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 파이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뉴시스(AP통신 제공)
아지트 파이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뉴시스(AP통신 제공)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일반인들에게 이름도 생소한 ‘망중립성’을 지난 12월14일 폐지했다. 낯선 정책의 폐지에 세계 인터넷 산업계는 즉각 요동쳤다. 인터넷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 옛날 모뎀을 사용하던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시절 미국 정부는 인터넷을 공공재로 규정, 망중립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2년만에 180도 다른 결과가 나오자 인터넷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에는“망중립성이 폐지되면 인터넷 사용료가 오르는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 인터넷 요금이 터무니없이 치솟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다만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망사업자 마음대로 가격 못올려

망중립성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모든 트래픽을 내용과 유형에 관계없이 사용하는 주체에게 차별을 가하지 않는 방안이다. 한달에 100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1GB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같은 부담을 지는 셈이다. 한마디로 인터넷 망을 ‘공공서비스’로 보는지 ‘정보서비스’로 보는 지의 차이다. 공공서비스는 도로처럼 누구나 차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고, 정보서비스는 일반 재화처럼 돈을 주고 구입해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더 많이 쓴 사람이나 더 빠른 요금을 원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요금을 내야하는 셈이다.


이는 바다를 건너와 국내에 느닷없이 인터넷 괴담을 양산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망중립성이 폐지되면 인터넷 종량제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라며 망중립성 폐지를 격렬하게 반대했다.

미국 시민들이 망중립성 폐지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AP통신 제공)
미국 시민들이 망중립성 폐지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AP통신 제공)
하지만 이들의 논리는 국내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미국과 달리 국내는 정부가 공공이익이나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가기간통신사업자만 인터넷망을 운영할 수 있다. 즉 국내 인터넷은 애초에 공공재 성향을 띄는 셈이다. 요금제 인가에서도 한국은 정부의 강한 규제를 받는다. 인터넷망사업자가 임의로 가격을 조율할 수 없다는 말이다. 미국은 이번 망중립성 폐지로 규제 권한이 FCC에서 연방통산위원회(FTC)로 이관된다. 이제 미국 인터넷망은 통신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으로 분류된다.

미국의 경우도 인터넷망독과점이 심해 FTC도 강한 규제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제한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2007년 망사업자인 컴캐스트가 인터넷 트래픽이 과도하게 발행한다는 이유를 들어 토렌트 같은 P2P 접속을 제한하면서 망중립성 논란이 일었다.


◆장기적으로 영향 받을수도

업계에서는 미국의 망중립성 폐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부도 미국의 정책일 뿐 국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인터넷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미국 망중립성의 폐지로 국내 소비자들이 지금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인터넷 사용요금만 지불하면 유튜브, 트위치, 스팀, 오리진, 유플레이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지만 망사업자가 인터넷서비스업체를 과도한 트래픽을 이유로 사용을 제한할 경우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구글. /사진=뉴스1
구글. /사진=뉴스1
최근 네이버가 공개한 지난해 망사용료는 734억원이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연간 100억원 규모의 망사용료를 지급하며 인터넷방송 업체 아프리카TV도 약 150억원의 망사용료를 지불했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기업들은 망사용료를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무임승차를 일삼던 이들 기업이 망사용료를 빌미로 과금제 콘텐츠를 제공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막대한 영향력의 미국 인터넷 산업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내 인터넷산업도 그 영향이 받을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며 “지금 당장 큰 변화를 느끼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현재와 다른 인터넷 활용 방식 혹은 과금방식도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소비자 편익과 방송통신시장의 균형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