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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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더치페이(각자 내기)서비스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카드사간 연동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지적이다. 더치페이시스템이 도입된 시기는 지난달 말.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고 카드결제를 나눠서 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일부 카드사가 관련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용카드 더치페이란 물품·서비스값을 한명이 대표로 결제한 뒤 추후 다른 사람과 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현재 이 서비스는 같은 카드사 고객끼리만 이용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이를 앱카드 통합문제로 바라보기도 한다.


◆우리·신한 출시 “만족도 높을 것”

카드 더치페이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곳은 우리카드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30일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우리페이’를 활용한 더치페이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사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한사람이 모든 금액을 우선 결제한 후 우리페이를 통해 비용을 나누기로 한 사람에게 문자메시지(SMS) 혹은 카카오톡으로 분담결제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메시지 내 링크로 우리페이에 접속한 후 더치페이 결과를 승인하면 된다. 이후 카드결제일에 이 결과가 반영된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지금까지 더치페이를 하려면 결제시간이 지연되거나 중복결제가 발생해 카드회원과 가맹점주 모두에게 불만이 많았다”며 “이번 서비스를 계기로 양측 모두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드회원은 카드로 결제하면 소득공제혜택도 받을 수 있어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카드도 다음날 더치페이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카드 모바일 앱카드인 ‘신한판(FAN)’을 통한 방식이다. 우리카드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한명이 결제한 비용을 다른 사람과 분담할 수 있다. 대표로 결제한 고객이 신한판을 통해 결제내역과 분담할 금액 등을 다른 사람에게 요청하고 더치페이를 요청받은 사람은 신한판을 통해 관련 내역을 확인한 후 수락하면 된다. 신한판 더치페이서비스는 현재 음식업종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신한카드는 앞으로 서비스 이용 가능업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카드사가 신용카드 더치페이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8개 전업계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진 간담회 영향이 컸다. 당시 카드사 CEO들이 더치페이서비스가 나오도록 해달라고 건의했고 최 위원장이 이를 수용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빚 갚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는데 금융당국은 더치페이서비스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용카드는 돈이 바로 빠져나가는 은행계좌와 달리 신용공여기간이 부여되는데 더치페이를 할 때는 빚 갚는 수단으로 보지 않겠다고 해석한 것이다.


(왼쪽부터)우리카드 더치페이 서비스, 신한카드 더치페이 서비스. /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우리카드 더치페이 서비스, 신한카드 더치페이 서비스. /사진제공=각 사

◆카드사간 연동 안돼 실효성 의문

하지만 이 서비스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카드사간 연동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서다. 현재는 같은 카드사의 회원끼리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A사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이 대표결제한 후 분담결제를 요청하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A사의 카드 이용고객이어야 한다. 우리카드와 신한카드의 더치페이서비스 모두 자사 회원들끼리만 사용 가능한 서비스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현재는 우리카드 사용자끼리만 사용 가능하지만 앞으로 다른 카드사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으면 서로 연동돼 사용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은 서비스를 내놓은 초기여서 실효성 논란을 얘기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 서비스가 회사의 이익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고객의 니즈가 있어 출시한 서비스”라고 전했다.


문제는 다른 카드사가 이 같은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연동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우선 (서비스 연동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뿐더러 설사 서비스를 연동하더라도 카드회원의 대금청구정보 등을 카드사끼리 공유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당장 카드포인트 통합도 어려운 실정인데 이 서비스 연동이 쉽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톡이나 토스로도 편리하게 더치페이를 할 수 있는데 신용카드 앱을 통해 더치페이하려는 고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디지털 트렌드 변화속도가 워낙 빨라 이 서비스가 반년 뒤엔 불필요해질 수 있다. 지금으로선 앞서 서비스를 출시한 카드사의 고객 니즈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이미 출시한 회사는 여신금융협회가 주도해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내놓길 기대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더치페이서비스 통합은 카드사간 실적이 공유되는 부분이어서 이를 중개한다면 협회가 가장 적절할 것”이라며 “하지만 서비스 통합이 가능한지 검토할 부분이 많다. 각사 중심으로 서비스가 활성화되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더치페이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서비스를 이미 출시한 카드사의 고객이 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해야 하고 다른 카드사도 관련 서비스를 내놓은 뒤 서비스 연동이 가능한지 살펴야 한다. 모든 카드사가 더치페이서비스를 내놓더라도 연동이 안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이번 서비스 실효성 논란을 앱카드를 통합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라보기도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업체들이 간편결제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우는 가운데 카드사간 앱카드를 통합해야 지불결제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더치페이서비스의 실효성 논란은 사실상 앱카드를 통합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업계에서 통합앱카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앱카드가 통합되지 않는 이상 더치페이서비스는 카드사에게 ‘계륵’일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5호(2017년 1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