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마블 5주년 업데이트 광고 애니메이션. /사진=넷마블
모두의 마블 5주년 업데이트 광고 애니메이션. /사진=넷마블
병맛은 ‘병신같은 맛’의 줄임말이다. 다소 불쾌한 표현으로 여길 수 있지만 속뜻은 그렇지 않다. 언어는 사회의 시대상과 문화를 반영한다. 웹툰 등 서브컬처에서 병맛의 뜻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함’으로 통용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유행하면서 바이럴마케팅은 기업의 중요한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된다. 다소 보수적인 대기업조차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바이럴 기법에 병맛 코드를 녹여내기 시작했다. 특히 1인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면서 병맛마케팅은 전성기를 구가한다.

최근 게임업계도 병맛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웹툰과 더불어 서브컬쳐를 구성했던 게임업계는 산업 초기부터 병맛마케팅을 이용했다. 사용자 뇌리에 남을만한 기상천외한 광고영상이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아이디어로 정면승부, 효과 쏠쏠

게임업계에서 병맛코드를 파종한 선두주자는 넥슨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다양한 이색 광고영상을 게재해 주목받았다. 특히 2014년 공개한 던전앤파이터 광고영상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넥슨은 제6대 던파걸 아이유와 함께 신봉선을 동반 출연시키는 강수로 화제를 모았다. 신봉선과 아이유가 도플갱어라는 설이 우스갯소리로 떠돌았기 때문에 아직도 해당 광고는 ‘신의 한 수’로 꼽힌다. 광고에 등장한 캐릭터 설정이 평행세계의 또 다른 나의 힘을 빌려 싸우는 콘셉트였기 때문에 적절했다는 지지를 모을 수 있었다.

실제 직원들이 출연해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는 페이크 다큐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넥슨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어느 게임회사의 흔한 몰컴’편은 이달에만 조회수 117만회를 돌파했다.

이처럼 적절한 유머코드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병맛마케팅은 게임이미지에 참신함을 더한다. 실제로 신작보다 출시된지 오래된 게임에 이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콘텐츠를 알리면서 신선한 이미지까지 만들 수 있어 기업입장에선 일석이조다.


장문복이 돋보이는 세븐나이츠 광고영상. /사진=넷마블
장문복이 돋보이는 세븐나이츠 광고영상. /사진=넷마블
‘세븐나이츠’와 ‘모두의마블’도 병맛마케팅으로 핫한 게임이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카르마 각성 업데이트 광고에 ‘힙통령’ 장문복을 출연시켜 이목을 집중시켰다. 카르마와 가르마의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장문복의 가르마를 반복해서 보여주며 병맛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병맛마케팅은 일반적인 영상보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실제로 장문복의 세븐나이츠 가르마 영상은 공개 2주만에 조회수 220만회를 넘어섰다. 휴면 유저로 돌아선 사용자가 게임에 다시 접속할 만큼 강한 호기심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넷마블 관계자는 “세븐나이츠의 경우 1020세대 유저가 많아 인터넷 트렌드에 입각한 유머코드와 B급 감성에 포인트를 두고 제작했다”며 “광고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콘셉트인 만큼 참신하고 재밌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대중은 왜 B급 감성에 열광할까

B급 혹은 마이너감성은 우대받는 주류문화와 동떨어진 특별한 가치의 감성이다. 성인 풍자쇼나 블랙코미디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직도 B급 감성에 대한 사회적 정의는 없지만 예술계 일각에서는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한다. 메이저 영화사가 대형 작품에 끼워팔기 위해 만든 저질영화를 B급으로 칭했다는 이유다. 과거엔 완성도 높은 작품과 정형화된 완벽함을 추구하는 콘텐츠가 큰 사랑을 받았기에 B급의 의미는 부정적이었다.

최근 들어 B급 감성이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에서는 현실과 다른 상황이 주는 쾌감과 대리만족을 근거로 내세운다. 풍자와 유머로 상처를 치유하는 한편 ‘나는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이 더해져 B급 문화를 양산한다는 논리다. 스스로 비주류를 자처하며 개성 넘치는 콘텐츠를 찾는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게임업계가 B급 감성을 담은 병맛 영상마케팅에서 강조하는 점도 개성이다. 콘텐츠 특성상 움직임이 잘 드러나는 영상광고 비중을 높이고 다른 콘텐츠와 비교해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엔 미디어플랫폼의 발달로 빠른 영상 소비패턴이 자리잡으면서 ‘영상은 길어도 3분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까지 생겼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임팩트 있는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광고영상은 콘텐츠를 잘 드러내면서 재밌고 짧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특히 기업 규모상 운용할 인력이 적은 중소게임사 및 개발사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제작이 어려운 실정이다. 외주업체에 의뢰하는 경우 비용이 적지 않아 엄두도 못 낸다고 호소한다. 트렌드에 맞춰 콘텐츠를 마케팅하는 일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병맛마케팅은 콘텐츠를 강조하면서 이용자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유머코드까지 겸비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간혹 사회적 논란거리나 확인되지 않은 사례를 패러디해 안 한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은 기업도 있었다. 치열한 경쟁구도를 타개하기 위한 틈새전략의 일환인 만큼 기획단계부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3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