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배달천국이다. 한국만큼 빠르고 편리하게, 다양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나라는 드물다. 특히 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 등 배달 앱이 등장한 이후에는 시장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수료, 노동환경 등의 문제점도 존재한다. 배달산업의 명과 암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배달천국]③ "12시간 동안 목숨 걸고 타요"… 도로 위 무법자의 항변

모 배달대행업체 기사가 음식점 업주에게 음식을 받아 배달에 나서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모 배달대행업체 기사가 음식점 업주에게 음식을 받아 배달에 나서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배달 오토바이 한대가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질주한다. 배달원은 고객에게 음식을 건네주고 곧바로 오토바이에 오른다. 운전 도중에는 틈틈이 휴대전화로 시선을 옮긴다. 또 다른 배달주문 ‘콜’을 잡기 위해서다. 그가 배달 한건을 위해 내달린 20분에 대한 수수료는 3000원. 같은 일을 세번 반복해야 시간당 최저임금(7530원)을 웃도는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위험천만한 도로 질주가 반복되는 이유다.

최근 배달앱 성장과 함께 배달기사의 손과 발이 바빠졌다. 특히 배민라이더스·푸드플라이·바로고 등 배달대행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속도 경쟁이 심화됐다. 배달대행은 배달기사가 관할구역에 상주하다가 주문 ‘콜’이 들어오면 받아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배달대행 기사는 한 업소에 고용돼 고정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소를 돌면서 건별 수수료를 챙긴다.


업소에서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배달원을 직접 고용할 경우 보통 시급 1만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주휴수당과 식대, 각종 보험료도 붙는다. 업주들은 점심, 저녁에 주문이 몰리는 배달 음식점 특성상 배달원을 쓰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업주와 소비자가 편의를 이유로 배달대행을 찾는 사이 기사들은 배달전쟁에 내몰린다.

◆안전 위험에 내몰린 배달 기사

오토바이 운전자가 주행 중에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오토바이 운전자가 주행 중에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20분 안에 배달을 못하면 음식값을 물어야 해요.”

배달대행업체 소속 기사 임모씨(34)가 말하는 속도전을 벌이는 이유다. 배달대행은 20분 픽업, 20분 배달을 원칙으로 한다. 기사가 콜을 잡은 뒤 20분 안에 업주로부터 음식을 받고 다시 20분 안에 고객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식이다. 이를 어길 경우 책임은 오롯이 배달기사에게 돌아간다. 배달료 3000원을 벌려다 5배 넘는 음식값을 물어내는 경우도 생긴다.


신속 배달은 과속과 신호위반을 부추긴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의 2015년 서울지역 배달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제한시간 내 배달완료를 위해 무리하게 운전’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건당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20%)이 뒤따랐다.

건당 수수료 체계 역시 속도 경쟁을 낳는다. 배달건수가 곧 소득이기 때문에 기사들은 콜을 먼저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특히 대행업체에서 콜을 배정하는 게 아니라 기사들이 선점하는 방식이다 보니 좋은 콜을 먼저 가져가기 위한 경쟁이 붙는다. 이른바 ‘전투배차’다.

임씨는 서울 동작구에 상주하는 배달기사 20명과 경쟁한다. 그는 “이동 중에도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며 “이동경로가 유사한 콜을 2~3개씩 묶어 한꺼번에 배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임씨는 1시간에 3~5개의 배달을 수행한다. 하루에 12시간씩 30~40건을 배달해야 월급 25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금액은 그가 음식점에 직접 고용됐을 때 받았던 월급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 같은 근무환경은 기사들을 사고 위험에 빠뜨린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음식업 배달원의 산재사고 사상자 규모는 8447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164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배달대행 기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은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모 배달대행업체 기사가 주행하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모 배달대행업체 기사가 주행하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사업자인듯 노동자인듯

배달대행업체 소속 기사의 지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이들은 배달대행업체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는다. 사실상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에 가깝지만 형식상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배달원은 고용보험·건강보험·산재보험·국민연금 등 4대 보험과 노조 결성 및 가입 등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지난해 3월부터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실제 가입률은 저조하다. 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경우에는 사업주와 본인이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꺼리는 배달기사들이 스스로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하면 의무 가입 대상에서도 벗어난다.

2016년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재보험에 가입한 배달대행 기사는 38%에 그쳤다. 이들은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 ‘사업주가 보험료를 떠넘겨 보수가 더 낮아질 것 같아서’(18.8%),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도 가입하라고 할 것 같아서’(25%), ‘근로자가 아니므로 가입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20.8%) 등을 꼽았다. 그렇다 보니 업무상 사고를 산재로 처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2%에 그쳤다. 

‘라이더유니온준비모임’의 박정훈씨는 “배달대행 노동자는 일반 노동자와 달리 산재보험료를 절반 부담해야 한다”며 “업주들이 산재를 받지 말라며 ‘산재 은폐’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재보험에 대한 혜택, 경험이 적다 보니 배달대행 기사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드문 것”이라며 “산재보험 의무가입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준비모임은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표방하는 단체다. 이들은 배달노동자와 배달대행업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배달노동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