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링, 바호핑, 펍크롤링.... 덥다는 홍콩의 여름과 이에 대한 편견을 냉각(쿨링)하는 키워드다. 7~8월 평균 최고기온 31도에 강수확률 50%. 아열대성 기후는 언뜻 우리의 여름철과 엇비슷하다. 덥거나 습하기로 치자면 더 남쪽의 다낭·세부·팔라완·코타키나발루·발리보다 더할까. 여름 홍콩여행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있다. 대형복합쇼핑센터(몰), 고급호텔 수영장, 나이트라이프, 그리고 유럽풍의 비치. 이러한 도심과 자연 환경 체험에 생생한 진행형 접미사(~ing)를 잇댄 홍콩 여름여행 ‘쿨(Cool) 팁’이 있어서다. <편집자주>


도심 속 망중한을 즐기는 리펄스베이의 휴양객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도심 속 망중한을 즐기는 리펄스베이의 휴양객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고층빌딩이 즐비한 홍콩에 해변이 있을까. 홍콩에는 도회적인 이미지와 대조적으로 낭만적인 비치가 많다. 대표적인 게 리펄스베이와 디스커버리베이다. 홍콩의 자연은 전체 면적의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는 우리가 익숙한 도심이다. 홍콩의 자연은 도심서 단 10분이며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중해풍 비치에서 즐기는 홍콩의 여름. 이로써 홍콩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이 깨진 셈이다.

홍콩의 여름은 또한 도심에서도 완성된다. 바로 고층빌딩서 즐기는 루프톱 호캉스가 그것. 홍콩은 비슷한 규모의 도시 중 가장 많은 루프톱 수영장을 품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츠칼튼 홍콩 118층의 '천상의 수영장', 케리호텔 인피니티 풀, ‘전지현 수영장’으로 알려진 구룡 하버그랜드 호텔의 ‘유리 풀’ 등이 그것이다.

◆지중해풍 비치서 즐기는 여름휴가


리펄스베이 전경.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리펄스베이 전경.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지중해 휴양지를 옮겨놓은 듯한 풍광, 쾌적한 환경과 편의시설, 그리고 뛰어난 접근성. 홍콩을 대표하는 해변인 리펄스베이와 디스커버리베이의 특징이다.

먼저 리펄스베이의 애칭은 ‘동양의 몬테카를로’다. 절벽 아래 거대한 성처럼 우뚝 솟은 고급 맨션과 짙푸른 바다의 이국적인 풍광이 어우러져서다. 폭 80여미터, 길이 500여미터로 뻗은 백사장은 쾌적하다. 초록빛을 띈 싱그러운 야자수, 잔잔하고 푸른 바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바다를 즐기는 이들, 저 멀리 타이토우 섬 풍광까지 리펄스베이는 눈에 닿는 모든 게 아름답다.

해변 망중한으로 배가 출출하다면 더 펄스몰로 가보자. 미슐랭 1스타 셰프 올리비에 벨린이 총괄하는 프렌치 다이닝 오션(Ocean), 알프레스코 레스토랑 클래시파이드(Classified), 홍콩 로스터리 커피 씬의 선두주자 커피 아카데믹스(Coffee Academics), 홍콩 음식을 정갈하게 내는 민 앤 라이스(Meen & Rice) 등이 있다.


리펄스베이 카바나의 일몰.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리펄스베이 카바나의 일몰.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리펄스베이를 조금 더 여유롭고 호화롭게 즐기고 싶다면 프렌치다이닝 오션이 함께 운영하는 바 카바나(Cavana)를 추천한다. 320달러(HKD)의 입장료를 내면 펄스 몰 2층에 마련된 데크, 카바나, 자쿠지에서 조금 더 프라이빗하게 해변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다. 칵테일, 와인, 맥주 등을 간단한 안주와 곁들일 수 있다.

또 리펄스베이의 안쪽 끝, 바다의 여신을 모신 도교사원도 불러볼 만하다. 어부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러한 사원은 홍콩 전역에 70여개가 있다. 매년 음력 3월23일, 바다의 여신 탄신일에 화려한 축제가 열린다.

