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며 ‘공룡급’ 생명보험사가 탄생한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의 합병을 최종 승인해 대형생보사 출범이 확정된 것. 오는 3월 통합 미래에셋생명이 출범하면 생보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업계 빅3' 자리에는 변화가 없지만 통합 미래에셋생명이 출범하면 현재 빅5 중 다섯번째인 ING생명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그림이다. 그러나 ING생명 역시 KB금융그룹과의 인수합병설이 거론되는 만큼 변수가 존재해 올해 생보업계 빅5 한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머니포커S] 지각변동 생보사 '빅5' 주인공은?

◆'공룡급'된 미래에셋, ING 자리 차지하나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 간 합병 최종 승인은 2016년 11월 미래에셋생명이 PCA생명 지분 100%를 1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한 지 1년 만이다. 통합회사의 명칭은 ‘미래에셋생명’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9월30일 기준 국내 25개 생보사 총자산 순위는 1위 삼성생명(256조6939억원), 2위 한화생명(109조7625억원), 3위 교보생명(95조3043억원), 4위 NH농협생명(63조3959억원), 5위 ING생명(31조2570억원) 순이다. 29조17억원으로 전체 8위에 랭크됐던 미래에셋생명은 업계 20위권 PCA생명(5조6851억원)과 합병 후 34조7000억원대로 총자산이 증가해 ING생명을 제치고 단숨에 생보사 빅5 자리를 꿰차게 된다.


통합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6조3700억원인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자산은 통합 후 10조55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업계 선두권인 변액보험 해외투자 비중도 합병 후 60% 수준을 유지해 1위 자리를 지킨다. 이는 업계 평균인 7%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재무건전성도 강화된다. 지난해 3분기 미래에셋생명의 보험부채 평균 부담금리는 3.9%로 낮은 수준이다. 또 3분기 기준 통합 전 지급여력(RBC)비율은 미래에셋생명 220.6%, PCA생명 351.5%로 합병 뒤에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업계는 미래에셋생명의 특별계정 비중이 커 앞으로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의 영향도 적게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는 “합병 이후 차별화된 시너지로 IFRS17 도입 등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동시에 상품과 자산운용의 강점을 바탕으로 은퇴설계시장을 선도하는 변액저축·변액연금·변액종심보험 1등 보험사로 도약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ING생명도 순순히 자리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M&A 가능성을 거론해서다. 윤 회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글로벌이든 국내든 좋은 물건이 좋은 가격에 나오면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겠다”며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 부분을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보험을 포함한 금융업의 보완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이 M&A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해석이 나온 대목이다. 이에 M&A시장에서는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KB금융은 계열사인 KB생명의 자산규모가 9조709억원으로 국내 생보업계 내 비중이 작아 최근 보강 기회를 찾는 중이고 앞서 2012년에 ING생명 인수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윤 회장은 이번 KB금융 계열사 사장 인사에서 인수합병 통합관리(PMI) 전문가인 허정수 전 KB국민은행 부행장을 KB생명 사장에 내정했다. 허 내정자는 2015년 1월 KB금융지주 PMI 추진단 조사역으로 KB손보 인수단에 합류해 같은해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KB손보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보험사 인수와 관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만큼 KB금융의 ING생명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로 꼽힌다.

따라서 ING생명(31조2570억원)은 KB금융 계열 KB생명(9조709억원)과 합병 시 40조원대 대형생보사가 된다. 이렇게 되면 ING생명은 통합 미래에셋생명의 총자산 35조원대를 뛰어넘어 생보사 빅5의 마지막 자리 방어에 성공할 수 있다.


[머니포커S] 지각변동 생보사 '빅5' 주인공은?

◆'KB'품에 안기고 빅5 자리 회복?

ING생명의 높은 인수가격 때문에 KB금융이 다른 생보사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 최근 ING생명 주가는 5만3000원대까지 치솟았고 현재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빼더라도 3조원 안팎이다. 2012년 ING생명 인수 당시 2조원대 인수가가 높다고 판단해 발을 뺐던 KB금융 입장에서 3조원대 가격은 분명 부담이다.

KB금융이 다른 매물을 찾는다면 KDB생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KDB산업은행은 2014년과 지난해 KDB생명 매각을 꾸준히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KDB생명은 RBC비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투자원금이 1조3000억원에 달해 인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KDB생명이 지난해 12월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재무건전성 개선에 힘을 얻은 상황이라 산은의 매각의지와 KB금융의 생보사 인수 의지가 합쳐지면 극적인 인수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생보업계에서 ING생명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한 회사는 찾기 어렵다”며 “인수가가 높지만 KB금융의 매물로는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 회장이 직접 M&A를 거론한 만큼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ING생명이나 KDB생명 등 생보사 한곳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1호(2018년 1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