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카드사, "내년엔 비상경영체제 돌입"
서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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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수건 쥐어짜야 할 판"… 단기수익모델 없어 ‘어쩌나’
실적악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신용카드사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주수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발굴이 쉽지 않아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카드사가 내년엔 대대적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의 활로 모색을 위한 ‘당근’을 제시했지만 현실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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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실적악화 현실화… 전망도 ‘흐림’
카드사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는 올 3분기(7~9월)에 현실화됐다. 국내 8개 전업계 카드사의 이 기간 순익은 41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46억원) 대비 20% 줄었다. 특히 하나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순익이 일제히 떨어졌다.
카드업계의 실적악화는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8월 카드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0.8%)·중소(1.3%)가맹점 범위를 늘렸다. 영세가맹점 기준은 연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은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로써 전체 가맹점 10곳 중 9곳(87%)이 영세 또는 중소가맹점이 됐다. 카드사는 올 한해 3500억~4000억원가량 손실이 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지난달 30일 2011년 이후 6년 만에 기준금리가 오르면서(1.25%→1.50%) 시장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될 예정이어서다. 이에 반해 내년 2월8일부터 법정 최고금리는 인하(현행 연 27.9%→연 24.0%)될 예정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이 증가하지만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는 낮춰야 한다. 비용이 늘어남에도 대출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그간 가맹점수익의 손실을 보전해온 카드론 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내년에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카드사들은 카드론에서조차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내년 중 가맹점수수료율이 더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악재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맹점수수료율을 단계적으로 낮춰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가맹점수수료율 적격비용을 새로 산출하는데 수수료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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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KB국민카드 본사, 하나카드 본사, 현대카드 본사. /사진=각 사 |
◆비상경영체제 돌입… 비용절감
문제는 손실분을 메울 수 있는 새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카드업계는 최근 몇년간 해외진출 등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섰지만 중장기 차원의 전략이어서 단기적 손실을 보전하기엔 아직 힘든 상황이다.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올 초 신년사에서 ‘디지털화’를 한목소리로 주문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아파트관리비시장 등을 적극 공략하며 현금시장에 진출한 점이 위안거리지만 가맹점수수료 수익악화를 메우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에 발을 들여놓은 상황인데 이는 중장기적 플랜”이라며 “당장 손실을 보전할 만한 먹거리를 찾아야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여기에 중장기적 플랜(해외진출)이 잘 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에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카드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대표적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IR을 통해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신한카드의 비상경영체제 돌입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 IR 담당 본부장이 내년 카드업 영업환경이 좋지 않아 신한카드가 비상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다른 카드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외적인 발표가 없어도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의 비용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카드사들은 입을 모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업계의 돌파구는 결국 신사업 발굴과 비용절감 두가지다. 그런데 신사업 발굴은 장기과제”라며 “단기적으론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이미 비용절감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드결제 시 통신망을 제공하는 밴(VAN)사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인 직승인·매입 시스템 구축에 나선 점이 대표적이다. 카드업계는 밴사의 업무를 축소하면 그만큼 가맹점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카드결제 프로세스 효율화 외에도 카드사들은 비대면채널을 활용한 카드모집 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실적인 규제완화 필요
금융당국도 카드업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을 인식하고 최근 카드업계에 ‘당근’을 제시했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 초 8개 전업계 카드사 CEO들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금융위는 이를 대폭 수용해 9월 말 카드사의 영업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이번 금융위의 조치를 ‘마른 땅의 단비’로 바라보면서도 당장 수익을 내기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주수익원은 가맹점수수료인데 이에 대한 정책적 시각이 부정적일수록 카드업계는 부수업무 등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며 “당국이 카드사에 주수익원이 아닌 부수적인 업무로 수익을 창출하라는 것은 원래 다니는 직장보다 투잡으로 뛰는 곳에서 돈을 더 벌라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카드사가 적용받는 ‘묵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지용 교수는 “지난 9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조치도 의미가 있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리볼빙이 금지됐지만 미국·영국 등에서는 서민이 채무를 상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현금서비스사업이 카드사로선 유동성 제고 효과가 있는 데다 서민에겐 부채 부실화를 방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없는 이상 내년 카드사 수익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6호(2017년 11월29일~12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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