타운하우스가 즐비한 디스커버리베이.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타운하우스가 즐비한 디스커버리베이.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홍콩 최대의 유인도인 란타우섬. 그 섬의 끝자락엔 호젓한 비치가 있다. 바로 디스커버리베이다. 홍콩디즈니랜드를 마주보는 깊숙한 만의 안쪽에 자리한 리조트 타운하우스는 디스커버리베이의 상징이다. 섬 자체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덕에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디스커버리베이는 삶의 가치를 지키길 바라는 주민의 뜻에 따라 일반 자동차의 통행을 엄격히 제한한다. 홍콩 도심서 가려면 페리를 타야하고 단지 내 이동은 전기카트를 이용한다. 지역 주민은 각국 주재원, 은행원 등 외국인이 대다수다. 한 마디로 ‘홍콩인 듯 홍콩 아닌 홍콩 같은’ 풍경이 디스커버리베이의 매력이다.

디스커버리베이의 카페거리.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디스커버리베이의 카페거리.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디스커버리베이는 모든 것이 반듯하게 정렬된 느낌이다. 바다가 보이는 나무 그늘 아래에는 어김없이 예쁜 벤치가 있다. 이곳에서 책을 읽고 있는 동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눠도 좋다. 주말이면 아기자기한 플리 마켓이 열리고 해변은 망중한을 즐기러 나온 주민들로 붐빈다.

디스커버리베이의 명소인 작스를 빼놓을 수 없다. 해안에 위치한 알프레스코 스타일의 레스토랑으로 란타우 섬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외국인이 모여 사는 지역 특성 상 동서양의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또 현지인 사이에서 나시고랭 맛집으로 알려졌다.


◆루프톱서 즐기는 도심 호캉스

하버 그랜드 구룡의 루프톱과 홍콩뷰.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하버 그랜드 구룡의 루프톱과 홍콩뷰.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면 호텔로 가자. 호텔 수영장은 격조 있고 우아하게 휴식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최선의 답이 될 수 있다. 수평선과 맞닿은 인피니티 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즐기는 야외 수영장. 초고층 높이에서 유영하는 즐거움은 귀하디 귀하다.

구룡항 해변가에 자리한 케리호텔은 지난해 개장했다. 샹그릴라가 운영하는 5성급 호텔인데 특히 수영장만 보고 이곳을 선택하는 이가 많다. 호텔 4층의 야외 풀의 뷰가 돋보인다. 인피티니 풀에 몸을 담그면 시선이 바다의 수평선에 닿아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케리호텔 인피티니티 풀.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케리호텔 인피티니티 풀.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바다를 경계로 홍콩섬 도심의 열기와 수영장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공기는 대조적이다. 선베드와 쉴 만한 소파가 많이 배치된 것도 장점. 특히 아래층에 바다를 향해 도열한 선베드는 여유로운 시간을 갖기에 좋다. 호텔에서 수영장으로 들어서는 길도 맑고 곱다. 잠깐이지만 잘 정비된 숲길을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온전한 휴식에 이만한 데가 없다는 평이다.

하버 그랜드 호텔 구룡의 일명 '전지형 수영장'과 선베드.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하버 그랜드 호텔 구룡의 일명 '전지형 수영장'과 선베드.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하버 그랜드 호텔은 홍콩 노스포인트와 구룡 두 곳에 문을 연 5성급 호텔이다. 이중 구룡에 있는 호텔 수영장은 영화 ‘도둑들’ 엔딩신의 배경이다. 덕분에 ‘전지현 수영장’이라고 불려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다. 수영장은 호텔 21층에 자리한다. 빅토리아 하버 풍경을 바라보며 야외 수영을 즐기는 게 가장 큰 장점. 자쿠지에 몸을 담그거나 풀 사이드 바에서 칵테일과 간단한 스낵으로 허기를 달래도 좋다. 또 선베드에 누워 망중한을 즐겨도 그만이다.

118층 리츠칼튼 호텔 '천상의 수영장'. /사진제공=홍콩관광청
118층 리츠칼튼 호텔 '천상의 수영장'. /사진제공=홍콩관광청

118층, 천상의 루프톱 수영장이 있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국제상업센터(ICC)에 자리한 리츠칼튼 호텔은 호캉스족이면 누구나 버킷리스트에 올려놓는 곳이다. 이곳에서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틴룽힌과 바 오존을 제치고 가장 매력적인 스폿은 수영장이 차지했다. 구름을 아래에 두고 수영한데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118층에 자리해서다. ‘호사’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데 특히 창가 선베드에서 바라보는 빅토리아 하버의 파노라믹 뷰가 압권이다. <사진·자료제공=홍콩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