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년차를 맞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대어사냥에 나섰다. 국내 리딩뱅크 왕좌를 탈환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최근 신한금융은 보험업계 6위인 ING생명 인수작업에 돌입했다.


2007년 LG카드를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고가인 6조7000억원에 사들인 후 10년 만이다.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에 성공하면 금융지주 1위 자리를 꿰차게 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신한금융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신한금융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의 지분 59.15%를 인수하고 직원 고용승계와 사명변경을 포함한 합병 후 통합(PMI) 계약서 세부조항을 검토하고 있다. ING생명 실사작업이 마무리되면 최종 주식매매 계약(SPA)을 체결한 뒤 인수를 확정한다.

◆조용병호 2년차, ING생명 인수

ING생명을 품게 된 신한금융은 자산과 순이익 규모에서 KB금융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선다. 신한금융은 자산이 지난 6월 말 기준 453조2820억원으로 ING생명 31조5375억원을 포함하면 총자산이 484조8195억원으로 불어나 KB금융(463조3374억원)을 앞지른다.


또한 신한금융은 업계 8위 신한생명까지 2개의 생보사를 계열사로 두거나 두 회사를 합병해 업계 5위 중대형급 생보사를 경영할 수 있다. 금융지주사의 비은행 계열사 수익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은행과 카드에 편중된 사업구조가 다변화되는 것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순이익에서 비은행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4%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 순익이 높은 편이지만 신한카드 비중이 65.9%에 달해 쏠림현상이 심하다. 게다가 신한카드는 정부의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에 올 상반기에만 당기순이익이 55% 급감해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 상승이 절실해졌다. ING생명 인수로 이 부분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 31조 ING생명 품고 리딩뱅크 탈환할까
신한생명의 재무건전성 부담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다. 6월 말 기준 신한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195.4%)과 ING생명(437.9%)을 단순 합산할 경우 평균 300%에 달한다. 합병 이후 자기자본 인정 규모를 고려해도 신한생명의 생보사 RBC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넘어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조 회장은 대물급 매물에 베팅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 올해만 3차례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ING생명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섰다. 한동안 M&A에서 두각을 보이지 않던 조 회장의 추진력을 발휘한 것이다. 최근 신한금융은 M&A 자금 조달을 위해 글로벌시장에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발표하는 등 여유 실탄을 2조원 쌓았다.
 
애초 그는 미국 시카고와 캐나다 토론토 등을 방문해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캐나다 연기금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ING생명 인수를 직접 챙기기 위해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평소 옆집 삼촌처럼 편안한 리더십을 보여줘 ‘엉클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업무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이다. 그는 신한은행장 시절 2차 세계대전 당시 강력한 추진력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패튼 장군을 언급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지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는 은행권 패튼 장군으로 불릴 정도다.

올해 신년사에서 조 회장은 “미래 성장기반을 더욱 다각화하겠다. 비은행, 글로벌, 자본시장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계속 추진하겠다”며 비은행 사업을 강화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ING생명 인수로 올해 세운 비은행 포트폴리오 재구축은 성과를 얻게 됐다.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키워야

조용병호가 앞으로 1년간 더 순항하려면 ING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한 후 몸집을 키워 수익을 내야 한다. 현재 신한금융은 손해보험 계열사가 없다. 대형 손보사를 갖춘 KB금융이 생보사마저 영업력을 강화하면 신한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경쟁에서 또다시 밀릴 수밖에 없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연임을 확정한 후 “보험부문이 취약해 보강할 계획이 있다”며 “좋은 매물이 나오면 모든 걸 열어놓고 M&A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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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생명과 ING생명의 시너지도 모색해야 한다. 신한생명은 금융지주계열 생보사 중에서 비교적 전속설계사 조직이 탄탄하지만 규모의 한계가 존재했다. 보험시장 초기 종신보험을 개척하며 전문직군 중심의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한 ING생명과 합병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다만 신한생명과 ING생명은 각각 은행계 보험사, 외국계 보험사로 태생부터 차이가 나며 상품 구성이나 영업 측면에서도 뚜렷한 공통점이 없어 중간지점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1년이 안 돼 통합이 완료된 미래에셋생명과 달리 두 회사의 통합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업계는 신한생명과 ING생명이 한동안 합병 없이 ‘투 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통합 없이 투 트랙으로 운영된 것과 비슷한 형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2021년 도입 예정인 IFRS17가 적용되면 부채가 늘어나 수익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며 “신한금융이 생보사를 인수해 비은행 수익을 늘리려면 새 국제회계기준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6호(2018년 9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