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단화. /사진=뉴시스
경찰 단화. /사진=뉴시스

불편한 경찰 단화를 신고 장기간 순찰 업무를 하다 발에 난 병이 악화됐다면 공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3일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 윤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발표했다.


법원에 따르면 윤씨는 1978년 8월 입대해 1993년 9월 특전사 상사로 전역했다. 그는 같은 해 11월 경찰특공대 순경으로 임용돼 주로 신고 사건 처리, 순찰, 범인 검거 등을 하는 외근 경찰관으로 근무했다.

윤씨는 지난해 1월부터 양 발뒤꿈치에 통증을 느껴 국립경찰병원에서 '양측 족부 무지외반증' 진단을 받게 됐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윤씨는 같은 해 10월 "불편한 경찰 단화를 신고 장기간 순찰 업무 등을 해 무지외반증이 발병하거나 상태가 악화됐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요양을 신청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같은 해 11월 ▲무지외반증은 선천적,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윤씨 발병과 단화 착용 간의 연관성을 인정할 만한 특단의 사정이나 객관적 증빙자료가 없는 점 ▲무지외반증으로 요양승인 신청을 한 사례가 극히 드문 점 등을 들어 불승인 결정했다.

법원 진료기록감정의(정형외과)도 실제로 직업, 장시간 보행 등이 무지외반증 발병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소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심 판사는 "주된 원인이라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것으로 보이고 직업, 장시간 보행 등과 윤씨 발병 사이에 전혀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까지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심 판사는 "약 20년 동안 경찰 단화를 신고 무거운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1일 최소 8시간 이상 도보 순찰, 긴급 출동 등을 한 윤씨 공무는 발에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 판사는 "다른 경찰관들이 단화로 인한 부상이 거의 없거나 같은 이유로 공무상요양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윤씨 발병이나 악화도 단화가 원인이 아니라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