→16%), 중국(15→15%), 일본(2→9%)이 점유율을 높였다.

이 같은 변화는 배송업체 입장에서 고민거리다. 예전에는 미국 등 특정 국가에서 전자제품과 의류 등 특정 품목에 쏠림현상이 심해 대응하기가 쉬웠지만 지금은 지역이 다양화됐고 화장품과 식품, 피규어 등 수입품목이 늘어 배송에 한층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서다.


◆달라진 구매패턴 대비해야

국내 물류업계는 직구 시즌을 어떻게 대비할까. 유통·물류업계에 따르면 해외직구는 거래형태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국내로 물품이 들어오면 특송통관장을 거쳐야 한다. 이곳에는 다양한 화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반입금지품목 조사, 세관 서류 신고, 동·식물 등에 대한 검역절차가 진행되고 이후 택배터미널로 운송돼 전국 소비자들에게 배송된다.

가장 기초적인 직구 방법은 ‘구매대행’이다. 이는 구매대행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것과 사려는 물품을 구매대행업체에 의뢰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다음은 직접배송. 말 그대로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 직접 주문하고 국내로 직접 배송받는 방식이며 최근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 마지막으로 배송대행이다.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한 다음 배송대행업체가 운영하는 현지 물류창고로 주문물품을 보내면 해당 업체가 나머지 배송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구매대행보다 비용이 저렴한 점이 특징이다.

국내 대형물류업체 중 해외 배송대행서비스는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시행 중이다. 한진의 ‘이하넥스’는 미국·영국·일본 등 5개국 8개지역의 해외거점을 비롯해 국내 물류네트워크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유럽 직구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 영국·독일 외 국가에 배송대행지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직구 시즌을 맞아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하넥스 설명회를 열어 이해를 돕는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2년부터 운영 중인 해외직구 대행사이트 ‘아이딜리버’를 통해 해외직구 물량 확대를 꾀한다. 아이딜리버는 미국 델라웨어와 LA등에 물류센터를 보유했다. 아울러 인천공항 특송장 운영인력을 평소대비 5배 늘리며 이곳에 설치된 최신 자동 분류장비를 통해 하루 약 3만건의 물량을 처리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인천공항 내에 자체 특송통관장을 두고 국내로 반입되는 아이허브, 아마존 등 해외 직구 사이트, 몰테일과 같은 배송대행업체 특송화물의 통관업무를 수행한다. 지난해보다 처리물량이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 관련인력을 10% 늘려 배치한다.

이와 함께 관세청은 지난 6월30일 인천세관 특송물류센터 개통 1주년을 맞아 우정사업본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해외직구로 구입한 물품이 우체국택배를 통해 빠른 국내배송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물량 중 약 70%인 1227만건이 우체국택배를 통해 배송됐다.

UPS, DHL, 페덱스 등 글로벌 특송업체도 최근 우리나라의 직구·역직구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아시아지역의 온라인거래가 크게 늘어난 점을 주목, 시설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 물류업체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블랙프라이데이를 11월 초부터 준비하지만 물류업계는 한주 뒤부터가 본격적인 출발점”이라며 “물건을 구매하고 통관절차를 거쳐 배송하는 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동량이 늘어나는 건 희소식이지만 다양한 품목을 함께 배송해야 해서 첨단 설비투자가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배송대행 업무 프로세스(미국 기준)
(제공=CJ대한통운)

① 배송대행을 원하면 배송대행사이트에 회원가입 후 미국 내 주소를 부여받음(미국 내 창고 주소/사서함 번호)
② 미국 웹사이트 접속 후 물품을 구매. 수취주소는 한국 구매자 주소가 아닌 미국 내 배송대행지 주소 입력
③ 구입한 상품의 미국 현지 택배업체 송장번호, 물품명, 구매처 등 물품의 사전정보를 배송대행업체에 전달
④ 상품이 미국 현지 택배(USPS, UPS, FedEX 등)를 통해 배대지로 입고되면 물품 검수, 합포장, 분리배송 등 포장과정을 거쳐 물류사로 인계
⑤ 물류사는 물품 인수 후 항공발송을 위한 콘솔(항공컨테이너에 여러 화물을 적입하는 작업) 과정을 거쳐 항공기 적재 및 발송. 이후 국내 도착 시 보세운송을 거쳐 특송통관장으로 반입
⑥ 이후 통관절차가 진행돼 데이터 분류를 통해 목록통관, 일반통관으로 분류되며 세관원의 판단에 따라 화물 개봉 검사 등 제반절차가 이뤄짐
⑦ 통관완료 후 국내 택배조직을 통해 각 소비자에게 배송


☞ 본 기사는 <머니S> 제514호(2017년 1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