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위주의 수산물산업이 소비자 위주로 형태가 급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협동조합 형태의 횟집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전문 해물한식당, 수산물 플랫폼 등 '수산물'이 브랜드화되는 추세다. 국내 수산물 유통산업 규모는 28조4000억원으로 업체수만 4만여개에 이른다. 머니S는 급변하는 수산물산업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수산시대 연다-르포] ② 노량진수상시장 직접 가보니…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모습. /사진=류은혁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모습. /사진=류은혁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수산시장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바가지요금'(턱없이 비싼 가격)의 대명사로 불리던 노량진수산시장이 최근 '핫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기자가 지난 12~13일 이틀간 찾은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은 해산물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노량진수산시장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라 서울시가 1991년 개설한 '농수산물 중앙도매시장'이다. 지금의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이 2007년 현대화사업에 착수해 2015년 10월 완공됐다.

연말 송년회를 위해 이곳을 찾은 직장인 김동희씨(37·남)는 "지금의 노량진수산시장은 과거 불편함을 감수하고 찾던 수산시장이 아니다"면서 "소비자를 우롱하던 바가지 가격부터 불편한 시설 등을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만족해했다.

이날 기자가 직접 방문한 노량진수산시장은 과거의 '바가지 시장'의 오명을 벗고 수산물의 메카로 변모 중이었다. 

◆대형복합쇼핑몰처럼… 수산시장도 '원스톱 시대'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내 갑각류 상점. /사진= 류은혁 기자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내 갑각류 상점. /사진= 류은혁 기자

노량진수산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구매한 해산물을 횟집처럼 바로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2층에 별도로 마련된 식당에서 상차림비용만 지불하면 방금 잡은 싱싱한 생선을 일반 횟집에서 먹는 것처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노량진수산시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각 상점에서 횟감을 고르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신모씨(23·여)는 "수산시장은 번잡하고 생선 비린내가 진동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은) 냄새가 심하지도 않고 깔끔해서 놀랐다"면서 "앞으로도 노량진수산시장을 자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 기자가 노량진수산시장을 이용해본 결과 1층과 2층에 마련된 수산물 상점에는 다양한 횟감을 정찰제 또는 적절한 가격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일반 음식점처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내에서 주문한 회를 뜨고 있는 상인 모습. /사진=류은혁 기자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내에서 주문한 회를 뜨고 있는 상인 모습. /사진=류은혁 기자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횟감을 주문하면 앞에서 회뜨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이는 주문한 회가 바꿔치기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을 사라지게 만든다. 이후 2층에 있는 상차림 전문식당에 자리잡고 있으면 직원이 직접 가져다 준다. 상차림 식당에서는 매운탕을 비롯해 각종 음식을 따로 주문할 수도 있다.

나아가 최근의 노량진수산시장은 소비자가 불만이 많았던 '바가지 가격'을 없애기 위해 점차 '정찰제'로 바꾸는 추세다. 과거 일부 상인들은 매일 달라지는 수산물가격을 핑계로 소비자를 속이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지금은 이 같은 행태가 사라지고 있다.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내에 있는 상차림식당 모습. /사진= 류은혁 기자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내에 있는 상차림식당 모습. /사진= 류은혁 기자

노량진수산시장에서 20년째 해산물을 구매해왔다는 이모씨(53·남)는 "과거 노량진수산시장은 단골집이 없으면 눈뜨고 코 베이는 곳으로 유명했다"면서 "지금은 소비자들도 수산물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상인들이 소비자를 속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인어교주해적단 서비스… 상인과 소비자는 '방긋'

수산물시장 정보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 앱. /사진=인어교주해적단 제공
수산물시장 정보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 앱. /사진=인어교주해적단 제공

노량진수산시장의 일부 상인들은 수산물시장 정보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을 통해 해산물 판매를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인어교주해적단 플랫폼이 상인과 소비자에게 서로 '득'이 된다고 말한다.

인어교주해적단과 제휴를 맺은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상인은 "(인어교주해적단이)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나쁜 영업 행태가 사라지는 데 도움을 준다"면서 "수산시장 내 정찰제 문화를 비롯해 상인과 소비자 간 소통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산물 정보서비스 '인어교주해적단'을 운영하는 더파이러츠는 2013년 노량진수산시장의 어패류 시세정보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로 제공하며 이름을 알렸다.


또 다른 상인은 "인어교주해적단이 앞장서서 수산시장을 알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상인들은 20~30대의 젊은 소비자를 끌어모아서 좋고 소비자도 바가지 없이 정찰제로 횟감을 구매할 수 있어 윈윈"이라고 밝혔다.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모습. /사진=류은혁 기자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모습. /사진=류은혁 기자

이날 기자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횟감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살펴본 결과 인어교주해적단 앱을 통해 해산물을 구매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30대로 보이는 한 소비자는 "인어교주해적단 앱을 통해 횟감을 예약하기도 한다"면서 "노량진수산시장을 이용하는 데 필수템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어교주해적단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국에 있는 수산시장의 시세를 비롯해 해당 상점의 서비스 후기까지 확인할 수 있다.

박송이 인어교주해적단의 마케팅 팀장은 "전국에 있는 156개의 수산시장 내에서 599개 업체와 제휴를 맺었다"면서 "노량진수산시장의 경우 31개 상점과 제휴를 맺고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찾는 '수산시장'… 관광지로 떠올라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해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해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노량진수산시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외국인 관광객의발길이 이어졌다. 상인들은 어색한 영어와 중국어, 나아가 번역앱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쉬웨량씨(42·남)는 "중국인 사이에서 서울에 놀러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이 꼽힌다"면서 "중국 내 수산시장과 다르게 깔끔하고 주문하면 즉석에서 회를 먹을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량진수산시장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있다. 구시장과의 관계다. 최근 구 노량진수산시장 단전·단수 조치 후 첫 강제집행이 취소되면서 상인들과 수협 간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다.

옛 노량진수산시장 모습. /사진=류은혁 기자
옛 노량진수산시장 모습. /사진=류은혁 기자

수협은 지난 13일 구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강제집행을 예고했으나 법원에 의해 취소됐다. 수협은 2007년부터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으며 구시장에 대해 지난달 5일 단전·단수에 들어가기까지 4차례 명도집행을 시도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한편 지난 14일 기준 구시장 잔류 상인 136명 중 9명은 시장 자체에서 자진 퇴거해 현재 상인 127명이 잔류 중이다. 구시장 상인들은 신시장 건물 통로가 좁고 임대료가 비싸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