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의 제빵사 직접고용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사법처리 및 과태료 부과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파리바게뜨와 고용부의 지루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양측의 싸움에 노조까지 합류해 사태는 더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제빵사를 확보하려는 파리바게뜨와 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산업노조 소속) 측의 힘겨루기 경쟁이 한창이다. 이 가운데 프랜차이즈 업계는 긴장감 속에 파리바게뜨 직고용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합작사 근로계약서 vs 합작사 행 막는 철회서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해결과 청년노동자 노동권보장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본사의 제빵사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제빵기사 등 불법파견 노동자 166명의 서명이 담긴 '전직동의 철회서'를 사측에 전달했다.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해결과 청년노동자 노동권보장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본사의 제빵사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제빵기사 등 불법파견 노동자 166명의 서명이 담긴 '전직동의 철회서'를 사측에 전달했다.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부터 파리바게뜨에 대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까지는 2~3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현행 파견법은 직접 고용 반대 의사를 밝힌 파견근로자에게는 직접 고용을 강제할 수 없고 이에 해당하는 과태료(1인당 1000만원)를 사업주에 물릴 수도 없다.

최종 시정명령 대상 규모가 파견법 위반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과태료와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과태료 및 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파리바게뜨와 3자 합작회사행을 막으려는 노조 간 제빵사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먼저 파리바게뜨는 해피파트너즈로 소속 전환하는 제빵사들에게 급여를 평균 13.1% 올려주고 월 8회 휴무일 보장, 복지포인트 120만원 지급 등 대폭 향상된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점을 내세워 70%가량의 제빵사를 확보했다.

파리바게뜨에 따르면 전체 제빵기사(5309명)의 70%에 해당하는 3700여명의 제빵기사가 3자 합자회사 '해피파트너스'로 소속 전환됐다. 파리바게뜨 측 주장대로 해피파트너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제빵기사가 3700명이라면 고용부가 직접 고용을 지시한 제빵기사 5700여명에 해당하는 과태료는 530억원에서 15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파리바게뜨 노조 측은 합작회사로 가겠다고 한 제빵기사 가운데 상당수가 강압에 의해 직고용 포기각서를 썼다고 주장한다. 파리바게뜨 제빵사 가운데 30%가량은 ‘3자 합작회사’로의 소속 전환을 주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측이 제출한 직접 고용 반대 확인서가 제빵기사 개개인의 진정한 의사 표시인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제빵사 53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모두 마친 후 구체적인 과징금을 산정할 예정이다. 

노사 간 합의가 과태료 및 처벌수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양측의 합의는 요원한 상태다. 파리바게뜨 본사와 노조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제빵사… 눈치보는 가맹점주

/사진=뉴스1 허경 기자
/사진=뉴스1 허경 기자

이래저래 제빵사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제빵사 입장에선 합작사가 아닌 본사에 소속되더라도 정규직을 계속 보장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무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본사 측이 직접고용하더라도 업무 형태를 바꾸거나 업무 강도를 달리 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제빵사 입장에선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일부 가맹점주는 본사 소속 제빵사를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제빵기술을 배워 직접 빵을 만들거나 제빵기술이 있는 별도의 직원을 직접 채용해 매장을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다.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사에 대한 직접 고용 의무 논란도 계속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다른 프랜차이즈들은 직영점이 아닌 이상 점포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해당 점포에서 고용한다.

따라서 파리바게뜨 측은 “개별사업장인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사를 본사가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느냐”며 “가맹점에서 일하는 직원까지 본사가 고용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항변한다.

◆프랜차이즈업계 ‘예의주시’

파리바게뜨 본사의 직접고용 사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프랜차이즈업계는 긴장 속에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특성상 고용형태가 하도급 계약 형태로 인력 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파리바게뜨처럼 본사로부터 재료 등을 받아 제조·판매하고 조리사를 교육해 가맹점에 연결해주는 업체들은 이번 쟁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표적 사례로 뚜레쥬르가 파리바게뜨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국 가맹점을 통해 약 1500명의 제빵기사를 고용했다. 다만 뚜레쥬르는 품질관리자가 협력사에 속해 있어 본사가 제빵사 업무에 개입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가맹사업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며 “파리바게뜨가 선례가 되면서 가맹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직영점 위주로 꾸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사 소속 제빵사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점이 논란의 시작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직접고용 문제가 더욱 부각된 것 같다”며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현실적으로 가맹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본사가 개입하는 구조를 개선하는 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된 파리바게뜨 본사 수사는 고용부의 전수조사 및 과징금 산정까지 모두 마친 후 내년에 이뤄질 전망이다. 파리바게뜨 ‘위장 도급’ 형태의 고용관계를 누가 승인하고 제빵사에 지시사항은 누가 전달했는지 등에 대한 사실관계가 해를 넘겨 가려진다.

가맹점주가 아닌 본사를 파견법의 사용사업주로 보고 고용책임을 지운 것이 적법한가에 대한 판단은 형사재판에서 다뤄진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파리바게뜨 사태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