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텐)이 아이폰8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진제공=애플
아이폰X(텐)이 아이폰8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진제공=애플

오는 24일 아이폰X(텐)이 한국에 출시된다. 애플은 지난 8일 이같은 사실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지난 3일 아이폰8이 한국에 출시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차기작의 출시를 알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8이 출시된 지 일주일도 안돼 아이폰X의 일정을 공개한 것은 뜻밖이다”라며 “1차 출시국의 경우 아이폰8과 아이폰X의 출시 간격이 6주가량 차이 났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3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이례적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폰X 출시소식에 아이폰8은 큰 이슈를 남기기도 전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존재가 됐다. 판매량과 관련된 소식은 물론 배터리 스웰링 현상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간 애플은 두개의 제품을 동시에 출시하는 ‘투트랙 전략’을 선호하지 않았다. 오직 하나였다. 아이폰이 ‘플러스’를 붙이고 두가지 크기로 출시한 것도 2014년 10월 등장한 아이폰6부터다. 그런 애플이 왜 아이폰8을 출시했을까.


애플은 오는 24일 한국에 아이폰X을 정식으로 출시한다고 7일 밝혔다. /사진제공=애플
애플은 오는 24일 한국에 아이폰X을 정식으로 출시한다고 7일 밝혔다. /사진제공=애플
◆실속형 고객 타깃

아이폰8의 출시와 함께 아이폰7 256GB(기가바이트) 모델은 단종됐다. 여기서 애플이 아이폰8을 출시한 이유가 한가지 드러난다. 출시한 지 1년이 지난 아이폰7을 대체해 아이폰X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소비자를 흡수하겠다는 속셈이다.

아이폰8은 당초 아이폰7S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실제로도 아이폰7과 8은 큰 차이점이 없다. 눈에 들어오는 가장 큰 변화는 후면 디자인이 메탈소재에서 글래스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부품이 첨단화·고급화 됐다고는 하지만 아이폰7과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아이폰8의 가격을 살펴보면 이 전략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아이폰8 64GB 모델의 제조사 출고가는 99만9000원으로 142만원의 아이폰X 64GB 모델과 78만원의 아이폰7 32GB모델과 20~4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면서 카니발라이제이션(시장잠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폰8의 성능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방식은 또 아이폰X이 지니는 ‘10주년 기념작’이라는 가치를 더 크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홈버튼 탑재 모델… “디자인에 의미”

애플이 아이폰8을 출시한 또다른 이유는 디자인·홈버튼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애플은 10년간 전면의 동그란 홈버튼을 상징으로 여겼다. 세월이 흐르면서 터치ID, 햅틱방식이 도입됐음에도 홈버튼은 굳건했다.


이 홈버튼이 아이폰X에서는 사라졌다. 골수 애플팬들은 아이폰X을 두고 “마치 갤럭시같다”고 말했다. 아이폰8의 홈버튼은 이들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또 업계에서는 ‘M자형 탈모’라고 조롱받는 노치 디자인에 거부감을 느낀 이들을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아이폰X에서 안면인식센서와 스피커, 카메라 등이 부착된 부분을 노치라 부르는 데 주변부와 다소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최근에는 이 부분을 가리기위한 ‘아이폰X 탈모방지 배경화면’도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다.

전문가들은 “아이폰8과 같은 디자인은 이제 앞으로 출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애플이 아이폰X을 내놓으면서 ‘미래와의 조우’라고 밝힌 만큼 디자인 요소도 아이폰8 출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아이폰8 후면. /사진제공=애플
아이폰8 후면. /사진제공=애플

◆아이폰X 흥행할수록 아이폰8 참패

하지만 상황은 애플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아이폰8은 지난 3일 출시 이후 이틀동안 약 14만대가 개통됐다. 전작이 같은 기간 약 20만대를 팔아 치운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로컬리틱스에 따르면 아이폰7이 출시 첫달 약 350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데 반해 아이폰8은 1890만대에 그쳤다.

아이폰8의 판매가 워낙 부진한 탓에 곧 국내에서 출시될 아이폰X보다도 판매량이 현격하게 적을 것이라는 예상도 줄을 잇는다. 지난달 20일 복수의 외신은 “애플이 아이폰8의 생산량을 줄이고 아이폰X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투트랙 전략이 실패한 셈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첨단기능을 좋아하는 고객들은 아이폰X에 대해 묻고 실속있는 고객들은 아이폰7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한다”며 “현재 같은 추세라면 아이폰8은 첨단과 실속사이에 틈새제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